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 유망주들의 ‘돈 잔치’가 성황이다. 빅리그 경력 없이 1000억원대 장기 계약을 따내는가 하면 고졸 신인 신분으로 120억원대 계약금을 받는 사례도 나온다. 연봉 인플레이션과 구단 재정 양극화 등의 영향이 복합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밀워키 브루어스는 5일(한국시간) 미국 내슈빌에서 외야수 잭슨 추리오(19)의 입단식을 열었다. 현지 매체들에 따르면 추리오는 8년간 8200만 달러(약 1074억원)를 보장받는 내용으로 계약했다.
추리오의 계약이 눈길을 끄는 이유는 그의 경력에 있다. 베네수엘라 태생의 추리오는 2021년 국제 아마추어 자유계약으로 밀워키 유니폼을 입었다. 올해 대부분을 더블 A에서 보냈고 처음 승격된 트리플 A에선 6경기에 출전해 21타수 6안타(0.333)를 기록했다.
빅리그에서 한 경기도 뛰어보지 못한 그지만 밀워키는 과감한 베팅을 택했다. MLB닷컴에 따르면 맷 아놀드 밀워키 단장은 “추리오는 최정상급 유망주”라며 “(현) 세대의 재능이자 우리 구단의 얼굴이 될 선수와 전례 없는 계약을 맺게 돼 매우 기쁘다”고 밝혔다.
추리오만이 아니다. 신예급 선수의 대형 장기계약은 더는 드문 일이 아니다. 애틀랜타 브레이브스가 대표적이다. 애틀랜타는 지난해 8월 외야수 마이클 해리스 2세와 8년 7200만 달러의 장기 계약을 맺었다. 빅리그 데뷔전으로부터 만 3개월이 채 안 된 시점이었다.
그에 앞서선 2018년 내셔널리그 신인왕을 타고 이듬해 4월 곧바로 10년 1억 3400만 달러의 메가톤급 계약에 성공한 로날드 아쿠냐 주니어의 선례도 있었다. 이후 성장을 거듭한 아쿠냐 주니어는 올해 빅리그 최초로 40홈런-70도루 클럽에 가입하며 만개했다.
스티브 코헨 뉴욕 메츠 구단주 등 메이저리그 내에서도 압도적인 ‘큰손’들의 등장으로 이 같은 추세가 강화되고 있다는 게 전문가 진단이다. 자유계약선수(FA) 시장에서 경쟁하기 어려워진 미드·스몰 마켓 구단들이 유망주에게 장기 계약을 안기는 쪽으로 선회했다는 것이다. 메이저리그 전문가인 송재우 해설위원은 “(추리오 같은 선수의) 대형 계약은 과거였다면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라며 “자금력에서 빅마켓 팀에 밀리는 구단들이 내놓은 방책”이라고 설명했다.
몸값 인플레이션은 신인 드래프트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올해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로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의 지명을 받은 투수 폴 스킨스는 920만 달러(116억원)의 계약금을 받았다. 2순위 지명자 딜런 크루스는 워싱턴 내셔널스로부터 900만 달러를 받았다. 역대 신인 계약금 1·2위를 나란히 차지했다.
둘을 포함해 올해 드래프트에서 가장 먼저 이름이 불린 5명의 평균 계약금은 820만 달러에 달했다. 2013년 드래프트 1~5순위 지명자의 평균 계약금은 517만 달러였다. 송 위원은 “과거 신인 계약금을 제한하며 떨어졌던 계약 규모가 다시 조금씩 오르는 추세”라며 “사회 전반의 물가 상승과 더불어 선수 시장의 인플레이션이 복합 작용한 결과”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