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3년간 LA 다저스가 총 1조6000억원을 들여 영입한 MVP급 스타. 왼쪽부터 오타니 쇼헤이와 무키 베츠, 프레디 프리먼. [AP·AFP=연합뉴스] 메이저리그에서 종종 쓰이는 ‘악의 제국(Evil Empire)’이란 표현은 2002년 12월 처음 등장했다. 당시 미국으로 망명한 ‘쿠바 특급’ 호세 콘트레라스(52)가 뉴욕 양키스와 계약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라이벌 구단인 보스턴 레드삭스 래리 루키노(78) 사장은 불같이 화를 내면서 양키스를 ‘악의 제국’이라고 비난했다. 이적 시장에서 무자비하게 특급 선수들을 끌어모았던 양키스의 악명과 위상을 함께 느낄 수 있는 말이다.
그로부터 강산이 두 차례나 변한 2023년 12월. 새로운 ‘악의 제국’이 탄생했다. 바로 LA 다저스다. 내셔널리그 명문 구단 다저스는 지난 10일(한국시간) ‘이도류’ 오타니 쇼헤이(29)와 계약을 발표했다. 10년간 총액이 무려 7억 달러(약 9240억원)나 되는 세계 스포츠 역사상 최대 규모의 계약이었다.
오타니 영입전에서 다저스가 승리할 수 있었던 요인은 역시 돈이다. 다저스는 현재 구겐하임 베이스볼 매니지먼트가 실질적인 구단주인데 뒷배는 미국의 억만장자인 토드 볼리(50)다. 세계적으로 부동산과 보험·미디어 사업 등을 운영하는 볼리는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 첼시FC의 구단주이기도 하다.
자금력이 막강한 다저스는 최근 투자 수위를 높였다. 2020년 7월 유틸리티 플레이어 무키 베츠(31)와 12년 3억6500만 달러의 장기 계약을 맺더니 지난해 3월에는 자유계약(FA) 선수인 1루수 프레디 프리먼(34)을 잡기 위해 6년 1억6200만 달러를 투자했다. 이어 이번 스토브리그에선 최대어 오타니를 영입하면서 전력을 강화했다. 모두 MVP 출신인 3명에게 다저스가 쓴 돈만 1조6000억원이 넘는다.
다저스는 올해 내셔널리그 서부지구에서 1위(100승62패)를 차지했다. 그러나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의 디비전시리즈에서 3전 전패를 당해 탈락했다. 선발투수진이 약점으로 꼽히는 다저스는 추가로 지갑을 열 가능성도 있다. 미국 야후스포츠는 “다저스는 클레이튼 커쇼(35)와 FA 계약이 유력하다. 또, 일본 투수 야마모토 요시노부(25)도 데려올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오타니가 내는 세금 규모도 화제다. 미국 현지 회계법인 추산에 따르면 오타니에게 부과될 세금은 연방세 37%, 캘리포니아 주세 13.3%, 미국 공공의료 보험제도인 메디케어 2.35%, 주 상해 보험 1.1% 등 모두 53.75%나 된다. 연봉 7000만 달러를 기준으로 한다면 매년 3763만 달러(약 497억원)를 세금으로 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