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유준상 기자) '20승 투수' 에릭 페디는 한국에 오기 전까지만 해도 평범한 투수 중 한 명이었다.
2014년 메이저리그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전체 18순위로 워싱턴 내셔널스에 지명된 페디는 2017년 빅리그에 입성한 뒤 지난해까지 102경기 454⅓이닝 21승 33패 평균자책점 5.41을 기록했다.
과정이 순탄치는 않았다. 2017년 3경기 등판에 그친 페디는 이듬해 11경기 50⅓이닝 2승 4패 평균자책점 5.54를 기록했고, 2019년에는 21경기 78이닝 4승 2패 평균자책점 4.50을 마크했다. 선발로 12경기, 불펜으로 9경기를 소화했다. 단축 시즌으로 치러진 2020년에는 11경기(선발 8경기) 50⅓이닝 2승 4패 평균자책점 4.29의 성적을 남겼다.
그나마 페디가 자신의 이름을 알린 건 2021년과 2022년이었다. 두 시즌 모두 20경기 이상 선발로 경기에 나섰다. 각각 29경기(선발 27경기) 133⅓이닝 7승 9패 평균자책점 5.47, 27경기 127이닝 6승 13패 평균자책점 5.81로 성적이 좋지 않은 편이었다.
결국 지난 시즌 이후 논텐더로 방출된 페디는 변화를 택했다. 미국에서 다른 팀을 알아보지 않고 한국행을 결심, NC 다이노스와 손을 잡았다. 그리고 그는 2023년 KBO리그 최고의 선수로 거듭났다.
시즌 내내 NC 선발진의 한 축을 책임졌던 페디는 30경기 180⅓이닝 20승 6패 평균자책점 2.00을 기록했고, 209개의 탈삼진을 솎아냈다. 특히 외국인 투수로는 역대 최초로 20승-200K를 달성하는 기쁨을 누리기도 했다. 국내 투수까지 포함하면 1986년 선동열(24승-214탈삼진) 이후 37년 만의 일이었다.
연말 시상식에서도 페디의 이름이 자주 호명됐다. 그는 평균자책점과 승리, 탈삼진 부문까지 투수 '3관왕'을 차지한 데 이어 올해 신설된 수비상에서도 투수 부문 수상자가 됐다. KBO 시상식에서는 111표 중에서 무려 102표(91.9%)를 얻으며 6표를 받은 노시환(한화)을 제치고 MVP(최우수선수)로 선정됐다.
그러다 보니 일찌감치 페디를 향한 관심이 쏟아졌다. 해외 스카우트들의 레이더망에 포착된 그는 미국과 일본의 구단들로부터 러브콜을 받게 됐다. 원소속팀인 NC는 최대한 돈을 지불하며 페디를 묶으려고 했지만, 해외 팀들과의 경쟁에서 이길 수 없었다. 결국 페디는 지난 6일(이하 한국시간) 시카고 화이트삭스와 2년 총액 1500만 달러(약 197억원) 계약에 합의하면서 NC 팬들에게 작별을 고했다.
그렇다면, 에릭 페디 영입전에서 승리한 화이트삭스 구단은 어떤 생각을 갖고 있었을까.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MLB.com은 9일 '페디는 어떻게 화이트삭스에서 기회를 얻게 됐는가'라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했다. 그러면서 "페디와 화이트삭스는 어떻게 만나게 됐을까. 가장 중요한 이유는 올해 KBO리그를 평정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크리스 게츠 화이트삭스 단장은 "페디의 스터프에는 실질적이고 물질적인 차이가 있다. 페디는 (KBO리그에서) 스위퍼(변형 슬라이더)를 장착했고, 이전보다 싱커가 더 좋아졌다는 느낌을 받았다. 타자와의 승부에 있어서도 계획을 변경하는 등 KBO리그를 지배하는 모습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이어 게츠 단장은 "우리는 KBO리그 타자들과도 (투수들에 대해) 얘길했는데, 페디가 가장 승부하기 어려운 투수라고 했다. 수치들이 그걸 보여준다. 외국인 선수로 다른 리그에 가는 건 쉽지 않다. 환경이 다르다. 자신감, 훌륭한 투구 능력과 함께 빅리그로 돌아올 페디가 화이트삭스에서 연착륙할 수 있길 기대한다"고 페디의 선전을 기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