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 박승환 기자] 술을 다 깨지도 않은 상황에서 운전대를 잡은 대가는 분명 컸다. 두산 베어스 소속이던 박유연이 '음주운전' 사실을 숨기고 있다가 뒤늦게 발각, 방출의 쓴 맛을 봤다.
두산은 13일 "구단 징계위원회를 열고 포수 박유연을 방출하기로 결정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박유연은 지난 9월말 오전 경기도 모처에서 음주운전에 적발됐다. 박유연은 음주운전에 적발되기 전날 술을 마셨는데, 술이 깨지 않은 상황에서 운전대를 잡았고, 결국 경찰의 단속에 적발됐다. 그 결과 박유연은 10월말 100일 면허정지 처분을 받았다. 음주운전을 한 것도 문제였지만, 더욱 충격적이었던 것은 박유연은 해당 사실을 구단에 알리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두산은 뒤늦게 박유연의 음주운전 사실을 확인한 뒤 후속 대응에 나섰다. 지난 9일 두산 관계자는 "구단으로 제보 전화가 왔다. 제보자가 박유연의 이름을 밝히지는 않아 전수 조사에 들어갔고, 이후 박유연으로 밝혀졌다"고 설명했다. 음주운전에 적발된 당사자가 박유연이라는 점을 확인한 두산은 곧바로 KBO 클린베이스볼센터에 해당 사실을 신고했다.
KBO 음주운전 처벌 규정에 의하면 '면허정지'는 70경기, '면허취소'는 1년 실격 처분을 받는다. 박유연의 경우 면허정지로 70경기 출장 정지가 유력했다. KBO는 구단의 '이중징계'를 금지하고 있지만, 사안이 심각한 만큼 두산은 자체 징계를 개최하기로 결정했고, 13일 징계위원회를 진행했다. 그리고 박유연을 전격 '방출'이라는 '철퇴'를 내렸다.
박유연은 지난 2017년 신인드래프트 2차 6라운드 전체 60순위로 두산의 지명을 받고 프로 생활을 시작했다. 데뷔 초에는 이렇다 할 활약을 남기지 못한 채 현역 입대를 통해 빠르게 군 문제를 해결했다. 그리고 2022시즌 13경기에서 타율 0.235, 올해 10경기에서 타율 0.267의 성적을 거두며 양의지의 '백업 포수'로 주목을 받았지만, 돌이킬 수 없는 범죄를 저지르면서 결국 유니폼을 벗게 됐다.
올해 음주운전에 적발된 후 해당 사실을 숨겼다가 유니폼을 벗은 이는 박유연 뿐만이 아니다. 지난 11월에는 롯데 자이언츠 소속이었던 배영빈이 서울 모처에서 술을 마신 채 운전대를 잡았다가 경찰의 음주운전 단속에 적발됐다. 당시 배영빈은 '면허취소'에 해당될 정도로 만취한 상태였다. 그리고 이후 행동은 박유연과 다르지 않았다.
배영빈은 음주운전은 물론 이에 적발된 사실을 구단에 알리지 않은 채 마무리캠프에 임했다. 그리고 결과는 참혹했다. 롯데 또한 KBO가 배영빈에 대한 징계를 확정하기 전 자체 징계위원회를 개최했고, 배영빈을 방출하기로 결정했다.
과거에는 음주운전이라는 범죄로 골머리를 앓았던 KBO리그는 최근들어 음주운전으로 경찰에 적발된 사실을 구단에 알리지 않고 은닉하는 사례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는 없는 세상이다. 그동안 음주운전으로 인해 현역 커리어에 마침표를 찍은 이들을 비롯해 배영빈과 박유연 모두가 어린 나이에 유니폼을 벗은 것을 통한 선수들의 자각이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