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훈(180cm, G)이 KT 복귀 후 첫 승을 신고했다.
수원 KT는 지난 24일 안양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23~2024 정관장 프로농구 정규리그에서 안양 정관장을 94-85로 꺾었다. 3연패의 위기에서 벗어났다. 7승 5패로 공동 2위 창원 LG-서울 SK(8승 4패)와의 간격을 1게임 차로 좁혔다.
KT는 2021~2022시즌 우승 후보로 꼽혔다. 선수층도 두터웠지만, 확실한 에이스의 존재가 컸다. 허훈이었다. 허훈이라는 해결사가 있었기 때문에, KT가 4강 플레이오프에 직행할 수 있었다.
그러나 KT는 4강 플레이오프에서 고배를 마셨다. 그리고 허훈은 2021~2022시즌 종료 후 입대했다. 허훈 없는 KT는 2022~2023시즌 고전했다. 플레이오프조차 나서지 못했다. 허훈은 상무에서 팀의 어려움을 바라봐야 했다.
그리고 KT는 절치부심했다. 전력 보강에 더 열성이었다. 공격에 능한 패리스 배스(200cm, F)를 1옵션 외국 선수로 영입했고, KBL 최고의 수비수로 꼽히는 문성곤(195cm, F)을 FA(자유계약) 시장에서 영입했다.
게다가 허훈이 지난 15일 제대했다. KT는 ‘허훈-문성곤-배스’를 모두 기용할 수 있었다. 그렇지만 허훈은 제대 후 2경기를 모두 졌다. 복귀전에서는 26점 4어시스트 3스틸에 2개의 리바운드로 맹활약했지만, 지난 21일 원주 DB전에서는 4점 5어시스트 1스틸에 그쳤다.
그리고 정관장을 만났다. 허훈한테 중요한 경기다. DB전의 부진을 만회하고, 제대 후 첫 승도 해야 하기 때문. 게다가 정관장의 에이스로 떠오른 박지훈(184cm, G) 역시 제압해야 한다.
허훈은 스타팅 라인업에 포함되지 않았다. 하지만 먼저 들어간 정성우(178cm, G)가 전투력을 보여줬다. 공격 리바운드와 엔트리 패스로 패리스 배스의 득점을 도왔다. KT는 허훈 없이도 정관장과 비슷한 분위기를 형성했다. 25-26으로 1쿼터를 마쳤다.
허훈은 2쿼터에 나섰다. 문성곤-마이클 에릭(210cm, C)과 함께 삼각편대 형성. 2대2 혹은 볼 없는 움직임에 이은 침투 패스로 동료들의 기를 살렸다. 2쿼터 시작 3분도 지나지 않아, 3개의 어시스트. 공격이 살아난 KT는 37-30으로 상승세를 탔다.
허훈의 진정한 가치는 ‘공격형 가드’다. 득점을 필요로 하는 타이밍에 득점할 수 있다. 정관장의 추격 흐름에 3점 3개로 찬물을 끼얹었다.
그 후에는 스크린 동작으로 정관장의 팀 파울을 누적시켰다. 또, 자신의 매치업인 박지훈(184cm, G)은 물론, 렌즈 아반도(188cm, F)의 돌파와 대릴 먼로(196cm, F)의 점퍼도 방해. 넓은 수비 범위도 보여줬다.
허훈은 패리스 배스(200cm, F)와도 합을 맞췄다. KT의 미래를 위해 꼭 필요한 일이었다. 허훈과 배스의 강점이 어우러져야, KT가 더 강해질 수 있기 때문. 그래서 허훈은 배스의 찬스도 많이 살폈다. 달라진 팀원과 시너지 효과를 내려고 했다.
허훈이 조율에 집중하자, 배스가 자기 공격에 더 적극적이었다. 자기 찬스에서 3점을 던졌고, 볼 없이 파고 드는 동작으로 리버스 레이업을 성공했다. 파울로 추가 자유투까지 얻었다. 허훈의 찬스 창출은 KT의 14점 차 우위(57-43)에 기여했다.
다만, 14점 차는 그렇게 크지 않은 점수 차. KT가 조금이라도 방심하면, KT와 정관장의 경기 흐름은 알 수 없다. 3쿼터 초반에 투입된 선수들의 역할이 중요했다.
