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말이었다. 제주 한 골프장에서 우연히 안신애(33)와 마주쳤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에쓰오일 챔피언십 출전을 앞두고 샷 점검하러 왔다던 그는 “내년에는 일본투어에 다시 도전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한 달여가 지난 이달 초 안신애의 매니지먼트사는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투어 퀄리파잉 토너먼트 최종전에서 공동 15위를 따낸 안신애가 내년 시즌 일본투어에 복귀한다”고 발표했다.
실제로 안신애는 일본 시즈오카현 카츠라기 골프클럽에서 열린 JLPGA QT에서 최종합계 2언더파 286타를 적어 공동 15위(시드 순위 17위)를 차지했다.
JLPGA투어 QT는 최소 35위 이내에 들면 안정적으로 전 시즌을 치를 수 있다.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덮쳤을 때 필드에서 자취를 감춘 안신애는 4년 만에 JLPGA투어를 통해 선수로 돌아오는 셈이다. KLPGA투어 통산 3승을 따낸 원조 ‘미녀 스타’이자 ‘완판 퀸’인 그는 2017년 JLPGA투어에 도전장을 내밀어 세 시즌을 치렀다. 눈에 띌 만한 성적은 거두지 못했지만, 화려한 외모로 큰 팬덤을 이끌었다.
안신애는 매니지먼트사를 통해 “급하게 준비해서 나온 대회였는데, 생각보다 결과가 좋아서 기분 좋다. 원하는 만큼 준비를 못 한 것 같아 불안한 상태였는데, 기대 이상의 성적을 냈다”고 말했다.
한때 ‘은퇴설’이 나돌기도 했던 터라 복귀를 결심한 계기가 궁금했다. 그는 “지난 8월에 떠난 일본 여행 중에 호텔 방에 앉아있는데 ‘일본에 다시 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날 QT에 응시하기로 마음먹었고, 준비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기간 대회에 참가하지 않으면서 강제 베테랑이 된 그는 “골프를 잠시 놓은 뒤 많은 것을 배웠다. 조금 다른 시각으로 골프 할 수 있을 것 같다. 나이로는 베테랑이 됐으니까 내 플레이에도 변화가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시드를 확보했으므로 훈련은 필수다. 그는 “보완보다는 나 자신을 더 세우고 싶다”는 말로 각오를 대신했다. “(QT에서) 결과적으로 잘했고, 잘하고 있으니 결과가 따라온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금처럼 플레이하면서 섬세함을 키우는 게 중요할 것 같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이달 말에 열리는 시몬느 아시아퍼시픽컵을 잘 치른 뒤 전지훈련 계획을 세울 것”이라고 밝혔다. 안신애는 아시아골프리더스포럼(AGLF)이 주최하는 아시아 여자 골프 국가대항전에 초청선수 자격으로 출전한다.
QT 준비 과정에 호주에서 코치를 만나 훈련도 하고, 유산소 운동도 꾸준히 했다는 안신애는 “쉬는 동안은 몰랐는데, 막상 투어로 돌아오니 반겨주는 분이 많더라. 기다려주신 팬이 많아서 기뻤다. 감사하다고 전하고 싶고, 내년에 일본에서 더 열심히 노력하는 안신애의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각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