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 /AFPBBNews=뉴스1
맨시티 공격수 엘링 홀란드. /AFPBBNews=뉴스1손흥민(31·토트넘)이 팀의 중요한 시험대에서 최고 선수 엘링 홀란드(23·맨시티)와 맞대결한다.
토트넘은 오는 4일(한국시간) 오전 1시 30분 영국 맨체스터의 이티하드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2023~2024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14라운드에서 맨체스터 시티와 경기를 치른다. 올 시즌 시작 전 토트넘 지휘봉을 잡은 앙제 포스테코글루(58) 감독의 첫 맨시티전이다.
스포츠 전문 매체 '디 애슬레틱'은 이번 경기가 토트넘의 최대 위기라 봤다. 매체는 1일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가장 큰 시험대다. 지난 3경기에서 모두 졌고 핵심 선수 9명이 부상과 출전 정지로 결장했다. 시즌 중 최악의 상황에서 토트넘은 유럽 챔피언 맨시티와 원정 경기를 치른다"라고 분석했다.
불명예 신기록이 이어질 위기다. 프리미어리그 역사상 시즌 첫 10경기 무패 후 3연패를 기록한 팀은 토트넘이 유일하다. 초반 선두까지 치고 올라왔던 토트넘은 첼시, 울버햄튼 원더러스, 아스톤 빌라에 연달아 패하며 5위까지 처졌다.
펩 과르디올라(52) 감독 체제의 맨시티는 유럽 정상급 팀이다. 홀란드는 올 시즌 14골로 프리미어리그 득점 선두를 달리고 있고 후벵 디아스(26), 로드리(27) 등 주축 선수들도 건재하다. 부상으로 결장 중인 케빈 더 브라위너(32)의 공백은 훌리안 알바레스(23)가 완벽히 메우고 있다. 공격부터 수비까지 무결점에 가깝다.
토트넘과 상반된 분위기의 맨시티다. 최근 8경기에서 6승 2무를 기록했다. 프리미어리그 2위에 챔피언스리그 16강 조기 진출을 확정 지으며 순항 중이다.
경기에 앞서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기대되는 경기다. 매우 힘든 시험일 것이다"라며 "현 전술을 유지하는 것이 결과를 내기에 가장 좋은 방법이다"라고 전 경기와 비해 큰 변화가 없을 것임을 시사했다.
포스테코글루 토트넘 감독이 경기 후 팬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있다. /AFPBBNews=뉴스1포스테코글루 감독의 출발은 순조로웠다. 감독 부임 후 토트넘은 시즌 초반 승승장구했다. 10경기에서 무패 행진(8승 2무)을 달리며 리그 선두까지 치고 올라갔다. 특히 올 시즌 토트넘 주장 완장을 찬 손흥민은 8골을 몰아치며 토트넘 공격진을 이끌었다.
지난 시즌 토트넘은 안토니오 콘테(54) 전 감독 체제에서 고전했다. 무색무취한 전술로 승점을 잃기 일쑤였다. 불안한 수비와 답답한 공격이 계속됐다. 이길 경기는 비겼고, 비길 경기는 졌다. 와중에 콘테 전 감독은 "토트넘은 어떤 감독이 와도 우승하지 못할 팀"이라는 망언을 남긴 채 시즌 도중 경질됐다. 다니엘 레비 토트넘 회장은 크리스티안 스텔리니와 라이언 메이슨에게 감독 대행을 맡기며 다음 시즌을 기약했다.
다소 파격적인 인사였다. 토트넘은 빅리그 경험이 없었던 포스테코글루 셀틱 감독을 새 사령탑으로 데려왔다. 요코하마 F.마리노스, 호주 국가대표팀 등 주로 아시아 지역에서 활동한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첫 빅리그 지도자 생활을 프리미어리그에서 하게 됐다.
번리전 해트트릭을 기록한 손흥민. /AFPBBNews=뉴스1토트넘의 도박수는 통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팀을 완전히 뒤바꿔놨다. 특유의 공격 전술이 완벽히 들어맞았다. 주축 스트라이커 해리 케인(30)이 바이에른 뮌헨으로 떠났음에도 토트넘은 뛰어난 공격력으로 한 경기도 빠짐없이 득점포를 가동했다.
선수 영입도 만점에 가까웠다. 여름 이적시장에서 토트넘은 모든 포지션을 보강했다. 독일 분데스리가의 신성 센터백 미키 판 더 펜(22)을 데려와 부진에 빠진 에릭 다이어(29)를 대체했다. 크리스티안 에릭센(31·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이후 마땅한 플레이메이커가 없었던 토트넘은 레스터 시티 에이스 제임스 매디슨(27)을 영입해 중원에 창의성을 더했다. 임대 이적 후 이탈리아 세리에A 최우수 수비 후보에 오른 레프트백 데스티니 우도기(20)도 합류했다.
