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효 광주FC 감독. 사진=프로축구연맹
“구단에 예산이 없기 때문에, 돈을 만들어야 합니다.”
이정효 광주FC 감독은 다음 시즌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진출권에 대한 의지를 이렇게 표현했다. 시민구단 특성상 예산 확보 등에 대한 어려움이 있는 만큼 ACL 출전을 통해서 직접 수익을 확보해보겠다는 것이다.
이정효 감독은 3일 광주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리는 포항 스틸러스와의 하나원큐 K리그1 2023 최종 라운드를 앞두고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목적이 확실하게 있다. 구단이 가난하다. 스스로 예산이 없기 때문에 돈을 만들어야 한다. 그래서 아시아 챔피언스리그에 나가야 된다. 예산이 안 오면, 스스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광주는 포항을 이기면 자력으로 다음 시즌 ACL 엘리트에 출전할 수 있다. ACL은 다음 시즌부터 ACL 엘리트와 ACL 2로 나뉘는데, 유럽축구연맹(UEFA) 클럽대항전과 비교하면 각각 챔피언스리그와 유로파리그 격이다. 평소 광주시 등의 부족한 지원 등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냈던 이정효 감독은 직접 구단을 이끌고 ACL 엘리트에 나가 예산 등을 확보하겠단 의지다.
이정효 감독은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상금이 크다고 얘기를 들었다. 꼭 나가서, 우리 스스로 예산을 만들어서 좋은 팀으로 가는 데 힘을 보태겠다. 그래서 오늘 경기를 준비했다. ACL2는 새로 생겨서 그런지 상금이 적다. 돈이 필요하다. 엘리트에 나가야 한다”며 “엘리트가 상금이 더 셀 거다. 아시아 챔피언스리그에 나가면 구단에 상금의 10%를 달라고 해볼까도 생각한다”며 웃어 보였다.
ACL 엘리트로 향하기 위해선 반드시 김기동 감독의 포항을 넘어서야 하는 상황. 이 감독은 “보통 양반이 아니다. 제가 대응을 하면 또 대응을 한다. 어디까지 대응할지 궁금하기도 하다. 솔직히 설렌다. 오늘도 어떻게 나올지 궁금하다. 잠을 좀 못 잤다. 어떻게 골탕을 먹일까, 웃으며 준비했다”고 말했다.
이어 “결국 우리만 잘하면 된다. 우리가 잘하는 걸로 준비했다. 내가 생각했던 대로 구현을 잘해주고 있다. 결국은 골이다. 골이 나면 우리가 생각했던 방식대로 끌고 갈 수가 있다. 골이 안 들어가면 자존심도 떨어지면서 경기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더 꼬일 수가 있다”고 덧붙였다.
올해 광주의 돌풍의 키워드를 묻는 질문엔 “저 때문이다. 당당하게 얘기하고 싶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이 감독은 “그만큼 노력을 해서, 운동장에서 선수들이 노력할 수 있는 방법을 지속적으로 찾아내고 있다. 그래서 선수들이 경기장에서 성장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저라고 얘기하고 싶다”며 웃어 보였다.
이어 이 감독은 “파이널 A 올라와서 재미가 없다. 치고받고 해야 하는데, 일방적으로 때리는 느낌이다. 때리다 지친 것 같다. 내년에도 계속 때릴 거다. 항상 그런 생각뿐이다. 자존심이고 기분이고 다 내려놨다. 상대가 열받건 안 받건, 올해처럼 거침없이 인터뷰할 것이다. 대신 실력만 키우려고 한다. 실력이 없으면 이런 말도 못 할 거다. 실력을 더 키우고, 골도 만들려고 노력하겠다”고 힘줘 말했다.
김기동 포항 스틸러스 감독. 사진=프로축구연맹
이미 리그 2위까지 확정한 채 최종전을 치르는 김기동 감독은 비교적 차분하게 취재진과 만났다. 김 감독은 “특별한 이야기를 한 건 없다. 지난 경기부터 어린 선수들을 많이 경기에 내보내면서 어린 선수들을 기대하고 있다. 내년에는 이 선수들이 많은 활약을 해줘야 하기 때문”이라며 “오늘 우리가 지면 전북한테도 미안한 마음이 있는 거 아닌가 싶기도 하다(웃음). 이기고 지는 걸 떠나서 팬들이 봤을 때 재밌었으면 좋겠다. 선수들이 당돌하게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명단에서 빠진 제카에 대해서는 “아시다시피 산둥(중국)으로 가게 됐다. 본인하고 얘기했고, 동료들과도 이미 인사를 다 나눈 상태다. 만에 하나 다치면 새 소속팀에 미안할 것 같다고 해서, 배려 차원에서 안 데리고 왔다”고 덧붙였다.
올해의 감독상 후보에 오른 김기동 감독은 “우승을 이끈 (홍)명보 형이 받겠죠, 제가 받겠습니까”라면서 “우리 선수들이 후보에 많이 올라왔는데, 선수들이 많이 받았으면 좋겠다. 우한전 때문에 중국으로 이동하게 된다. 저는 시상식에 참석하지 못하는 상황이 됐다. 그래도 수상이 유력한 선수들은 최대한 참석을 시키려고 한다. 16강 확정이 됐으니까 이 정도 배려가 가능해졌다. 한 명을 꼽지는 못하겠지만, 그래도 선수들 잘 이끌어준 주장 (김)승대도 받았으면 좋겠다. 주장으로서도 그렇고, 경기장에서도 많은 역할을 해줬기 때문에 애정이 가는 게 사실”이라고 했다.
강등된 수원 삼성에 대해선 “마음이 좀 그렇다. 그 안에서 어떤 일들이 있었고, 어떻게 흘러갔는지 모르겠다. 그 안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모르겠지만, 선택이라고 하지만 제3자가 봤을 때 아쉽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