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 네트워크 존 모로시 기자는 9일(한국시간) 자신의 SNS를 통해 "오타니 쇼헤이가 오늘 토론토로 갈 예정"이라고 전했다. 오래 기다렸던 오타니의 계약이 결국 눈앞으로 다가온 것처럼 보였다.
이후 많은 매체에서 이와 관련된 보도과 쏟아졌지만 몇 시간이 지나지 않아 분위기가 묘해졌다. USA투데이 밥 나이팅게일 기자는 "오타니는 토론토에 없다. 그는 토론토행 비행기에 오르지 않았다. 남부 캘리포니아 집에 머물고 있다"고 덧붙였다.
상황은 원점이 됐다. 토론토와 계약이 기정사실화됐는데 그 시점이 미뤄진 것인지 단지 뜬구름을 잡는 이야기였는지 알 수 없게 됐다. 여전히 모든 게 열려 있는 상황으로 다시 급변했다.
오타니는 조심스럽기만 하다. 그러나 그런 그를 향한 현지에서 분위기는 썩 좋지만은 않다. 스토브리그 특성상 대어급 선수가 계약을 완료해야 그 후로 연쇄 이동이 일어나는데 오타니는 계약도, 그에 대한 소문에도 어떤 힌트를 주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오타니 쇼헤이. /AFPBBNews=뉴스1오타니 쇼헤이. /AFPBBNews=뉴스1미국 디 애슬레틱은 지난 7일 "메이저리그 윈터미팅은 재밌어야 한다. 이 회의는 기껏해야 어떠한 것을 교환하고 지출하는 조합일 뿐이다. 하지만 2023년 '오타니 지연' 버전은 엄청난 지루함을 안겨주고 있다"며 "사실상 업계 전체가 모든 것을 보류한 상태이며 스핑크스 같은 오타니가 다음 팀을 선택하고 여전히 심장이 뛰길 바란다"고 불만을 표출했다.
오타니와 다년, 천문학적인 금액에 계약을 노릴 팀들은 현실적으로 제한될 것으로 보이지만 단년 계약 가능성도 있는 만큼 더 많은 팀들이 오타니에 대한 욕심을 거두지 않고 있다. 이에 오타니와 협상, 계약 제안을 기다리며 자금이 묶여 있는 상태라는 게 디 애슬레틱이 불만을 나타낸 이유 중 하나였다.
그러나 LA 다저스가 오타니의 차기 행선지로 급격히 떠올랐다. 데이브 로버츠 LA 다저스 감독은 윈터미팅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며칠 전 다저스타디움에서 오타니와 3시간 정도 만났다. 그들을 설득하려고 노력하기보다 서로를 알아가는 취지였다"며 "나는 오타니와 만나 이야기를 나눴고 그것이 효과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최종 결정은 그에게 달려있으며 그는 가장 편안한 장소를 선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타니의 계약에 대한 구체적인 정황 증거들이 좀처럼 나오지 않고 있었기 때문에 이 발언은 파장을 불러 일으켰다. 오타니의 에이전트 네즈 발레로가 협상 과정을 밝히지 않기를 강력히 원했기에 이 정도의 발언도 그동안은 나오지 않았던 터다.
오타니 쇼헤이가 LA 다저스 유니폼을 입은 것을 합성한 사진. /사진=디 애슬레틱 캡처데이브 로버츠 LA 다저스 감독. /AFPBBNews=뉴스1밥 나이팅게일 기자는 "다저스가 베테랑 불펜 투수 켈리에게 전화를 걸어 오타니에게 등번호 17번을 양보할 수 있을지를 물었다"며 "켈리는 다저스 관계자에게 오타니와 등번호를 바꾸게 돼 영광이라고 알렸다. 등번호 변경 요청은 의미가 없을지도 모르지만, 모든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다저스의 연이은 행동이 오타니에게 긍정적 영향을 끼쳤는지는 미지수다. 미국 CBS스포츠는 8일 "오타니는 LA 에인절스에서 17번을 달았지만 그 번호를 유지하는 데 신경 쓰는지는 불분명하다"라고 전했다. 실제로 오타니는 올 초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기자회견에서 "난 내가 몇 번을 달고 뛰는지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하지만 나는 일본 대표팀에서 뛸 때는 항상 16번이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로버츠 감독의 발언과 등번호를 비워두는 행위 모두 다저스가 오타니 영입에 확신이 차 있다는 것으로 해석됐다.
다만 하루 만에 상황이 급반전했다. 모로시는 오타니와 토론토의 계약이 임박했음을 알리며 9일 그 소식이 발표될 수도 있다고 전했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누리꾼들은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타애나에 있는 소형 전용기 한 대가 캐나다 온타리오주 토론토의 피어슨 국제공항으로 향한다는 것을 알아냈고 여기에 오타니가 타고 있을 것이라는 추측을 했다.
오타니 쇼헤이. /AFPBBNews=뉴스1일본 대표팀에서 16번을 달고 뛰었던 오타니. /AFPBBNews=뉴스1오타니가 남부 캘리포니아 팀을 선호한다는 건 잘 알려져 있는데 에인절스와 같은 LA 연고팀인 다저스는 그런 점에서도 큰 메리트를 갖고 있다. 더구나 우승 욕심이 큰 오타니에게 가을야구에 밥 먹듯이 나가는 다저스는 충분히 매력적인 팀일 수 있다.
토론토는 올해 89승 73패로 뛰어난 성과를 냈음에도 경쟁이 치열한 아메리칸리그(AL) 동부지구에서 3위에 머물렀다. 탄탄한 선발진을 갖추고 있기에 부상 후유증으로 인해 한동안 투수로 뛰지 못할 오타니에 대해서도 심적 여유를 갖고 지켜볼 수 있다. 타자로만 충분히 제 역할을 해주더라도 충분하다.
당초 다저스, 샌프란시스코, 에인절스 등에 비해 큰 주목을 받지 못하던 팀이지만 지난 5일부터 7일까지 펼쳐진 윈터미팅 이후 급격히 분위기가 달라졌고 오타니가 직접 토론토의 훈련장을 찾아 구단 관계자들과 만났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우타자에 비해 좌타자가 부족한 팀에 최고의 홈런 타자인 좌타 오타니가 합류한다면 당장 내년 시즌 우승후보로도 손색이 없는 팀이 될 것이라는 평가다.
오타니의 계약 소식이 언제쯤 전해질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오타니의 에이전트 발레로는 그동안 계약이 이뤄지기 전까지 많은 부분에서 비밀을 지키는 전략을 고수했고 그만큼 조심스럽게 협상 과정을 진행해왔다. 디 애슬레틱의 우려처럼 오타니의 계약이 늦어질수록 스토브리그 또한 심심해질 수 있지만 오타니는 그만큼 계약에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 다만 다저스와 토론토의 양강구도 형국으로 분위기가 흘러가고 있는 것만큼은 감지할 수 있다.
오타니 쇼헤이. /AFPBBNews=뉴스1투구하는 오타니 쇼헤이. /AFPBBNews=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