신입 선수들은 별다른 적응 기간 없이 토트넘에 완벽히 녹아들었다. 판 더 펜은 크리스티안 로메로(24)와 중앙 수비수로 호흡을 맞췄다. 빠른 발을 이용한 수비로 토트넘의 뒷공간을 틀어막았다. 우도기는 뛰어난 공수 전환 능력으로 토트넘 측면에 힘을 더했다. 특히 브렌트포드전에서는 손흥민과 간결한 원투패스로 득점을 합작하는 등 환상적인 호흡을 선보였다.
매디슨은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4-3-3 전술의 핵심 엔진 역할을 해냈다. 적재적소 패스와 날카로운 킥으로 토트넘 공격을 이끌었다. 전 주장 위고 요리스(36)의 대체자 굴리에모 비카리오(26)는 전 경기 선발 출전해 뛰어난 선방 능력과 안정적인 볼 핸들링으로 토트넘 주전 골키퍼 자리를 꿰찼다.
'캡틴' 손흥민은 한 단계 더 성장했다. 지난 시즌까지 주로 측면 공격수를 맡았던 손흥민은 올 시즌 스트라이커로 탈바꿈했다. 히샤를리송(26)이 케인의 빈 자리를 메울 것으로 예상됐지만, 좀처럼 부진을 털지 못하자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꺼낸 승부수였다.
9월부터 본격적으로 득점포를 가동했다. 손흥민은 번리전 해트트릭을 작렬하며 골 폭풍의 시작을 알렸다. 아스널과 북런던 더비에서 멀티골을 기록한 데 이어 리버풀전에서는 선제골을 터트렸다. 10월 풀럼, 크리스탈 팰리스와 경기에서 2경기 연속골을 넣으며 토트넘의 10경기 무패 행진을 이끌었다.
포체티노(왼쪽) 첼시 감독과 포스테코글루 토트넘 감독. /AFPBBNews=뉴스1하지만 토트넘은 10월부터 급격히 무너졌다. 첼시와 홈 경기가 뼈아팠다. 전반전에만 핵심 선수 2명을 잃었다. 판 더 펜은 상대 공격수를 따라가다 햄스트링 부상으로 쓰러졌다. 매디슨은 발목 부상으로 그라운드에 주저앉더니 교체됐다. 부주장 로메로는 과격한 태클로 레드카드를 받았다.
1패 이상의 충격이었다. 토트넘은 첼시와 경기에서 올 시즌 첫 리그 패배를 기록했다. 판 더 펜은 내년이 돼야 복귀한다. 현지 보도에 따르면 매디슨도 1월 중순쯤에야 경기에 나설 듯하다. 퇴장당했던 로메로는 추가 징계로 맨시티전까지 뛸 수 없다.
엎친 데 덮쳤다. 영국 '데일리 메일'의 보도에 따르면 히샤를리송(26)은 부상으로 수술대에 올랐다. 주전 중앙 공격수로 쓸 수 있는 자원이 손흥민뿐이다. 매디슨과 판 더 펜이 부상으로 빠지자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후보로 뒀던 지오바니 로 셀소(27)와 다이어를 주전으로 기용할 수밖에 없었다.
토트넘 핵심 미드필더 제임스 매디슨. /AFPBBNews=뉴스1예기치 못하게 주전이 대거 빠지자 토트넘은 크게 흔들렸다. 첼시전 패배에 이어 울버햄튼 원정 경기에서도 1-2로 역전패했다. 전반 3분 만에 브레넌 존슨(22)의 선제골로 앞서 갔지만, 후반 추가 시간 2골을 연달아 내주며 무너졌다. 경기 내내 불안했던 수비 문제가 터진 셈이었다.
부진은 이어졌다. 토트넘은 이어진 빌라와 홈 경기마저 1-2로 졌다. 게다가 토트넘은 이 경기에서 핵심 미드필더 로드리고 벤탄쿠르(25)를 부상으로 잃었다. 영국 '풋볼 런던' 등은 벤탄쿠르의 회복 기간을 두 달 정도라 예상했다.
시즌 최대 위기를 맞은 토트넘이다. 산 넘어 산이다. 주축 선수가 대거 빠지고 3연패 수렁 속에서 지난 시즌 트레블(프리미어리그, 챔피언스리그, FA컵 우승)을 차지한 맨시티를 만난다.
다만 최근 상대전적은 토트넘이 앞선다. 토트넘은 맨시티와 최근 프리미어리그 7번의 맞대결에서 5번을 이겼다. '디 애슬레틱'은 "토트넘은 유독 과르디올라 감독의 맨시티에 강했다. 유럽 전역을 통틀어도 맨시티를 이토록 괴롭힌 팀은 없었다"라며 "다만 현재 토트넘에는 주전 센터백과 미드필더가 없다. 최근 경기 결과가 실망스러웠던 이유"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