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언론 “NBA에 없는 독특한 폼”
“이것은 한국에서만 벌어지고 있는 매우 독특한 현상이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1일 한국 농구의 백보드 자유투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미 프로농구(NBA)에서는 자유투를 백보드를 맞히는 ‘뱅크슛’으로 시도하는 선수가 없다. 골밑에서 시도하는 레이업슛을 제외하고는 백보드를 노리면 조롱당하는 문화가 있다. 림의 그물만을 통과하는 슛이 아름답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긴장 풀자" - 지난 5일 수원 KT와의 경기에서 자유투를 시도하는 고양 소노 전성현. /KBL
한국농구연맹(KBL)에서는 흔하다. 역대 최다 3점슛 기록(1669개)을 보유한 문경은(52) KBL 경기본부장의 트레이드 마크였다. 문 본부장의 통산 자유투 성공률은 84.1%. 현역에서 83.5%를 자랑하는 전성현(32·소노)을 비롯해 이정현(36·삼성·79.6%), 이재도(32·LG·80.7%) 등도 뱅크슛으로 자유투를 쏜다. 슛으로 1980년대를 풍미했던 고(故) 김현준이 처음 시도한 뒤 슛 슬럼프를 겪던 문 본부장에게 권했고, 전성현이 문 본부장을 보고 따라 하며 ‘뱅크 자유투’ 계보가 이어지고 있다.
NYT는 뱅크슛이 클린슛보다 자유투 확률이 더 높을 수도 있다는 연구 결과를 소개했다. 로런스 실버버그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 공대 교수에 따르면 백보드에 튕긴 공은 추진력을 잃으면서 안정적으로 골대 안쪽으로 향한다. 완충 효과 등을 종합했을 때 클린슛보다 림에 맞고 튀어나올 확률이 적다는 것이다. 실제로 신인 시절 자유투 성공률이 69.2%였던 하윤기(24·KT)는 뱅크 자유투를 배우며 성공률을 79.3%까지 높였다.
미국 농구계의 한국 뱅크슛 자유투에 대한 관심은 일시적인 게 아니다. 지난 9월 미국 유명 농구 비디오 코디네이터 에릭 포셋은 본인 트위터에 KBL 영상을 올리면서 “흥미로운 KBL의 트렌드. 자유투 성공률 80% 선수들이 뱅크슛을 쏜다”라고 썼다. 이는 조회 수 374만회를 기록 중이다.
미국 톰 하버스트로 기자는 “자유투는 심리적인 이유가 상당하다. 성공률이 36%인 스티븐 애덤스(30·멤피스)는 뱅크슛을 쏘는 건 어떨까. KBL을 보니 그건 부끄러운 게 아니다”라고 쓰기도 했다. KBL에 온 후 뱅크슛을 던지기 시작한 외국 선수들도 있었다. 로드 벤슨(전 DB)이 대표적이고, 마커스 블레이클리(전 현대모비스) 역시 이재도의 조언을 듣고 한동안 뱅크슛을 던지기도 했다.
KBL 선수들은 뱅크슛을 시도하는 가장 큰 이유로 심리적 안정감을 꼽는다. 클린슛은 섬세한 조절이 필요하지만 뱅크슛은 비교적 힘을 세게 해도 잘 들어가기 때문이다. 손대범 KBS N 해설위원은 “네모난 곳을 맞히면 들어간다는 게 마음을 편하게 해줄 수 있다”며 “미국에서 뱅크슛 자유투를 과학적으로 분석한 것처럼, 우리도 스스로 더 연구해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