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라이온즈 외야수 구자욱이 팀에서 유일한 골든글러브 수상자임에도 환하게 웃질 못했다. 팀이 아닌 개인의 성공일뿐이라고 생각한 까닭이었다. 구자욱은 LG 트윈스 오지환처럼 팀을 우승으로 이끈 뒤 황금장갑을 품에 안고 싶다는 뜻을 내비쳤다.
구자욱은 12월 11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 열린 2023 KBO 골든글러브 시상식에 참석해 외야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품에 안았다.
구자욱은 외야수 부문 투표에서 총 185표로 득표율 63.6%를 기록해 홍창기(258표-득표율 88.7%), 박건우(139표-47.8%)와 함께 나란히 외야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품에 안았다.
삼성 외야수 구자욱이 골든글러브를 수상했다. 사진(삼성동)=김영구 기자삼성 외야수 구자욱이 골든글러브를 수상했다. 사진(삼성동)=김영구 기자2023시즌 구자욱은 119경기에 출전해 타율 0.336/ 152안타/ 11홈런/ 71타점/ 12도루/ 출루율 0.407/ 장타율 0.494로 삼성 중심 타선 역할을 완벽하게 소화했다. 데뷔 뒤 가장 좋지 않았던 2022시즌(타율 0.293/ 5홈런/ 38타점) 부진을 씻은 결과기도 했다.
하지만, 삼성이 리그 8위에 머무르면서 가을야구 진출에 실패한 건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구자욱을 환히 웃지 못하게 만든 결과였다.
구자욱은 골든글러브 시상식 종료 뒤 취재진과 만나 “올해 박진만 감독님을 주장으로서 잘 도와드리지 못해 죄송했다. (오)승환이 형과 (강)민호 형이 안에서 정말 많이 도와줘서 감사했다. 너무나도 크게 설렜던 2년 전 첫 골든글러브 수상 때와 비교하면 이번엔 오버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기쁘게 더 환히 웃고 싶었는데 ‘팀보다 위대한 선수는 없다’라는 말이 떠오르더라. 팀이 부진했는데 혼자 상을 받았다고 기뻐하는 것도 좋지 않은 그림이라 봤다”라며 고갤 끄덕였다.
구자욱은 2023시즌 내내 지명타자 골든글러브를 수상한 NC 다이노스 외야수 손아섭과 치열한 타율왕 경쟁을 펼쳤다. 두 선수 사이에 유쾌한 ‘디스전’이 펼쳐지기도 했다.
구자욱은 “신인 때부터 존경했고 가까이 다가와 친해졌던 (손)아섭이 형이 타율왕을 수상해 기뻤다. 개인적으로 전혀 아쉬움은 없었다. 아섭이 형처럼 계속 2등을 하다가 말년에 1등 한 번 하고 끝내는 것도 나쁘지 않은 듯싶다(웃음). 아섭이 형과 그런 퍼포먼스를 보여준 것도 팬들께서 좋아해주시니까 그런 부분이 있다. 도를 넘지 않은 선에서 승부 세계 밖에서는 웃음을 선사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라며 미소 지었다.
구자욱은 팀 우승을 이끄는 동시에 골든글러브까지 수상한 오지환을 크게 부러워했다. 구자욱도 2024시즌 삼성을 우승으로 이끈 뒤 다시 골든글러브 시상식에 오고 싶다는 야망을 내비쳤다.
구자욱은 “나도 (오)지환이 형처럼 팀이 우승해서 최고의 한 해였다라는 소감을 전하면서 골든글러브를 받고 싶더라. 어쨌든 겨울에 팀 변화가 큰 편이고 새로 온 단장님께서 정말 노력하고 계시기에 기대는 크다. 당장 내년에 우승하겠다는 말도 좋겠지만, 점점 강해지는 삼성 라이온즈를 먼저 보여드리고 싶다는 말을 주장으로서 전하고 싶다”라고 힘줘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