허훈도 이를 알고 있었다. 문성곤의 공격 리바운드 참가를 앨리웁 패스로 연결했고, 앨리웁 패스를 이어받은 에릭은 골밑에서 마무리했다. 그리고 허훈의 킥 아웃 패스는 최창진(184cm, G)의 점퍼로 귀결됐다. KT가 3쿼터 한때 61-43으로 달아났던 이유였다.
그러나 변수가 발생했다. 수비 공헌도가 높았던 문성곤이 3쿼터 시작 3분 37초 만에 4번째 파울을 범한 것. 문성곤의 활동량이 떨어지다 보니, KT의 수비와 리바운드가 확 가라앉았다. KT가 63-53으로 쫓겼던 이유.
그때 허훈이 또 한 번 나섰다. 실점 후 빠르게 전개. 오른쪽 윙에서 긴 스텝으로 스핀 무브한 후, 레이업으로 득점 성공. 한 자리 점수 차를 원했던 정관장에 12점 차 우위를 선사했다. 점수는 65-53.
KT 벤치는 허훈을 벤치로 불렀다. 정성우(178cm, G)와 최창진, 데이브 일데폰소(192cm, G) 등 백업 가드진에게 허훈을 대신토록 했다. 이들 모두 높은 에너지 레벨과 투지로 허훈의 자리를 대체했다.
그리고 허훈이 3쿼터 종료 9초 전 코트로 다시 나섰다. 마지막 공격을 위해서였다. 최성원(184cm, G)의 자유투 실패를 이어받은 후, 빠르게 전진. 정관장 림까지 접근한 후, 레이업을 성공했다. 정관장의 추격 분위기를 한껏 가라앉혔다. 점수는 77-63이었다.
허훈은 여유로웠다. 정관장의 추격에도, 개인기와 드리블, 슈팅 밸런스를 보여줬다. 4쿼터 시작 1분 20초 만에 80-65로 달아나는 3점 성공. 정관장의 힘을 더 빼놓았다.
경기 종료 7분 10초 전에는 정관장에 치명상을 안겼다. 정관장의 턴오버를 확인한 후, 왼쪽 윙까지 질주. 문성곤의 패스를 받은 후에도 한참을 기다렸다. 밸런스를 맞춘 후 여유롭게 슈팅. 허훈의 3점은 83-67이 됐다.
16점 차로 달아난 KT는 3연패의 위기에서 벗어났다. 허훈은 KT 복귀 후 첫 승을 신고했다. 그리고 KT의 왕임을 증명했다. ‘남다른 공격 지배력’이 그 이유였다.
[양 팀 주요 기록 비교] (KT가 앞)
- 2점슛 성공률 : 약 68%(27/40)-약 51%(21/41)
- 3점슛 성공률 : 약 38%(12/32)-약 32%(9/28)
- 자유투 성공률 : 약 67%(4/6)-약 70%(16/23)
- 리바운드 : 39(공격 11)-32(공격 14)
- 어시스트 : 27-16
- 턴오버 : 12-9
- 스틸 : 5-7
- 블록슛 : 3-3
- 속공에 의한 득점 : 6-5
- 턴오버에 의한 득점 : 15-19
[양 팀 주요 선수 기록]
1. 수원 KT
- 허훈 : 25분 28초, 19점(3점 : 5/11) 4어시스트 1리바운드
- 패리스 배스 : 28분 17초, 17점(2점 : 7/12) 8리바운드(공격 1) 2스틸 1어시스트 1블록슛
- 마이클 에릭 : 10분 28초, 15점(2점 : 7/9) 3리바운드(공격 1)
- 한희원 : 27분 1초, 14점(3점 : 4/7) 4리바운드 2어시스트 2스틸
2. 안양 정관장
- 대릴 먼로 : 32분 55초, 18점(2점 : 5/7, 3점 : 2/3) 7리바운드(공격 3) 5어시스트 2스틸
- 렌즈 아반도 : 33분, 13점 5리바운드(공격 4) 1스틸
- 정효근 : 25분 5초, 11점 6리바운드(공격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