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진출을 꿈꾸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별들의 도전이 시작된다. KLPGA 투어에서 우승을 경험한 임진희(통산 6승)와 이소미(5승), 성유진(3승), 홍정민(1승) 등 4명은 12월 1일부터 엿새 동안 미국 앨라배마주 모빌에서 열리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퀄리파잉(Q) 시리즈에 출전한다.
그동안 한국 여자골프 선수들이 미국 무대에 진출하는 방법은 비회원 출신으로 LPGA 대회에서 우승한 후 투어 카드를 단숨에 확보하거나, Q 시리즈를 통한 정공법으로 승부수를 던지는 두 가지였다. KLPGA에서 뛰던 2011년 US 여자오픈에서 우승해 이듬해 LPGA 투어로 직행한 유소연, 같은 대회에서 2015·2020년 우승한 후 유소연의 선례를 따른 전인지와 김아림 등이 비회원 자격으로 다음 시즌 미국에 진출한 경우다. 2017년 KEB하나은행 챔피언십에서 정상에 오른 뒤 이듬해 LPGA 투어에 데뷔한 고진영도 마찬가지다. 신지애, 서희경, 백규정도 이 같은 지름길을 통해 세계 최고 여자 선수들이 모인다는 LPGA 무대에 입성했다. 반면 한국인 LPGA 개척자로 불리는 박세리를 비롯해 김미현, 한희원, 장정, 이미나, 김인경, 최혜정, 최나연, 박희영, 송아리, 장하나, 김세영, 이정은6, 안나린, 최혜진, 유해란 등은 모두 Q 시리즈를 거쳐 미국 땅을 밟았다.
지난 수년간 KLPGA 스타 출신의 Q 시리즈 도전자가 많지 않았지만 올해는 임진희, 이소미, 성유진, 홍정민 등 정상을 경험한 4명이 한꺼번에 출사표를 던졌다. 이 중에서도 단연 눈길을 끄는 이는 최종전 SK쉴더스·SK텔레콤 챔피언십에서 시즌 4승을 수확하며 올해 다승왕을 차지한 임진희다. 드림투어(2부)를 거쳐 2018년 정규투어에 데뷔한 임진희는 상금 랭킹 60위 밖으로 밀려 3번이나 시드전을 치른 주인공이기도 하다. 2020년 다시 드림투어로 떨어졌고, 시드전을 거쳐 복귀한 2021년 BC카드·한국경제 레이디스컵에서 데뷔 4년 만에 첫 승을 따냈다. '무명'에서 벗어난 그는 지난해 맥콜·모나파크 오픈에서 생애 두 번째 우승을 차지한 뒤 올해 마침내 활짝 꽃을 피웠다. 투어 6년 만에 최정상급 선수로 발돋움하며 4차례 우승과 함께 상금·대상 모두 2위를 차지했고, 평균타수에서도 3위에 올라 '대기만성형'이 무엇인지 보여줬다. 누구보다 연습량이 많기로 소문난 임진희는 "LPGA라는 큰 무대에 도전해보고 싶었다. 만약 LPGA 투어에 진출한다면 세계 랭킹 1위도 노려보겠다"면서 "물론 힘들겠지만 지금도 (별다른 활약을 하지 못했던 KLPGA) 루키 시즌에는 생각도 할 수 없었던 성과를 이뤘다. 불가능한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고 다부진 각오를 밝혔다.
통산 5승을 거둔 이소미는 "1년 동안 준비해왔기에 오히려 기대된다. 덤비지 않고 조심스럽게 시작하겠지만 기회가 오면 과감하게 경기하겠다. 좋은 성적으로 합격해 꼭 미국 무대에 진출하고 싶다"고 밝혔다. 지난해 두산 매치플레이 챔피언십에서 데뷔 첫 승을 따낸 뒤 올해 우승 없이 준우승 2차례, 3위 1차례를 기록한 '조용한 강자' 홍정민도 결전의 순간만을 기다리며 칼을 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