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K리그 대상 시상식에 참석한 인천 제르소와 김도혁의 모습. 제르소는 베스트11 왼쪽 미드필더로 선정돼 인천 소속으로는 유일하게 이름을 올렸다. 함께 기념촬영을 하는 두 선수의 모습. 사진=인천
‘창단 20주년’ 인천 유나이티드의 시즌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시즌 최종전을 앞둔 인천의 김도혁과 제르소는 “결과도, 내용도 가져오고 싶다”라고 힘줘 말했다. 무대는 오는 13일 열리는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조별리그 최종전이다.
지난 2003년 창단한 인천은 팀 20주년을 맞이해 최고의 시즌을 기대했다. 조성환 인천 감독이 내세운 목표는 FA컵 우승·리그 3위·ACL 본선 진출 등이었다.
결과적으로 인천은 FA컵 4강, 리그 5위로 목표치에 조금씩 밑도는 성적표를 받았다. 리그에선 시즌 초반 부진이 뼈아팠고, FA컵에선 전북 현대에 무릎을 꿇으며 아쉬움을 삼켰다.
하지만 실망감에 빠질 여유는 없었다. 선수들은 여전히 최고의 마무리를 위해 ‘다음 경기’를 바라보고 있었다. 지난 4일 K리그 대상 시상식에서 취재진과 마주한 김도혁과 제르소는 “아직 한 경기 남았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인천은 오는 13일 필리핀 마닐라의 리샬 기념 경기장에서 카야FC(필리핀)와 2023~24시즌 ACL 조별리그 G조 6차전에서 시즌 마지막 경기를 치른다. ACL에서 16강 토너먼트에 진출하는 건 5개 조 1위 팀과, 2위 중 성적 좋은 3개 팀이다. 2위 인천은 3위 요코하마 F.마리노스(일본)와 전적이 같아 승점 9로 동률이지만, 상대 전적에서 2승을 수확해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인천의 최종전 상대는 ‘5전 전패’ 카야인 만큼 더욱 16강 진출 가능성에 청신호가 켜진 상태다.
변수는 요코하마가 1위 산둥 타이산(중국)을 꺾고, 인천도 카야를 꺾어 3팀이 3자 동률이 되는 경우다. 세 팀이 승점 12, 세 팀 간 승자승에서도 2승 2패로 팽팽히 맞서게 된다. 이 경우 세 팀 간 맞대결 득실차와 다득점 등을 따져 순위를 결정한다.
커리어 처음으로 대상 시상식에 참석한 김도혁은 “인천에 오랫동안 뛰면서 이런 날이 올 줄 몰랐다. 팀이 이렇게 좋아질 줄도 몰랐다. 항상 강등 걱정만 하고, ‘팀을 구해내겠다’라는 마음만 있었다”라고 돌아보며 “올해 너무 뜻깊은 시즌이었다. 인천 팬들의 환호성을 잊을 수 없다. 더 큰 꿈과, 목표가 생긴 것 같다. 휴가가 짧아지기도 했지만, 오히려 더 좋은 성적을 내고 싶다는 욕심이 생긴다. 올해 놓친 부분을 내년에는 꼭 이뤄내고 싶다”고 다짐했다.
제르소 역시 “다 같이 팀으로 뭉쳤기 때문이 어려움을 이겨내고 좋은 시즌을 보낸 것 같다”면서 “우리에게는 아직 ACL 16강 진출에 대한 가능성이 남아있다. 우리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온 힘을 다해야 한다. 우리는 좋은 선수들을 갖추고 있고, 더 높은 목표를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제르소는 베스트 11 왼쪽 미드필더 부문에 이름을 올리며 올 시즌 활약을 인정받았다. 김도혁은 시상식 전 제르소의 수상 가능성을 점치면서 “무조건 탈 것”이라고 응원했는데, 그의 바람이 실현됐다. 웃음 속에 시상식을 마친 두 선수는 오는 13일 필리핀 원정 경기에서 유종의 미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