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 골든글러브·수비상 시상- 10개 구단중 유일하게 ‘빈손’
- 작년엔 이대호가 자존심 지켜
- 선수 개인 역량 스스로 키워야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의 올해 겨울은 유독 춥다. 올 시즌 KBO 시상식에서 10개 구단 중 유일하게 ‘빈손’으로 물러났기 때문이다. 새로 제정된 수비상은 물론 골든글러브, 개인 부문까지 모두 수상에 실패했다. 2차 드래프트에서는 롯데 선수가 단 한 명도 지명되지 않아 선수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KBO는 지난 11일 서울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 프로야구 2023 신한은행 SOL KBO 골든글러브 시상식을 열고 올 시즌을 마무리했다. 이날 양의지(두산)가 포수 부문 수상자로 뽑혀 개인 통산 9번째로 수상하는 기쁨을 누렸다. 이 밖에 투수 부문에 에릭 페디(NC), 3루수 노시환(한화), 외야수 구자욱(삼성)이 뽑혔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행사인 만큼 모두가 즐겨야 하지만 롯데만은 마냥 웃지 못했다. 단 1명의 수상자도 배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난해에는 ‘조선의 4번 타자’ 이대호(은퇴)가 지명타자 부문에서 유일하게 상을 받아 롯데 팬들의 자존심을 지켰다.
올해 골든글러브 투표 결과를 보면 후보에 오른 롯데 선수들의 득표수는 현저히 적다. 투수 부문의 김원중은 267표 중 단 1표(0.3%)를 받았다. 올 시즌을 앞두고 FA 시장을 통해 롯데로 이적한 유강남(3표)과 노진혁(2표)도 턱없이 부족하다. 그나마 외야수 부문에서 윤동희(9표)가 롯데 선수 중 가장 많은 표를 받았다. 지명타자의 전준우(8표)가 그 뒤를 이었다.
물론 롯데 말고도 골든글러브 수상자가 없는 구단이 있다. 하지만 올 시즌 종료 후 열린 시상식 전체를 통틀어 수상자가 없는 구단은 롯데가 유일하다. 새로 제정된 KBO 수비상 9개 부문은 물론 지난달 열린 KBO 시상식 1·2군 리그 개인 부문 수상 목록에도 롯데 선수는 없다.
상황이 이렇자 롯데 선수 개개인의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롯데의 이런 문제점이 두드러진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롯데는 지난달 22일 열린 2차 드래프트에서 10개 구단 중 유일하게 피지명 선수가 나오지 않는 ‘웃픈’ 상황을 겪었다. 뎁스(선수층)가 얕은 롯데로서는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아무도 영입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선수 경쟁력을 잃었다고 볼 수 있다.
신인 선수가 중견급으로 자라는 동안 경쟁력을 키우지 못했다는 것은 구단 자체의 육성 시스템이 잘못됐을 가능성이 크다. 좋은 실력을 가져 FA시장 등을 통해 입단한 선수가 갑작스러운 성적 하락을 이어가는 것은 구단 내부의 방향성이 잘못됐을 확률이 높다. 롯데에서는 이미 이런 유형의 선수가 꽤 있다.
다만 롯데의 새 사령탑으로 김태형 감독이 선임됐다는 것은 다행스러운 점이다. 2015년부터 8년 동안 두산 사령탑을 맡아 7시즌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김 감독은 부족한 전력을 최대한 활용해 성과를 내는 능력이 탁월하기 때문이다. 롯데 선수들은 이 과정을 통해 한 단계 더 성장, 경쟁력을 갖출 희망이 생겼다.
롯데가 내년 시즌 황금장갑을 ‘싹쓸이’해 팬들의 기대에 부응할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