[마이데일리 = 노찬혁 기자] 안드레 오나나에게 카메룬 국가대표팀보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더 중요한 것 같다.
영국 'ESPN' 롭 도슨은 29일(이하 한국시각) "안드레 오나나는 2023 아프리카축구연맹(CAF) 아프리카 네이션스컵을 앞두고 팀 캠프 합류를 연기하기 위해 카메룬 축구 연맹과 협의 중이다"라고 밝혔다.
오나나는 스페인 명문 클럽 FC 바르셀로나 유스 출신이다. 2010년 바르셀로나에 입단해 2015년까지 뛰었다. 2015년 오나나는 바르셀로나를 떠나 네덜란드 에레디비시 최다 우승팀에 빛나는 AFC 아약스 유니폼을 입었다.
1년 뒤 2016년 오나나는 마침내 1군에 콜업되며 프로 무대를 밟았다. 그리고 데뷔 시즌부터 맹활약을 펼쳤다. 2016-2017시즌 아약스의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 결승행을 견인하며 많은 축구팬에게 자신의 이름을 알렸다.
2018-2019시즌은 오나나의 하이라이트 시즌이었다. 아약스는 UEFA 챔피언스리그에서 레알 마드리드, 유벤투스를 꺾고 4강에 진출했고, 오나나는 뛰어난 선방 능력을 선보였다. 게다가 바르셀로나 시절 갈고 닦은 발밑 기술을 이용해 후방 빌드업에 관여했다.
2020-2021시즌 오나나는 도핑 위반으로 위기를 맞이했다. 2021년 2월 갑작스럽게 오나나가 도핑 위반으로 1년 동안 축구 활동 금지 처분을 받았다. 소변에서 상당량의 금지 약물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몸 상태가 좋지 않아 아내가 이전에 처방 받은 약을 자신도 모르게 복용했는데, UEFA도 오나나가 경기력 향상을 위해 섭취한 게 아니라고 인정했다. 결국 1년 출전 정지는 9개월도 줄어들었고, 오나나는 유럽에서 활동을 이어갈 수 있게 됐다.
2022년 7월 오나나는 아약스를 떠나 세리에 A 최강 클럽 인터 밀란으로 이적했다. 지난 시즌 오나나는 커리어 하이를 찍었다. 안정적인 선방과 빌드업 능력을 보여주며 인테르가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에 오르는 데 크게 기여했다.
맨체스터 시티와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경기에서는 여러 차례 좋은 선방으로 팀을 위기에서 건져냈다. 비록 팀은 0-1로 패배하며 우승 트로피를 놓쳤지만 오나나는 빅클럽의 관심을 한몸에 받았다.
올 시즌을 앞두고 오나나는 맨유행을 선택했다. 5500만 유로(약 787억원)의 이적료로 올드트래포드에 입성했다. 2021-2022시즌 이후 1년 만에 아약스 사령탑이었던 에릭 텐 하흐 감독과 재회했다.
올 시즌 오나나에 대한 기대는 실망으로 바뀌었다. 오나나는 맨유 레전드 다비드 데 헤아보다 빌드업 부문에서 안정적이기는 하지만, 끔찍한 선방 능력을 보여주고 있다. 맨유는 19경기에서 25골을 헌납하며 경기당 1골이 넘는 실점을 기록 중이다. 팀 성적도 당연히 프리미어리그 7위에 그치고 있다.
수비수들의 잘못도 있지만 오나나의 지분도 결코 적지 않다. 정면으로 오는 공을 막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고 방향을 잘못 예측해 맥 빠지는 실점을 헌납하기도 했다. 세트피스에서 공중볼 처리에 자신감도 잃은 모습이다. 백업 골키퍼로 영입한 알타이 바인드르가 선발로 나서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팬들의 바램은 조만간 이루어질 예정이었다. 내년 1월 13일 코드디부아르에서 아프리카 네이션스컵이 열리는데, 오나나는 카메룬 대표팀 소속으로 참가한다. 지난해 12월 감독과 불화로 26세의 나이로 대표팀 은퇴를 선언했지만 지난 9월 대표팀 복귀를 확정했다.
그러나 오나나는 대표팀보다 맨유에 집중하고 싶어하는 것처럼 보인다. 도슨은 "오나나는 카메룬의 기니와 첫 경기를 7일 앞두고 1월 9일에 열리는 위건 애슬레틱과 FA컵 경기에 출전하길 원한다"고 전했다.
오나나의 의지에도 불구하고 맨유는 회의적인 반응을 내놓을 수 있다. 왜냐하면 바인드르를 영입할 때 맨유는 오나나가 네이션스컵에 차출된다면 출전 기회를 보장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바인드르의 성장은 맨유 입장에서도 중요하다. 맨유는 지난 시즌 세컨 키퍼로 뉴캐슬 유나이티드에서 마틴 두브라브카를 임대 영입했으나 1월에 계약을 조기 종료했다. 겨울 이적시장을 통해 영입한 잭 버틀랜드도 한 경기도 뛰지 못하고 돌려보냈다.
따라서 맨유는 이번 오나나의 대표팀 차출을 이용해 세컨 키퍼를 육성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게다가 오나나가 올 시즌 좋은 활약을 보여준 것이 아니기 때문에 텐 하흐 감독은 바인드르에게 출전 기회를 부여하며 경험을 쌓게 만들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