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제골 후 동점을 허용하는 자책골. 그리고 어시스트. 손흥민(31·토트넘)은 이날 천국과 지옥을 오갔다.
손흥민은 4일 영국 맨체스터 에티하드 스타디움에서 맨체스터 시티(이하 맨시티)와 벌인 2023-2024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14라운드 원정경기에 선발 출전, 1골1도움을 기록했다. 토트넘은 난타전 끝에 3대3으로 비겼다.
선제골 주인공은 손흥민. 그는 전반 6분 데얀 쿨루세브스키(23·스웨덴)가 앞으로 건넨 공을 따라 쇄도한 뒤 오른발로 골 그물을 갈랐다. ‘맨시티 킬러’다운 면모였다. 이날 경기 전까지 맨시티 상대 공식전 17경기에서 7골을 넣었던 손흥민은 기록을 8골로 늘렸다. 올 시즌 리그 9골을 넣은 손흥민 득점 순위는 3위.
손흥민의 기쁨은 3분을 채 넘기지 못했다. 전반 9분 상대가 올린 프리킥이 손흥민 허벅지를 맞고 골문 안으로 빨려 들어간 것. 선제골 이후 137초 만에 터진 자책골이었다. EPL 경기에서 한 선수가 첫 10분 안에 골과 자책골을 모두 기록한 건 역대 두 번째이자, 1999년 이후 처음이다.
토트넘은 이후 전반 31분 상대 필 포든(23·잉글랜드)에게 역전골을 허용했다. 1-2로 밀리던 후반 24분, 손흥민은 다시 공격 포인트를 작성했다. 손흥민이 내준 공을 조바니 로셀소(27·아르헨티나)가 잡아 자리를 고른 뒤 페널티 박스 바로 밖에서 왼발로 골 망을 갈랐다. 이날 두 번째 동점.
토트넘은 후반 36분 맨시티 잭 그릴리시(28·잉글랜드)에게 다시 골을 허용했다. 그러자 전반에 손흥민 골을 도왔던 쿨루세브스키가 나섰다. 그는 후반 45분 측면 크로스를 어깨로 받아 그물을 가르는 행운의 골을 작성했다. 이후 추가 골은 터지지 않았고 양 팀은 승점 1씩 나눠 가졌다. 손흥민과 쿨루세브스키는 나란히 1골1도움을 기록했다. 경기 후 손흥민은 EPL 사무국 선정 경기 최우수 선수에 올랐다.
최근 3연패를 당한 토트넘은 연패를 끊어내는 걸로 만족해야 했다. 토트넘은 개막 10경기 무패(8승2무)를 달렸으나 11라운드 첼시전 1대4, 12라운드 울버햄프턴전 1대2로 패한데 이어 13라운드 애스턴 빌라전에서도 1대2 패했다. 모두 선제골을 넣은 뒤 역전패했다. EPL 역사상 선제골 후 역전패를 4경기 연속으로 당한 팀은 없다. 토트넘은 극적 무승부로 불명예 기록 작성을 피했다. 8승3무3패(승점 27) 토트넘은 5위를 유지했다. 맨시티(9승3무2패·승점 30)는 3위다.
경기 후 손흥민이 팬들을 향해 박수를 보내는 모습./로이터 뉴스1
토트넘 입장에선 행운도 따른 경기였다. 전반 상대 슈팅은 연달아 골대를 강타했고, 맨시티 골잡이 엘링 홀란(23·노르웨이)은 손쉬운 득점 기회를 두 번이나 놓쳤다. 초반 격차가 벌어졌다면 토트넘은 추격 의지를 잃을 수 있었지만 마지막까지 맨시티를 따라가는 경기 양상이 빠르게 펼쳐졌다. 토트넘은 오는 8일 웨스트햄과 리그 홈경기를 치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