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치홍은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어 롯데에서 한화 유니폼으로 갈아입은 뒤 투수를 제외하고는 내야 모든 포지션에서 뛸 수 있다며 각오를 다졌다. 안치홍은 2009년 프로 데뷔 이후 2루수로 골든글러브를 3차례 받았는데 1루수, 3루수, 유격수로도 경기에 뛴 적이 있는 만능 수비수다. 신원건 기자 [email protected]“어떤 자리든 다 할 수 있습니다.”
프로야구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어 롯데에서 한화로 이적한 안치홍(33)은 최원호 한화 감독(50)을 처음 만난 자리에서 이렇게 말했다. 안치홍은 “시즌을 시작하면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모르지 않나. 팀을 위해서라면 2루수, 1루수뿐 아니라 3루수, 유격수로도 뛸 수 있다”고 했다.
안치홍은 서울고 재학 시절 고교야구 톱클래스 유격수였는데 프로에서는 주로 2루수로 뛰면서 2011, 2017, 2018년 골든글러브를 수상했다.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때는 3루수를 맡아 한국의 대회 3연패에 힘을 보태기도 했다. 나이가 들면서 수비 범위가 줄어든 최근 두 시즌 동안에는 1루수로 출전한 경기도 늘었다.
안치홍은 1∼9번 타자로 각 100타석 이상을 채운 기록도 있다. 포지션과 타순을 가리지 않고 팀이 필요로 하는 자리를 기꺼이 맡는 선수였다. 경찰청 야구단에서 군 복무를 해결하고 시즌 막바지에 돌아온 2016년(10경기)을 제외하고는 시즌마다 100경기 이상 출전했다. 안치홍이 프로야구 프런트들 사이에서 ‘계산이 서는 남자’로 통하는 이유다.
계약 기간 최대 6년에 총액 72억 원을 받는 조건으로 한화와 계약한 안치홍은 “나는 최우수선수(MVP)급 시즌을 보낸 적은 없다. 대신 매년 꾸준히 좋은 모습을 보였다는 게 내 자랑이다. 요령 피우며 야구를 한 적이 한 번도 없었는데 한화가 나의 이런 모습을 높게 샀다. 지금 한화에는 나처럼 야구를 대하는 태도가 꼭 필요하다더라”고 말했다.
한화에는 올 시즌 홈런왕 노시환(23), 신인왕 투수 문동주(20), 2021년 골든글러브 2루수 부문 수상자 정은원(23) 등 ‘스타 유망주’가 적지 않다. 한화는 이들이 안치홍으로부터 꾸준한 성적을 낸 경험까지 전수받아 ‘유망주’ 꼬리표를 떼기를 바라고 있다. 안치홍 역시 “한화에 어린 선수들이 많기 때문에 내가 베테랑으로서 나눠줄 수 있는 게 많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한화를 선택하게 된 이유 중 하나”라고 했다.
안치홍이라고 시행착오가 없었던 건 아니다. 안치홍은 KIA에서 뛰던 2013년 장타력을 키우기 위해 타격 자세를 바꿨다가 실패를 맛봤다. 홈런은 전년도에 이어 3개로 제자리걸음이었고 타율은 0.288에서 0.249로 떨어졌다. 2014시즌 개막을 앞두고 다시 정확도에 집중하면서 이해 타율을 0.339로 끌어올리는 동시에 홈런은 18개로 늘렸다. 당시까지 안치홍의 한 시즌 최다 홈런 기록이었다.
‘커리어 하이’ 시즌을 보낸 안치홍은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대표팀 승선을 노렸지만 실패하자 구단에 연봉 계약을 백지위임하고 경찰청에 입대했다. 김수길 당시 경찰청 코치(60)는 “치홍이는 정말 독종이다.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가 유행할 때 치홍이가 열이 39도 가까이 오른 적이 있는데 그래도 경기장에 나가 배트를 휘두르더라”며 “치홍이가 꾸준히 잘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고 했다.
군 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안치홍은 2017년 타율 0.316, 21홈런, 93타점을 기록하면서 당시 소속 팀 KIA의 정규시즌, 한국시리즈 통합우승을 도왔다. 신인 시절이던 2009년에 이어 개인 두 번째 통합 우승이었다. 안치홍은 “SSG에서 우승 경험을 쌓은 김강민 선배(41)와 한화에서 함께 뛰게 됐다. 우리 둘의 서로 다른 우승 경험이 (1999년 이후) 한화의 두 번째 우승으로 향하는 길에 보탬이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