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메이저리그 올스타전 인터뷰에 참석한 오타니 쇼헤이의 모습. 게티이미지
역대급 '지급 유예'가 가능했던 배경은 뭘까.
오타니 쇼헤이와 LA 다저스의 계약이 연일 화제다. 미국 스포츠 전문채널 ESPN을 비롯한 현지 매체는 12일(한국시간) 오타니와 다저스의 역사적인 총액 7억 달러(10년, 9210억원) 계약 중 97%에 해당하는 6억8000만 달러(8950억원)가 계약 기간 이후(2034~43년)에 지급된다고 밝혔다. 팀 상황에 따라 지급 유예 조항을 계약에 포함하는 선수가 종종 있었지만, 오타니의 사례는 남다른 '총액' 때문에 더욱 눈길을 끌었다.
오타니의 역대급 '지급 유예'는 선수가 내놓은 아이디어다. 구단이 사치세 부담에서 벗어나 전력 보강을 좀 더 유연하게 했으면 하는 바람이 밑바탕에 깔렸다. 올 시즌 메이저리그(MLB) 사체기 기준은 2억3300만 달러(3065억원). 내년 시즌에는 2억3700만 달러(3118억원)로 소폭 상승하지만, 만약 오타니가 연봉 7000만 달러(921억원)를 받게 되면 다저스로선 대부분의 샐러리캡을 오타니 연봉으로 채워야 하는 어려움에 부닥칠 수밖에 없었다. 올 시즌 다저스의 총연봉은 2억4000만 달러(3157억원)에 이른다. 2년 연속 사치세 기준을 초과한 다저스는 내년 시즌 연봉마저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면 사치세 초과분의 50%(3년 연속 이상 기준)를 벌금으로 내야 했다.
지급 유예를 선택한 오타니는 향후 10년 동안 연봉 200만 달러(26억원)만 받는다. 올 시즌 LA 에인절스에서 수령한 연봉 3000만 달러(394억원)와 비교해도 크게 줄었다. 이 같은 선택이 가능한 배경에는 '광고'가 있다. 오타니는 스포츠 의류 브랜드 뉴발란스, 시계회사 세이코를 비롯해 10개 이상의 브랜드와 광고 계약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 3일 미국 경제지 포브스는 오타니의 시즌 '장외 수입'으로 3500만 달러(460억원)를 예상하며 엄청난 몸값을 조명하기도 했다.
일본과 미국의 광고 시장을 흔드는 영향력이 상상을 초월한다. 크리스 데이비스 뉴발란스 최고 마케팅 책임자는 "오타니가 일본 시장에 미치는 연간 상업적 영향력은 수천만 달러에 이를 거다. 왜냐면 오타니는 일본 문화의 아이콘이자 야구 선수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연봉에 준하는 '장외 수입'이 가능한 만큼 '지급 유예' 버튼을 큰 고민 없이 누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