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살이라도 어릴 때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 도전해야 한다는 것에 찬성하는 골프인들은 임성재와 김주형, 김시우의 성공 사례를 들어 설명한다. 반대로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일본프로골프투어(JGTO)에서 확실하게 자리잡은 뒤 도전해도 늦지 않는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경우에는 이경훈을 주목한다.
선수들 역시 두 가지 의견에 모두 동의한다. 그러나 최근에는 빠를수록 좋은 게 도전이라고 생각하는 선수들이 많아지고 있다. 확실한 이유가 있다. 전세계적으로 PGA 투어에 도전하는 선수들의 나이가 어려졌기 때문이다.
올해 PGA 투어 퀄리파잉 토너먼트가 부활했지만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꿈의 무대인 PGA 투어에 가는 방법은 사실상 콘페리투어가 유일했다. 그러나 상금 규모가 작고 환경이 열악해 콘페리투어 도전을 선택하는 선수들은 많지 않았다. 대신 세계랭킹을 끌어올려 월드골프챔피언십(WGC) 대회와 PGA 투어 몇 개 대회에 나서 출전권 확보를 노리는 선수들이 몇몇 있었다.
그러나 김시우를 시작으로 임성재, 김주형이 PGA 투어에 확실하게 자리잡으면서 최근 한국 골프계에 늦어도 20대 초반에 도전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가장 큰 영향을 받은 건 프로 골퍼를 꿈꾸는 아마추어 선수들이다. 김시우와 임성재, 김주형이 확실한 성공 사례가 된 만큼 같은 길을 따라가겠다는 아마추어 선수들이 많다.
골프단을 운영하는 기업들과 매니지먼트 관계자들도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다. PGA 투어에서 활약 중인 선수들을 후원하고 있는 한 기업 관계자는 “10년 전만 해도 한국과 일본을 거쳐 PGA 투어 진출을 노리는 게 공식 절차와도 같았다. 그러나 최근에는 프로에 데뷔하자마자 도전하는 선수들이 정말 많아졌다”며 “콘페리투어의 규모가 커지고 PGA 투어에 적응하는 시간이라고 생각하는 선수들이 많아진 것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큰 무대에서 활약하고 싶다는 꿈이 있다면 한 살이라도 어렸을 때 도전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해 13세 나이로 최연소 국가대표가 된 안성현과 다음 시즌 국가대표 최준희 등은 프로 데뷔 후 최대한 빠르게 PGA 투어에 도전하겠다고 포부를 밝힌 바 있다. 안성현은 “한국 선수들이 PGA 투어에서 좋은 성적을 내는 것을 보고 빠르게 도전하기로 마음먹었다”며 “이번 겨울부터 PGA 투어 도전을 위한 본격적인 준비를 하려고 한다. 5년 안에 PGA 투어에서 우승 경쟁을 펼치는 선수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해보겠다”고 다짐했다.
선수들을 지도하는 스윙코치들과 매니지먼트 관계자들은 “집안 형편이 어렵거나 가장인 선수들은 어느 정도 돈을 벌고 도전하려고 한다. 실력을 쌓고 넘어가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선수들도 많다”며 “자신의 선택을 책임지는 게 프로 골퍼인 만큼 각자의 상황에 맞는 최선의 선택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코리안투어 제네시스 대상 포인트 1위에게 올해부터 부여되는 특별 부상인 DP월드투어 1년 출전권과 콘페리투어 퀄리파잉 토너먼트 최종전 직행 티켓으로 인해 제2의 이경훈이 탄생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크다. 올해 제네시스 대상 수상자인 함정우는 오는 12월 콘페리투어 퀄리파잉 토너먼트 최종전에서 출전권 획득을 노린다.
PGA 투어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현재 PGA 투어를 누비고 있는 선수들 중에서도 30세 이후에 데뷔한 선수들이 많다”며 “도전에 있어 나이는 중요하지 않다. 하겠다는 의지만 있으면 언제든지 PGA 투어에서 활약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