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K기업은행 폰푼. 사진제공 | KOVO
배구는 흔히 ‘세터놀음’으로 불린다. 세터가 동료들에게 얼마나 좋은 공을 띄워주느냐에 따라 팀 공격이 좌우되기 때문이다. 또 주변과 연계, 호흡이 중요한 포지션 특성상 세터를 외국인선수에게 맡기는 결정은 쉽지 않다. 비교적 익숙한 영어권이 아닌 국가 출신이라면 더욱 그렇다. 소통 우려 때문이다. 그러나 IBK기업은행은 전혀 고민하지 않았다. 이번 시즌 처음 도입된 아시아쿼터를 태국국가대표 세터 폰푼(30)으로 채웠다.
2022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 등 주요 국제대회에서 한국을 상대로 인상적 활약을 펼쳐 국내에도 익히 알려진 폰푼이다. 다른 팀들도 그를 탐냈으나, 아시아쿼터 드래프트 1순위 지명권을 얻은 IBK기업은행은 주저 없이 선택했다. 레전드 세터로 명성을 떨친 김호철 IBK기업은행 감독은 “우리가 추구하는 빠르고 많이 뛰는 배구를 위해 폰푼이 적임자라고 봤다”고 설명했다.
판단은 옳았다. 올 여름 국제대회가 유난히 많은 탓에 새 팀에 적응하고 동료들과 호흡할 시간은 부족했으나, 경기를 치를수록 ‘야전사령관’ 폰푼은 점점 더 위력을 떨치고 있다.
IBK기업은행이 세트스코어 3-0 완승을 거둔 10일 한국도로공사와 ‘도드람 2023~2024 V리그’ 여자부 3라운드 원정경기에서도 폰푼은 인상적이었다. 자신감 넘치는 토스워크, 넓은 시야, 적재적소의 볼 배급으로 주포 아베크롬비와 표승주, 황민경, 최정민 등의 공격을 살려내며 완승을 연출했다. 모처럼 3연승을 거둔 IBK기업은행(8승7패·승점 22)은 4위로 한 계단 올라섰다.
그래도 김 감독은 완전히 만족하지 않는다. 도로공사전 3세트 6-9로 뒤진 시점에 폰푼 대신 김하경을 투입해 분위기를 바꿨다. 발목이 조금 안 좋은 선수의 컨디션을 배려하는 한편 조금 잘 풀린다고 안주해선 안 된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전했다.
물론 발전의 여지는 충분하다. 경기의 리더 격인 폰푼과 호흡이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IBK기업은행의 상승기류는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강력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