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FC 선수들이 3일 리그 3위로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진출을 확정한 뒤 플래카드를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프로축구연맹 제공
승격팀 돌풍의 주인공 광주FC가 K리그1 최종전에서 소중한 승점 1점을 쌓으며 구단 최초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진출이라는 새 역사를 썼다.
광주는 3일 광주축구전용구장에서 열린 포항 스틸러스와의 K리그1 2023시즌 38라운드 홈경기에서 0-0으로 비겼다. 승점 59점을 쌓아 전북 현대, 인천 유나이티드를 제치고 3위 자리를 지켰다. 그러면서 ACL 최상위 리그인 ACL 플레이오프 진출에도 성공했다.
이날 경기는 광주의 첫 ACL 진출 여부로 이목을 끌었다. ACL 티켓은 K리그1 상위 3팀과 축구협회(FA)컵 우승팀에 주어지는데 2위 포항이 FA컵을 우승하면서 리그 4위까지 기회가 열렸다. 직전 라운드까지 광주가 승점 58점에 3위로 가장 앞서 있었지만, 4위 전북 현대(승점 57점), 5위 인천 유나이티드(승점 56점)과 격차가 크지 않아 안심할 수만은 없었다.
다만 다른 ACL 진출 경쟁 팀들과 비교해 대진운이 좋았다. 포항은 이미 다음 시즌 ACL 진출을 확정했고, 이번 현재 치르고 있는 ACL에서는 다. 전북은 이날 현대가 라이벌 울산 현대와 맞붙었고, 인천은 리그 6위이자 전 국가대표 이근호의 고별전을 준비한 대구FC와 대결했다.
포항 김기동 감독은 4일 열리는 K리그 대상 시상식에서 수상 가능성이 있는 제카 등 주축 선수들을 출전 명단에서 아예 제외했다. 원톱 이호재를 비롯해 그동안 출전 시간이 적었던 어린 선수들을 대거 선발로 내세웠다. 승리가 간절한 광주로서는 절호의 기회였다.
예상과 달리 포항 선수들도 적극적으로 몸싸움을 벌이면서 경기는 초반부터 과열됐다. 포항 이호재가 높이 발을 들어 올리며 축구화 스터드로 광주 이순민의 얼굴을 긁는 반칙으로 전반 9분 다이렉트 레드카드를 받았다. 포항 윤민호가 광주 티모와 볼 경합 도중 다쳐 그라운드에 쓰러졌는데 볼을 경기장 밖으로 보내지 않은 것에 보복성 반칙을 한 것이다. 이후에도 광주 아사니가 측면 돌파 과정에서 윤민호의 발에 걸려 넘어지자 화를 내는 등 신경전이 계속 이어졌다. 포항 한찬희는 전반 막판 광주 아사니를 향한 깊은 태클로 엘로카드를 받았다.
광주는 이른 시간에 수적 우위를 점하고도 라인을 물러선 채 역습을 노리는 포항을 상대로 좀처럼 골문을 열지 못했다. 전반 막판 허율의 헤더, 티모의 중거리 슛까지 번번이 포항 골키퍼 황인재의 선방에 막혔다.
후반 들어서도 같은 흐름이 이어졌다. 후반 15분 하승운이 오른쪽에서 올라온 얼리 크로스를 바로 슈팅으로 연결했지만, 또 황인재를 넘어서지 못했다. 후반 22분 광주 센터백 박한빈의 중거리 슈팅은 골대를 맞고 나갔다. 하지만 포항도 골 사냥에 실패하면서 광주가 ACL에 진출했다.
이번 시즌 광주는 구단 역사상 최초 기록을 다수 써 내려 갔다. 지난 시즌까지 광주가 1부리그에서 거둔 최고 성적은 코로나19 대유행 여파로 조기 종료된 2020시즌 6위(6승)였다. 한 시즌 최다승은 2016시즌(8위) 기록한 11승이다. 이번 시즌에는 16승(10무 11패)으로 3위에 올랐다. 2022시즌 K리그2 우승 이후 승격 첫 시즌 만에 이룬 성과다.
이정효 감독은 이번 시즌 돌풍의 원동력으로 당당하게 본인을 꼽았다. 선수들에게 끊임없이 동기 부여를 했고, 승리하기 위한 전술적인 해법을 찾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고 돌아봤다.
이 감독은 “선수들이 운동장에서 열심히 하도록 만드는 방법을 계속 찾아내고 있다”며 “그 덕에 선수들이 경기장에서 그렇게 성장하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이걸 게임이라고 생각해보자. 게임을 하면 어떤 임무를 완전히 끝내기 위해 어떻게든 여러 방면으로 방법을 찾게 된다”며 “그건 그 게임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나도 그렇다”고 덧붙였다. 이 감독은 리그 최소 실점 배경에 대해서도 “선수들이 발을 뻗는 동작 하나까지 자세하게 알려준다”고 설명했다.
이날 경기도 이 감독의 새로운 전술이 눈에 띄었다. 센터백 티모를 공격 작업 때 미드필더 위치까지 올리며 공격적으로 활용했다. 티모는 박스 근처까지 올라가 볼배급에 관여하고, 기회가 생기면 중거리 슈팅도 아끼지 않았다. 시즌 도중 공격수 베카를 미드필더로 포지션 변경을 했던 모습이 겹쳐 보였다.
경기 전 구단이 더 성장하기 위해서는 돈을 벌어야 한다며 ACL 진출을 간절히 원했던 이 감독은 경기 후 “우리가 잘하지 못했는데 ACL에 올라 아쉽다”고 말했다. 다음 시즌 목표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순위를 밝히지 않았지만 “이번 시즌보다는 더 높은 순위에 오를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