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들이 ‘저한테 축구를 배우면 성장한다’는 느낌을 주고 싶어요. 그러려면 제가 더 노력해야겠죠.”
이 정도면 만족할 만도 한데 이정효 광주 FC 감독은 더 높은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승격 첫 시즌 3위(승점 59점·16승11무11패), 창단 첫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엘리트(ACLE) 플레이오프(PO)행 티켓까지, 2년 차 ‘새내기’ 감독치고는 이미 큰 성과를 거뒀지만 그는 만족보다는 더 큰 성공을 갈망하고 있었다. 이 감독은 4일 열린 2023 K리그 대상 시상식 현장에서 거듭 ‘성장’을 말했다.
올해 광주는 어느 팀보다도 뜨거운 시즌을 보냈다. 지난해 K리그2에서 역대 최다 승점(86점)으로 일찌감치 승격을 확정했고, K리그1에 올라와서도 전통 강호들을 줄줄이 잡으며 어느새 강팀 반열에 올라 섰다.
성적 외 소득도 많다. 이 감독 특유의 거침 없는 공격 전술로 K리그 경기를 더욱 흥미롭게 만들었다. 비록 수상은 불발됐지만, K리그1 시상식 감독상 부문에서 미디어 투표 115표 가운데 59표를 가져가며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던 이유다.
무엇보다 선수들의 성장에 진심이었다. 올 시즌 신인상을 수상한 정호연(23)을 비롯해 엄지성(21) 등 비교적 경험이 적고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어린 선수들과 시즌을 함께하면서, 맞춤형 지도로 이들의 성장을 도왔다.
나이 많은 선수도 예외는 없었다. 주장 안영규(34)는 12년 차 베테랑이지만 이 감독 밑에서 다시 축구를 배웠다. 센터백으로서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며 팀이 최소 실점(35개)으로 시즌을 마치는 데 기여했다. 안영규는 “처음 감독님의 지시를 들었을 땐 ‘이게 되나’ 싶었지만 신기하게 들어맞더라”며 “이제는 감독님 말씀이라면 무조건 믿는다”고 전했다.
선수들의 성장을 위해선 감독 자신도 뛰어야 했다. 이 감독이 보기에 K리그 경기는 패턴이 정해져있었다. 라인을 내려서 막고 체력적인 부담이 커졌을 때 역습을 노려 득점하는 식의 경기가 많았다. 그는 “전체적으로 봤을 때는 재미가 없는 경기가 많았지만 어떻게 공략할지 공부가 많이 됐다”고 말했다. 다음 시즌엔 더 큰 도전이 기다리고 있다. 당장 이번 달부터 선수들과의 미팅을 통해 다음 시즌 목표를 잡고 ACL 대비에도 나선다. 그는 “예선이 내년 7월인데 일단은 K리그에 집중하고 어느 정도 힘을 갖춰야 ACL에 많은 힘을 쓸 수 있을 것 같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