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메이저리그 복귀에 미련을 가진 것으로 알려진 찰리 반즈 ⓒ롯데자이언츠 ▲ KBO리그를 폭격하고 미국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큰 에릭 페디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에릭 페디(30‧NC)는 2023년 KBO리그 최고의 선수였다. 자타가 공인하는 정규시즌 최우수선수(MVP) 수상이 이를 증명한다. 어린 시절부터 메이저리그에서도 손에 꼽히던 재능이 처절한 자기 개발을 거쳐 리그에 적응했을 때 어떤 환상적인 결과가 나올 수 있는지를 잘 보여줬다.
페디는 시즌 30경기에서 180⅓이닝을 던지며 20승6패 평균자책점 2.00, 209탈삼진을 기록하며 KBO리그 외국인 선수 역사상 길이 남을 '트리플크라운'을 달성했다. 현장 평가는 성적 이상으로 좋았다. 모두가 "역대급 외국인 선수가 왔다"면서 페디를 경외의 눈빛을 쳐다 볼 정도였다. 인성도 좋았고, 팀 적응도 좋았던 결과 최고의 성적과 함께 시즌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그런 페디를 잡기 위해 NC는 가진 돈을 탈탈 털 기세다. KBO리그 외국인 선수 연봉 상한은 기본 400만 달러다. 선수의 연차가 1년씩 쌓일 때마다 10만 달러가 추가된다. 즉, NC가 내년 세 명의 외국인 선수에게 쓸 수 있는 돈은 페디를 잡는다는 가정 하에 410만 달러다. NC는 다년 계약에 연간 200만 달러 이상의 연봉을 제안한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현실적인 상황에서 NC가 할 수 있는 최선은 다하고 있다.
페디 측도 이런 NC의 사정을 십분 이해하면서도 일단 시간을 달라고 회신한 것으로 알려졌다. 메이저리그 복귀가 우선이기 때문이다. 2014년 워싱턴의 1라운드(전체 18순위) 지명을 받고 화려하게 메이저리그 무대에 등장한 페디는 2017년 빅리그에 데뷔해 통산 102경기(선발 88경기)에 뛰며 21승을 거둔 선수다. 지난해 부진으로 일시적인 한국행을 택했으나 역시 시선은 메이저리그에 꽂혀 있다.
페디는 이미 메이저리그 구단들로부터 관심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4일(한국시간) 시작된 메이저리그 윈터미팅이 끝나면 자유계약선수(FA) 시장의 선발 최대어, 그리고 트레이드 시장의 선발 최대어들의 윤곽이 대략적으로 드러날 전망이다. 페디는 그 후 틈새를 노릴 수 있는 대표적인 선수로 뽑힌다. 일각에서는 KBO리그 외국인 투수 역수출 역사상 첫 보장 총액 1000만 달러 가능성도 제기된다. 최근 메이저리그 투수들의 시세를 고려하면 충분히 가능하다는 전망도 나온다.
그런데 이런 고민은 NC만이 아니다. 지리적인 측면에서 '옆집'이라고 할 수 있는 롯데도 비슷한 고민에 빠질 위기다. '우승 청부사' 김태형 감독을 영입하며 윈나우 모드에 들어간 롯데는 올해 활약했던 두 외국인 투수, 찰리 반즈(28)와 애런 윌커슨(34)을 모두 잡는다는 방침이다. 실제 윌커슨은 일찌감치 재계약에 골인했다. 두 선수의 성적이 페디만큼의 S급은 아니지만, 메이저리그 투수 시장의 수급 상황을 고려하면 이만한 투수들을 찾기 힘들다는 판단이다. 모험보다는 안정을 택하는 측면도 있다.
문제는 반즈다. 2022년 롯데에 입단한 반즈는 두 시즌 동안 61경기에서 23승22패 평균자책점 3.46을 기록하며 뛰어난 KBO리그 성적을 남겼다. 지난해 186⅓이닝, 올해 170⅓이닝을 소화하는 등 큰 부상 없이 성실하게 던진 것도 플러스 점수다. 올해 전반기 부진하며 교체설이 도는 등 위기에 빠지기도 했으나 후반기 14경기에서 6승4패 평균자책점 2.05로 화려하게 반등하며 롯데는 재계약 의사를 굳혔다. 시장에 반즈보다 경력이 더 화려하고 고점이 높은 투수는 있다. 그러나 적응 문제도 있고, 반즈는 검증이 된 카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