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 심재희 기자] 올 시즌 첫 10경기에서 무려 승점 26을 쓸어담았다. 하지만 이어진 5경기에서 승점 1 추가에 그쳤다. 극과 극의 모습으로 축구팬들을 놀라게 하고 있다. 잉글리시 프리미어이그(EPL) 토트넘 홋스퍼가 올 시즌 들어 최대 위기를 맞았다.
토트넘은 올 시즌 EPL 초반 최고 히트상품이었다. 예상을 뒤엎고 리그 선두를 질주했기 때문이다. 주포 해리 케인이 독일 분데스리가 바이에른 뮌헨으로 이적해 공격력 약화가 우려됐고, 새롭게 지휘봉을 잡은 앤제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장악력에 대한 물음표도 붙었다. 고전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중론이었다.
하지만 뚜껑을 열자 달랐다. 초반 10경기에서 8승 2무의 무패 성적을 올렸다. 새로운 주장 손흥민을 중심으로 짜임새 있는 공격을 펼쳤고, 중원과 수비도 탄탄했다. 신입생들도 팀에 잘 녹아들며 '원 팀'으로서 강한 모습을 보였다. 디펜딩 챔피언 맨체스터 시티(맨시티)를 비롯해 아스널, 리버풀 등 강팀들을 모두 아래에 두고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11라운드부터 거짓말처럼 무너졌다. 11라운드 첼시와 홈 경기에서 1-4로 대패하며 흔들렸다. 과거 토트넘을 지휘했던 마우리시우 포체티노 감독에게 당했다. 경기 중 부상자들이 나왔고, 퇴장 징계자도 발생했다. 갑자기 전력이 크게 떨어지며 가시밭길에 놓였다. 전력 누수와 함께 이후 민낯을 완전히 드러났다. 11라운드부터 15라운드까지 5경기에서 1무 4패에 그쳤다. 홈 3경기에서 모두 역전패를 당했다.
손흥민. /게티이미지코리아원톱으로 나서며 9골을 뽑아낸 손흥민도 한계를 느끼고 있다. 특히 선제골을 넣고도 반복되는 역전패에 책임을 통감한다. 8일(이하 한국 시각) 웨스트햄 유나이티드와 홈 경기에서 1-2로 진 후 이례적으로 분노를 표출하기도 했다. 이대로 반등하지 못하면 우승은커녕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마지노선인 4위 달성도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토트넘은 15라운드까지 8승 3무 4패를 기록했다. 승점 27로 5위에 자리하고 있다. 승점 36으로 선두를 질주 중인 아스널에 어느덧 9점이나 뒤졌다. 4위 맨시티(승점 30)와 격차는 3점이다. 시즌 초반 승점을 많이 벌었기에 상위권 재도약 가능성은 여전히 살려 두고 있다. 반전의 승리를 거두면 더 높은 곳이 보인다.
하지만 추격자들의 기세 또한 만만치 않아 부담스럽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가 승점 27로 타이를 이루며 6위에 랭크됐고, 뉴캐슬 유나이티드가 승점 26으로 7위다. 8위 브라이턴 앤드 호브 알비온과 9위 웨스트햄이 각각 승점 25와 24를 찍고 있다. 9위 웨스트햄에 단 승점 3 앞서 불안하다. 자칫 현재 부진이 더 길어지면 중위권 추락이 현실이 될지도 모른다.
11일 벌이는 16라운드 경기에서 정말 중요한 일전을 가진다. 8위 뉴캐슬을 홈으로 불러들여 승부한다. 복잡한 생각 없이 무조건 이겨야 한다. 흔히 말하는 '승점 6짜리 경기'를 놓쳐서는 안 된다. 승리하면 홈 3연패를 끊고 상위권 재도약 발판을 마련한다. 이기지 못하면 더 깊은 수렁으로 빠져든다.
손흥민. /게티이미지코리아유럽 현지 언론과 도박사이트들은 이제 토트넘의 올 시즌 EPL 우승 확률을 매우 낮게 점친다. 최근 경기력과 결과가 모두 안 좋았으니 박한 평가는 당연하다. 여전히 부상자가 많아 정상 전력을 가동할 수 없다. 현실적으로 4위를 바라보고 전진해야 한다는 냉정한 목소리도 고개를 들었다.
손흥민도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골 사냥에 나선다. 최악의 길을 걷는 팀을 살리기 위해 시원한 득점을 노린다. 매우 빡빡한 12월 일정에서 팀이 부활할 수 있도록 솔선수범할 참이다. 내년 1월 카타르에서 열리는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에 한국 대표로 출전하기 때문에 그 전에 기여도를 최대한 높여야 한다.
EPL 38라운드 가운데 15라운드가 종료됐다. 이제 시즌 중반부에 들어섰다. 팀 뎁스가 그리 좋지 않은 토트넘은 빨리 검은 그림자를 걷어내지 못하면 매우 힘들어질 수 있다. 63년 만의 리그 우승이 다소 희미해졌지만, '별들의 전쟁' UEFA 챔피언스리그 진출 가능성은 살아 있다. 시즌 초반 좋았던 모습을 되찾으며 다시 일어서야 한다.
포스테코글루(왼쪽) 토트넘 감독이 8일 웨스트햄과 경기가 잘 풀리지 않자 아쉬운 표정을 짓고 있다. /게티이미지코리아포스테코글루(왼쪽) 감독. /게티이미지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