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차군단' 독일 대표팀 체면이 말이 아니다. 11월 30일(이하 한국 시각) 발표된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에서 16위에 랭크됐다. 2014 브라질 월드컵 우승 등으로 1위에 오른 게 옛날 이야기가 됐다. 월드컵 조별리그에서 한국과 일본에 덜미를 잡히며 탈락한 충격이 FIFA랭킹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독일은 유로 2024 개최국이다. 본선 자동 진출권을 얻어 여유를 가졌다. 다른 유럽 팀들이 예선전을 치열하게 치를 때 평가전을 소화했다. 하지만 일본을 비롯해 폴란드, 콜롬비아, 튀르키예, 오스트리아에 지면서 고개를 숙였다. 한 수 아래로 여겼던 팀들에 충격패를 계속 당했으니 FIFA랭킹 하락은 당연한 결과다.
독일은 유로 2024 본선 A조에 속했다. 스코틀랜드, 헝가리, 스위스와 토너먼트 진출을 디툰다. 홈 이점을 지니고 객관적인 전력에서도 세 팀보다 한 수 위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2022 카타르 월드컵부터 최근까지 보여준 실망스러운 경기력을 개선하지 못하면 안방에서 망신을 당할 수도 있다.
A대표팀이 어려운 길을 걷고 있지만, 아우들이 새로운 역사를 만들며 희망을 비쳤다. 17세 이하(U17) 대표킴이 인도네시아에 열린 2023 FIFA U17월드컵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선배들도 이루지 못한 대업을 달성했다.
독일은 1985년에 시작된 U17월드컵에서 단 한 번도 정상에 오르지 못했다. 초대 대회에서 서독이 준우승을 거둔 게 최고 성적이었다. 이번 대회에서 어린 선수들이 승부차기 두 차례를 포함해 7전 전승을 올리고 우승 영광을 안았다. 조별리그부터 승승장구했고, 토너먼트 최후의 승자가 됐다.
과거 세계축구를 호령했던 막강한 전차군단의 위용을 과시하며 축배를 들었다. 조별리그(F조) 1위를 차지했다. 멕시코와 뉴질랜드를 3-1로 눌러 이겼고, 베네수엘라을 3-0으로 완파했다. 16강전에서 미국을 3-2로 제압했고, 8강전에서 스페인을 1-0으로 눌러 이겼다.
준결승전과 결승전에서는 '승주차기 제왕'의 모습을 보였다. 아르헨티나와 준결승전에서 3-3으로 비긴 뒤 승부차기 4-2 승리를 챙겼다. 프랑스와 결승전에서는 2-2로 맞선 뒤 다시 승부차기에서 4-3으로 이겼다. 좀처럼 승부차기를 지지 않는 강인한 전차군단의 저력을 확실히 뽐냈다. 아울러 이번 대회 7경기 18득점(7실점)으로 화끈한 공격력을 뽐냈다.
사실 독일은 성인 대표팀이 국제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많이 냈지만, 연령별 대표팀은 A대표팀만큼 강하지는 않았다. 공교롭게도 A대표팀이 크게 흔들린 상황에서 U17 대표팀 이 첫 우승을 만들며 대조를 이뤘다. 전차군단 아우들의 선전이 형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지켜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