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윤욱재 기자] 예상치 못한 초대박이 터졌다. 지금 이정후만 웃고 있는 것이 아니다.
드디어 이정후의 행선지가 확정됐다. 바로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MLB.com) 등 미국 언론들은 13일(이하 한국시간) "이정후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계약 기간 6년에 총액 1억 1300만 달러(약 1490억원)에 합의했다"라고 일제히 보도했다.
가장 놀라운 소식은 역시 금액이다. 당초 미국 언론들은 이정후의 계약 규모로 5000~9000만 달러 사이를 예측했다. 아무도 1억 달러가 넘는 금액을 예상하지 않은 것.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샌프란시스코는 '슈퍼스타' 영입이 절실했던 팀이다. 앞서 아메리칸리그 홈런 신기록을 수립하고 FA 시장에 나온 애런 저지에 9년 3억 6000만 달러, 메디컬 문제로 FA 계약이 무산된 카를로스 코레아에 13년 3억 5000만 달러를 제시할 만큼 적극적이었지만 정작 이렇다할 결과는 없었다. 이번엔 'FA 최대어' 오타니 쇼헤이 영입전에 뛰어들었고 LA 다저스와 비슷한 금액을 제시했지만 결국 영입에 성공하지 못했다. 오타니는 10년 7억 달러에 다저스 유니폼을 입었다.
오타니 영입전에서 뼈아픈 패배를 당한 샌프란시스코는 가장 전력보강이 필요한 중견수부터 찾았고 이정후에게 1억 1300만 달러라는 큰 금액을 베팅하기로 결정했다.
이정후의 입장에서는 100% 만족할 수밖에 없는 조건이었다. 그리고 이정후 만큼 기쁨을 감추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이정후의 원소속팀 키움 히어로즈다.
이정후는 해외진출 FA 자격으로 메이저리그 무대를 노크했다. 따라서 포스팅 시스템을 거쳐야 했다. KBO와 메이저리그 사무국이 합의한 한미선수계약협정에 따라 이적료가 발생한다.
한미선수계약협정에 따르면 메이저리그 계약의 전체 보장 계약 금액이 1) 2500만 달러 이하일 경우 전체 보장 계약 금액의 20%를, 2) 2500만 1달러 이상 5000만 달러 이하면 2500만 달러의 20%에 2500만 달러를 초과한 전체 보장 계약 금액의 17.5%를, 3) 5000만 1달러를 이상이면 2500만 달러의 20%에 2500만 달러 초과분의 17.5%, 그리고 5000만 달러를 초과한 전체 보장 계약 금액의 15%를 모두 지급해야 한다.
이에 따라 키움은 2500만 달러의 20%인 500만 달러, 2500만 달러의 17.5%인 437만 5000달러, 5000만 달러의 초과분 6300만 달러의 15%인 945만 달러를 모두 받는 것이다. 총 금액은 1882만 5000달러다. 한화로 약 248억원에 이르는 금액이다.
앞서 키움은 강정호, 박병호, 김하성이 차례로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메이저리그로 향하면서 거액의 이적료를 챙긴 바 있다. 강정호는 500만 2015달러, 박병호는 1285만 달러, 김하성은 552만 5000달러의 이적료가 각각 발생했다. 이정후는 이들의 이적료를 훌쩍 뛰어 넘은 금액으로 키움을 웃음 짓게 했다. 키움은 메이저리거 4명을 배출하면서 총액 4220만 2015달러라는 이적료를 벌어 들였다. 한화로 약 556억원에 달한다.
타 구단에 비해 자금력이 넉넉하지 않은 키움은 메이저리거 배출을 통해 적잖은 이적료를 챙겨 구단 운영에 활용했다. 이번에도 이정후를 통해 벌어들인 이적료 역시 구단 운영 자금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
포스팅 비용은 때로는 구단의 발전에 이바지하는 경우도 있다. 류현진이 2013시즌을 앞두고 LA 다저스로 향하면서 한화는 이적료로만 2573만 7377달러 33센트(약 339억원)를 벌어들였고 이를 FA 영입과 서산 2군 연습경기장 건립 등 구단을 위한 투자를 감행할 수 있었다. 실제로 류현진이 2019시즌을 마치고 서산 2군 연습경기장을 방문하자 당시 정민철 한화 단장은 "서산 훈련장은 네가 지었다"라고 너털웃음을 짓기도 했다.
샌프란시스코가 어마어마한 금액을 투자한 것만 봐도 이정후에 대한 기대감을 잘 알 수 있다. 이미 'CBS스포츠'에서는 "이정후의 컨택트와 출루 능력을 고려하면 전형적인 1번타자의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라고 이정후가 샌프란시스코의 1번타자로 나설 것이라 전망했고 'ESPN'에서는 "최근 FA 시장에서 시련이 컸던 샌프란시스코에게는 중요한 계약이다. 샌프란시스코는 이정후를 25세의 나이에 전성기를 유지하면서 잠재적인 올스타급 선수로 봤다"라고 샌프란시스코가 거액을 투자한 배경을 이야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