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인(22, 파리 생제르맹)이 한글 유니폼을 입고 그라운드를 누볐다. 공격 포인트는 없었지만 위협적인 움직임으로 파리 생제르맹 팀 승리를 이끌었다.
파리 생제르맹은 3일(한국시간) 프랑스 르아브르 스타데 오세안에서 열린 2023-24시즌 프랑스 리그앙 14라운드에서 르아브르를 만나 2-0으로 이겼다. 이날 승점 3점을 가져오면서 리그 선두 입지를 공고히 다지게 됐다.
파리 생제르맹은 리그에서 흐름을 유지할 필요가 있었다. 초반엔 주춤했지만 점점 경기력을 올리면서 선두 레이스에 들어갔다. 하지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에서 '죽음의 조'에 들어가 치열한 경쟁 중이다. 주중 뉴캐슬 유나이티드와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5차전에서 무승부로 16강 진출 가능성을 살렸기에 리그에서 승점을 잃으면 분위기가 떨어질 수도 있었다.
파리 생제르맹은 르아브르 원정길에서 한글 유니폼을 입었다. 경기 전 파리 생제르맹은 "이강인이 우리 팀으로 이적한 이후 한국 축구 팬 관심이 높아지는 걸 확인했다. 파르크 데 프랭스 홈 구장과 인터넷을 통해 팬들의 유입이 증가하는 걸 확인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팔로워도 마찬가지"라며 고무적인 반응이었다.
루이스 엔리케 감독은 챔피언스리그에 이어 르아브르 원정에서도 이강인을 선발로 내보냈다. 이강인은 음바페, 뎀벨레, 하키미 등과 호흡하며 파리 생제르맹 공격을 이끌었다.
파리 생제르맹은 경기 초반부터 예기치 않은 상황을 마주했다. 킥오프 휘슬이 울리고 5분 만에 미드필더 파비앙 루이스가 어깨 쪽 통증을 호소했다. 엔리케 감독은 급하게 마누엘 우가르테를 투입해 대응했다.
객관적인 전력에선 앞섰지만 전반 10분 만에 철렁한 순간을 만나기도 했다. 르아브르가 롱 볼로 파리 생제르맹 빈 틈을 공략했는데 박스 안에서 공중볼 다툼을 유도했다. 다닐루 페레이라와 노르디 무키엘레의 깔끔하지 못한 수비로 득점 기회를 내주게 됐다.
후방에서 실수로 골키퍼와 1대1 상황이 될 뻔 했다. 잔루이지 돈나룸마 골키퍼가 다급하게 뛰어나와 르아브르 공격을 막아내려고 했지만 파울이 선언됐다. 주심은 돈나룸마 수비가 과격하다고 판단했고 레드카드를 뽑아 들었다. 엔리케 감독은 10분 만에 교체 카드 두 장을 쓰며 예상과 다른 경기 운영을 했다.
파리 생제르맹은 한 명이 부족한 상황에서 경기했다. 하지만 전방에서 화력은 여전히 인상적이었다. 이강인, 뎀벨레, 음바페 조합이 연계 플레이를 보였다. 전반 23분 이강인이 상대 볼을 따내 역습의 키를 쥐었다. 박스 근처까지 유려한 돌파로 뚫어낸 이후 뎀벨레에게 볼을 넘겼다. 뎀벨레는 좋은 위치에 있던 음바페에게 볼을 전달했고, 음바페가 짧은 퍼스트 터치 이후 골망을 뒤흔들며 선제골을 넣었다.
선제골에 기여한 이강인은 가벼운 몸 놀림을 보였다. 하키미가 돌파 이후 음바페에게 볼을 전달했다. 음바페는 이강인 위치를 체크했고 감각적인 패스를 내줬다. 이강인이 직접 볼을 몰고 달려가 슈팅까지 했는데 르아브르 수비에 막혀 공격 포인트를 기록하진 못했다.
파리 생제르맹은 전반전 한 골 리드를 잡은 이후 후반전에도 매섭게 몰아쳤다. 르아브르도 위협적이었지만 역습으로 되받아쳐 득점을 노렸다. 한 명이 부족한 상황에 체력적인 열세가 있었는데, 르아브르에게 볼 점유율을 내줘도 후방에서 단단한 수비력을 보였다.
엔리케 감독은 후반 막판까지 이강인을 활용했다. 뎀벨레, 노르디 무키엘레, 카를로스 솔레르가 벤치로 돌아갔지만 이강인은 음바페 등과 함께 그라운드를 누볐다. 이어 뤼카 에르난데스, 랑달 콜로 무아니, 밀란 슈크리니아르가 피치 위에 들어와 호흡했다.
파리 생제르맹은 정규 시간이 끝나기 1분 전 쐐기골을 장식했다. 비티냐가 오른발 슈팅으로 르아브르 골문을 조준했는데 수비에 맞고 굴절됐다. 하지만 골키퍼가 움직일 수 없는 방향으로 빨려 들어가 골망을 뒤흔들었다. 르아브르는 경기 종료 직전 만회골을 위해 달렸지만 파리 생제르맹 방어막을 뚫어낼 수 없었다.
