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서울 잠실 롯데호텔월드에서 열린 2023년 하나원큐 K리그 대상 시상식에 참석한 득점왕 주민규(울산 현대)는 취재진과 질의응답을 마친 뒤 이정효 광주FC 이정효 감독에게 향했다.
취재진과 대화하던 이 감독은 주민규를 반가운 얼굴로 맞이했다. "할 이야기가 있다"며 주민규를 옆에 앉힌 이 감독은 "계약 언제 끝나느냐"라고 물었다.
이 감독의 말에 '빵 터진' 주민규는 "2년 남았다"며 "감독님이 재계약해서 오래 있을 것 같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에 이 감독은 "오래 있어라"고 답했다.
계속해서 이 감독은 "어제 경기하는데 네 생각이 나더라. 우리 애들 좀 가르쳐 달라"며 "정말 잘한다"고 덕담했다.
주민규를 햔한 '러브콜'엔 이 감독의 고민이 담겨 있다. 이 감독이 이끄는 광주는 이번 시즌 승격팀으로서 강등권 전력이라는 예상을 깨고 3위로 시즌을 마쳤다.
이런 팀을 지휘하는 이 감독이 갖고 있는 고민은 득점력이다. 광주는 팀 실점이 35점으로 리그에서 가장 적은 반면 팀 득점은 47골로 3위. 울산은 팀 실점이 42점으로 광주보다 많은 데에도 팀 득점이 63점으로 파이널 A 팀들을 압도하며, 17골로 득점왕에 오른 주민규가 그 중심에 있었다. 반면 광주FC는 외국인 선수 아사니가 8골로 팀 내 최다 득점자이며 국내 선수로는 공격수로는 이건희가 5골로 가장 많은 골을 넣었다.
이 감독은 이날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이번 시즌 가장 어려웠던 순간'을 묻는 말에 "지난 여름 7경기 동안 승리가 없었을 때"라고 답했다.
"내 소신 대로 밀고 나갔는데 골이 안 나왔다. 어떻게 보면 지금도 똑같다. 4경기째 승리가 없다. 4경기에서 5골 허용했는데 2골밖에 못 넣었다. 골이 안 나는 부분이 가장 고민이다. 기회는 만드는데 골이 안 난다"말했다.
이 감독이 말한 대로 광주가 이번 시즌 기록한 슈팅은 465회로 466회인 울산보다 고작 1개 적다. 그러나 유효 슈팅이 172개와 197회로 차이가 크다. 울산보다 골 결정력 있는 선수가 적었다고 결론지을 수 있는 기록이다.
"골은 더 이상 감독이 만들 수 없는 영역이라고 하는데, 그것까지도 만들어 줘야 하지 않나 이런 생각이 많이 든다. 파이널 서드 지역에서 슈팅 지역까지 계속 디테일하게 잡아 주고 있다. 한 발자국, 두 발자국, 그 다음에 볼 받기 전에 어디를 봐야 한다, 그것까지도 잡아주고 있다. 계속 하다보면 (선수들이 지시 수행을) 완벽하게 하지 않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광주는 다음 시즌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엘리트(ACLE)까지 출전한다. 기존 K리그1 팀들이 광주에 적응을 마쳤고 챔피언스리그에선 일본 중국 등 수준 높은 구단들과 상대해야 한다. 전술을 가다듬는 것은 물론이고 빽빽한 일정 속에서 선수단을 효율적으로 로테이션해야 한다는 과제가 따르는 시즌이다.
이 감독은 "항상 목표는 크게 잡는다"며 "어린 선수들 뼈대를 건들지 않으면 그 선수들이 주축이 되고 다른 선수들도 성장할 수 있다. 그 다음에 커리어보다는 실력 있는 선수, 그리고 외국인 선수를 잘 데려온다면 (좋은 성적을 낼) 가능성이 없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에게도 기회는 있다고 생각한다"고 자신했다.
한편 주민규와 이 감독은 제주 유나이티드에서 사제 연을 맺었다. 2020년 주민규는 울산 현대를 떠나 제주 유나이티드에 입단했고 이 감독은 제주 유나이티드 수석 코치로 부임했다.
주민규는 "(제주에) 계셨을 때는 티를 많이 안 내셨는데, 그 안에 숨겨두고 있었다. 감독님 되시니까…"라고 하자 이 감독은 주민규의 말을 끊으며 "그건 아니다"고 손사래를 치며 함께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