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카드 신영철 감독. 한국배구연맹 제공남자배구 우리카드는 4일 현재 승점 27(10승3패)로 리그 선두를 달리고 있다. 최근 기세가 좋았던 대한항공과 OK금융그룹을 연파하며 선수들도 자신감에 가득 찼다. ‘토종 에이스’로 거듭난 김지한은 지난달 30일 대한항공을 상대로 셧아웃 승리를 거둔 뒤 “우리 팀이 정상까지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러나 신영철 우리카드 감독은 좀처럼 들뜨지 않았다. 오히려 팀의 초반 선전에 대해 “운도 따라줬던 것 같다”고 몸을 낮춘다. 그는 팀의 짜임새가 아직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카드는 새 시즌을 앞두고 큰 변화를 겪었다.
‘주포’ 나경복과 주전 세터 황승빈 등이 팀을 떠났고 한성정, 박진우 등 새로 팀에 합류한 선수들이 많았다. 마테이 콕은 V리그를 처음 경험하는 외국인 선수였고, 황승빈 대신 주전 기회를 얻은 한태준은 프로 2년차 ‘10대 세터’였다. 주축 선수 대부분이 바뀌면서 완벽하게 합을 맞출 시간도 당연히 부족했다.
우리카드 마테이 콕. 한국배구연맹 제공신 감독의 현실적인 목표는 ‘봄 배구’다. 그는 “1~2라운드를 잘했다고 그게 전부인 것처럼 행동하면 선수나 감독 모두 쫓기는 처지가 될 것”이라며 “4라운드까지 어떻게든 성적을 유지하면서 5~6라운드 때 승부를 볼 수 있게 준비를 하려고 한다”고 청사진을 그렸다.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는 우리카드의 불안 요소는 미들 블로커 박진우의 몸 상태다. 블로킹의 이점을 가져가려면 박진우의 출장 시간을 늘려야 하지만, 무릎 부상 여파로 관리가 필요한 상황이다. 신 감독은 “(박)진우가 무릎이 좋지 않다. 경기가 많이 남아서 한 경기만 보면 안 되고, 지금부터는 멀리 내다봐야 한다”고 했다.
최근 이석증을 앓았던 마테이가 건강 회복은 물론 V리그에 완연하게 적응한 점은 고무적이다. 대한항공전에서 18점을 기록하며 컨디션을 끌어올린 마테이는 지난 3일 OK금융그룹과 경기에서 홀로 42점을 올리며 ‘에이스’ 몫을 톡톡히 해냈다. ‘쌍포’를 구축한 마테이와 김지한의 공격력은 우리카드가 4라운드까지 안정적으로 ‘버틸 힘’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신 감독은 “우리 팀은 항상 진행 과정에 있다. 어떤 훈련을 해야 할지부터 고민이 많다”며 “심플하게 ‘필요한 것부터 하자’는 생각으로 남은 시즌을 준비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