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2020년 실망스러운 행보를 거듭한 끝에 겨우 9위로 시즌을 마감한 SSG는 그 힘들었던 시기의 대가로 2022년 신인드래프트에서 모처럼 앞 순위에 위치했다. 전국 단위 1차 지명권을 가진 가운데 당시 SSG의 선택은 지역 연고인 인천고 출신으로 즉시전력감 평가를 받았던 사이드암 윤태현(20)이었다.
윤태현의 가능성이 주머니를 뚫고 나와 의사 결정권자들에게 선을 보이기까지는 그렇게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2022년 제주 전지훈련 당시 잠시 선을 보일 차 1군 전지훈련에 견학을 온 윤태현은 김원형 전 감독으로부터 호평을 받으며 2군으로 돌아가지 않고 그대로 1군에 눌러앉았다. 연습경기와 시범경기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무엇보다 공의 움직임이 일품이었고, 제구도 괜찮았다.
그러나 팀 내 투수 중 최고 유망주라는 윤태현은 더 이상 빛나지 못했다. 2022년 개막 엔트리 합류가 예정되어 있었으나 갑작스럽게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덫에 걸렸다. 몸의 회복과 격리 기간을 거친 윤태현의 밸런스는 완전히 망가져 있었다. 그렇게 2022년을 허송세월했다. 2023년 전지훈련에 합류할 정도로 여전한 기대를 모았으나 많은 게 무뎌져 있었다.
SSG 육성 관계자들은 "윤태현의 폼을 인위적으로 건드리지 않았다"고 강조한다. 팀 차원에서 많이 만졌다는 의혹을 정면 반박한 것이다. 그럼에도 윤태현의 투구 밸런스는 좀처럼 정상을 찾지 못했다. 바이오메커닉스 프로그램 등을 두루 거치는 등 구단도 공을 들였지만, 시즌 끝까지 정상화되지 못한 채 또 허무하게 1년이 흘렀다. 윤태현도 아마추어 시절 은사까지 찾아가 조언을 구하는 등 안간힘을 썼으나 크게 달라진 것은 없었다.
그렇게 윤태현은 입대를 선택했다. 가장 빨리 군에 다녀올 수 있는 방법인 현역을 택했다. 아직 어린 나이인 만큼 훗날을 기약한 뒤 국군체육부대(상무) 복무를 노려보는 방법도 있었지만 일단 군 문제를 빨리 해결하기로 했다. 심신을 추스른 뒤 2026년을 염두에 두고 다시 차근차근 모든 것을 만들어가야 할 처지다. 근래 뽑은 신인 선수 중 가장 즉시전력감에 가깝다는 평가를 받은 윤태현은 2년간 1군 3경기, 2군 18경기 출전 기록만 남긴 채 훗날을 기약했다.
윤태현의 육성 실패는 SSG 육성 시스템이 여전히 난맥과 마주하고 있다는 것을 상징한다. 근래 들어 퓨처스팀(2군) 선수들의 환경을 개선하는 등 여러 노력을 기울였지만 그것이 1~2년 내 갑자기 성과로 드러날 일은 없다. 올해 이로운 송영진이 등장하기는 했으나 타 팀의 유망주들과 견줘 아주 뛰어난 성적을 낸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상위 라운드 지명자들이 1군에서 자리를 잡지 못하는 시기가 길어지면서 세대교체 시점을 놓쳤다는 비판이 나온다.
그런 측면에서 각각 군 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외야수 김창평(23)과 내야수 김성민(22)은 SSG 육성 시스템이 앞으로 원활하게 흘러갈 것인지를 가늠할 수 있는 바로미터가 될 수 있다. 두 선수 모두 고교 시절 동 포지션에서 가장 뛰어난 선수들 중 하나로 뽑혔다. 피 같은 상위 라운드 지명권을 쓴 선수들이기도 하다. 김창평은 2019년 2차 1라운드(전체 6순위), 김성민은 2020년 2차 2라운드(전체 20순위) 지명 선수다. 가지고 있는 재능 자체는 SSG뿐만 아니라 타 구단 스카우트들도 인정할 만큼 좋았다.
하지만 군 복무 전 뭔가를 보여주지 못했다는 공통점이 있고, 결국 김창평은 공익근무요원으로, 김성민은 현역으로 군 복무를 했다. 상무에 못 갔을 정도로 1‧2군에서 크게 보여준 게 없었다. 다행히 입대 시점이 늦지 않았고, 아직 20대 초반인 나이로 이제 야구에만 전념할 수 있다는 건 다행이다.
지난달 24일 끝난 가고시마 유망주 캠프에서 두 선수는 의욕적으로 훈련에 임했다. 이제 더 이상 도망갈 곳이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김창평은 올해 강화 훈련 시설에서 꾸준하게 훈련을 하며 몸을 만들었다. 몸도 키웠고, 타격폼도 살짝 수정했다. 포지션도 내야에서 외야로 바꿨다. 장점인 공격을 살리기 위해서다. 현역병이라 훈련 시간이 없었던 김성민도 제대 직후 강화로 합류해 컨디션을 끌어올렸다. 가고시마 캠프가 너무 갑작스럽기는 했지만 그래도 큰 부상 없이 캠프를 마무리해 기대를 키웠다.
구단 관계자들은 가고시마 캠프 당시 "확실히 치는 결이 다르기는 하다"면서 두 선수의 재능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는 것에 대해 안도감을 내쉬었다. 김창평은 외야 수비에 적응하면서 장점인 타격을 끌어올리는 게 과제다. 김성민은 손시헌 퓨처스팀 감독이 공격적인 재능에서 높은 평가를 내리고 있다. 원래 포지션인 유격수는 물론, 2루수와 3루수, 심지어 1루수까지 여러 방면에서 문을 열어놓은 채 가능성을 실험할 태세다. 두 선수가 1~2년 내에 자리를 잡지 못한다면 SSG의 세대교체는 문자만 남은 구호일 수밖에 없다. 돌아온 최고 유망주들의 2024년이 주목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