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천하’의 붕괴는 팬들만 실망하게 만든 게 아니다.
전북을 상징하는 녹빛 유니폼에 자부심을 갖고 있던 선수들도 당혹스럽기는 마찬가지다. 매년 최소한 하나의 트로피를 들어올렸던 이들이 10년 만의 무관을 넘어 2008년 이후 처음으로 정규리그 순위가 3위 밖으로 밀려났으니 그럴 법했다.
전북 수비수 김진수(31)는 경고 누적으로 결장한 지난 3일 울산 현대와 K리그1 최종전이 0-1 패배로 끝난 뒤 기자와 만나 “10년 간의 영광이 올해 실패로 물거품이 된 것처럼 느껴지니 마음이 아프다. 많은 것을 느끼게 만든 시즌”이라고 말했다.
2023년을 냉철하게 돌아본 그는 전북이 두 가지 측면에서 문제점을 노출했다고 짚었다.
김진수는 먼저 전북이 자랑했던 승리의 DNA가 사라졌다고 한탄했다. 과거 전북은 ‘지고 있어도 질 것 같은 느낌이 들지 않는 팀’이었다. 선제골을 내줘도 자신들의 템포로 경기를 밀고 당기면서 승부를 뒤집는 게 일상이었다. 그랬던 전북이 올해는 “분명히 잡고 가야되는 경기를 놓치고, 올라가야할 때 주춤했다”는 게 그의 지적이다.
김진수는 전북의 변화가 지난 2월 울산과 개막전부터 드러났다고 짚었다. 당시 전북은 송민규의 선제골로 앞서갔지만, 잇달아 두 골을 내주면서 1-2로 역전패했다. 김진수는 “분명히 경기는 우리가 잘했는데도 이기지 못했다. 이런 흐름이 반복됐던 게 가장 큰 문제”라면서 “베테랑이 되니 많은 게 보인다”고 고개를 떨궜다.
전북이 자랑했던 또 다른 팀 컬러 ‘닥공’을 잃어버린 것도 큰 타격이었다. 닥치고 공격의 줄임말인 닥공은 단순히 별칭을 넘어 전북 축구의 정체성을 상징한다. 최강희 전 감독이 지휘봉을 잡았던 2010년대 1골을 내주면 2골을 넣는 이 축구로 K리그를 호령했다.
그런데 올해는 38경기에서 단 45골에 그치면서 큰 실망을 남겼다. 팀 득점으로 따진다면 12개팀 중 7위다보니 이젠 평범한 팀이 되었다. 최 감독의 마지막 재임 기간인 2018년 75골로 당당히 득점 1위에 올랐던 것과 비교된다.
김진수는 “실점은 예년과 비슷하지만 득점이 많이 떨어졌다”면서 “득점을 넣지 못하니 비기거나 지는 경기가 많았다. 우리의 실패를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처절한 실패를 맛봤던 전북은 이제 변화의 시간에 접어들었다. 이적시장이 열리는 올 겨울 기대에 어울리지 못하는 활약을 펼친 선수는 떠나고, 꼭 필요한 선수는 보강해 다시 한 번 옛 영광에 도전해야 한다.
김진수는 “선수 입장에서는 동료들이 다 같이 내년에 도전했으면 하는 마음”이라면서도 “프로는 참 냉정하다. 나가는 선수도, 새롭게 오는 선수도 모두 잘 됐으면 한다. 내년엔 트로피를 들고 웃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