엔리케 감독에겐 안도의 승리였다. 경기 이후 인터뷰에서 "선수들이 자랑스럽다. 우리 팀의 방식과 적응력이 놀랍다. 정신력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한 명이 부족했지만 평소처럼 아름다운 플레이였다. 수비도 좋았다. 우리 팀은 지공과 역습을 모두 할 수 있는 유일한 팀이다. 물론 오늘 플레이가 완벽하게 마음에 들진 않지만 두 가지 방법이 있다는 것도 보여줬다"라고 칭찬했다.
이강인은 이날 파리 생제르맹에서 두 번째 풀타임을 뛰었다. 첫 번째 풀타임은 항저우 아시안게임과 10월 대표팀 평가전이 끝난 후 스트라스부르(9라운드)전이었다. 당시 풀타임으로 팀 공격에 활력을 불어 넣었고, 파리 생제르맹은 3-0으로 이겼다.
르아브르전에선 음바페 등과 호흡하며 패스 성공률 89%를 기록했다. 드리블 성공은 3회였다. 축구통계매체 '풋몹'에 따르면 평점은 7.0점이었다. 파리 생제르맹에서 가장 높은 평점을 받은 선수는 비티냐(8.6점)였다.
프랑스 현지 시선은 어땠을까. 90min 프랑스판은 "엇갈린 활약이었다. 공격 전환시 유용한 모습이 있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잠잠했다. 후반전엔 체력이 부족했을 수도 있다"라며 평점 5점을 줬다. 또 다른 매체 레키프도 이강인에게 평점 5점을 부여했다.
하지만 이강인 헌신에 주목한 쪽도 있었다. 프랑스 풋 메르카토는 "음바페 득점에서 이강인의 돌파가 있었다. 후반전 늦은 시간에도 실수를 만회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볼 소유권을 지키는데 집중했다. 이강인은 특정 시간에 파리 생제르맹이 활력을 느낄 수 있도록 도왔다. 엔리케 감독이 그에게 믿음을 주고 있다. 이강인은 자신보다 팀을 더 생각한다. 이번에도 팀을 위해 자신을 희생했다"라며 평점 6점을 줬다.
다른 매체들도 "음바페의 선제골 장면처럼, 이강인은 끊임없이 전진하려고 했다. 압박 상황에서 볼을 지키는 능력이 있다. 파리 생제르맹이 숨을 돌릴 틈을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했다"라고 잔잔하게 박수를 보냈다.
이강인은 르아브르전이 끝난 이후 "어려운 경기였지만, 실점하지 않고 이겼다. 수비가 탄탄했다. 기회를 통해 필요한 골을 넣을 수 있었다. 한 단계 성장할 수 있는 훌륭한 팀 플레이였다. 매우 행복하다"라고 말했다.
이강인은 점점 파리 생제르맹 주전급 선수로 도약하고 있다. 킬리안 음바페, 우스만 뎀벨레, 비티냐와 경쟁하며 파리 생제르맹 이후 이달의 골 후보에 올랐는데, 파리 생제르맹 공식 홈페이지에 따르면 이들을 넘고 파리 생제르맹 11월 이달의 골을 차지했다.
파리 생제르맹 구단을 넘어 프랑스 리그앙까지 이강인 활약을 주목했다. 11월 이달의 골을 발표한 이후 "숨겨진 슈퍼스타다. 파리 생제르맹 유니폼 판매 순위에서 음바페를 추월했다. 파리 시민들은 잘 모를수도 있겠지만, 이강인은 파리 생제르맹의 진정한 슈퍼스타가 되고 있다. 한국 축구 팬들은 파리 생제르맹 경기와 이강인을 보기 위해 파리를 방문하고 있다"라고 반응했다.
이강인은 파리 생제르맹에 합류해 "내가 파리 생제르맹 역사상 첫 번째 한국인이라는 게 자랑스럽다. 우승 트로피를 향한 열망이 크다. 오른쪽, 왼쪽 윙어를 뛸 수 있는 미드필더다. 팀에 보탬이 되고 싶고, 승리에 도움이 되고 싶다. 빨리 파리 생제르맹과 모험을 하고 싶다. 모든 경기에서 이기고 가능한 많은 우승을 하도록 돕고 싶다. 어렸을 때부터 알고 있던 팀이다. 한국을 대표해서, 파리 생제르맹을 대표해서 뛰겠다. 난 볼을 편안하게 다룰 줄 아는 선수다. 경기장에서 항상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말했다.
최근에 활약만 보면 파리 생제르맹 입단 인터뷰에서 각오를 그라운드 위에서 보여주고 있다. 부상과 항저우 아시안게임 차출을 제외하면 파리 생제르맹 대부분 경기에서 선발로 음바페, 곤살로 하무스 등과 호흡했다.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에서도 입지를 넓히고 있다. 조별리그 4차전까지 교체로 그라운드를 밟았지만, 뉴캐슬 유나이티드와 조별리그 홈 경기에서 커리어 두 번째 선발 출전을 했다. 82분 동안 뛰었던 이날 경기에서 파리 생제르맹은 막판에 천금골로 1-1 무승부를 거두며 16강 진출 가능성 불씨를 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