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페퍼저축은행전을 승리한 뒤 팬들이 민든 ‘절친’ 김수지와 나란히 나온 예전 사진이 담긴 플래카드를 들고 포즈를 쥐하고 있다. 프로배구연맹 제공여자배구 흥국생명에서 뛰는 김연경과 김수지는 배구계에서 잘 알려진 ‘절친’이다. 안산서초부터 원곡중, 수원 한일전산여고(현 한봄고), 그리고 프로팀과 대표팀까지 커리어는 물론 인생 대부분을 함께했다. 둘은 지난 오프시즌 자유계약선수(FA)가 된 김연경이 흥국생명에 잔류하고, 흥국생명이 FA 김수지를 영입하면서 프로팀에서는 처음 한솥밥을 먹게 됐다.
지난 5일 흥국생명의 9연승으로 끝난 페퍼저축은행전. 경기 뒤 스트레칭을 하는 두 선수 앞에서 구단 관계자가 관중석에서 팬들이 흔들던 플래카드를 하나 펼쳤다. 두 선수가 고교시절에 찍었던 사진에 ‘최강 우정’이라고 적힌 플래카드였다.
후배들 앞에서 숏커트에 세련되지 않았던 과거 사진의 등장에 당황하며 웃음이 터졌던 둘은 잠시 추억에 잠기기도 했다. 김연경은 “팬들이 자꾸 이런 사진만 찾아서 플래카드를 만들어 올까봐 걱정”이라며 너스레를 떨면서도 김수지와 플래카드를 들고 기념사진도 남겼다.
여자배구 ‘전설’로 여전히 현역으로 뛰는 김연경은 올해로 프로 19년차다. 1988년생으로 V리그 출범 두 번째 시즌인 2005~2006시즌에 흥국생명에서 데뷔했다. 김연경은 첫 해 신인왕과 정규리그 MVP를 모두 안으면서 화려한 커리어를 시작했다. 이후 세 시즌 연속 MVP 등 지금까지 5차례 수상으로 V리그 최다 MVP 수상자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김연경은 변함없이 리그 최고 선수 중 하나로 군림하며 선두 흥국생명을 이끌고 있다. 이날도 높은 공격 성공률(51.85%)을 자랑하며 17득점을 기록했다. 외국인 선수들이 대부분 채운 공격 부문에서 현재 1위(공격 성공률 44.69%)를 달리고 있다. 192㎝라는 큰 키를 앞세운 공격 뿐 아니라 뛰어난 배구 센스가 돋보이는 리시브 등 수비 능력까지 겸비해 변함없는 존재감을 보인다.
흥국생명 김연경이 5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페퍼저축은행과의 경기에서 득점에 성공한 뒤 기뻐하고 있다. 2023.12.5. 정지윤 선임기자팬들 사이에서는 김연경 프로 데뷔 (만)18년을 축하하는 메시지가 적지 않다. 세월이 흐른 만큼 김연경의 머리 속에도 ‘은퇴’라는 단어를 지울 수 없다. 김연경은 지난 시즌 도중에도 “은퇴를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가 다시 코트에 섰다. 김연경의 은퇴 이슈는 미디어와 팬들 사이에서 관심이 끊이지 않는다.
김연경은 “18년을 뛰었다고 축하도 받는데 부끄럽기도 하다. ‘정말 오래 했구나’는 생각도 든다. 팬들은 20년 채우라고는 하는데···”라고 웃었다. 이어 “나이가 그렇기도 해서 (일단) 올 시즌 열심히 하겠다”며 평소처럼 구체적인 답변은 피했다.
흥국생명은 12승1패라는 압도적인 성적으로 승점 33점을 쌓았다. 하지만 2위 현대건설(승점 29점·9승4패)과 격차가 크지 않다. 이제 시작한 3라운드가 선두 경쟁의 승부처로 예고된다. 김연경은 “(정규리그서 우승한)지난 시즌과 비교했을 때 우리 경기력에 기복이 조금 있다. 우리가 보완해야 할 부분”이라며 최근 5세트 경기가 많아진 것을 의식했다. 김연경은 “현대건설의 추격이 신경쓰이지 않을 수 없다. 매 경기 승점을 잃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집중력을 놓치면 안된다”고 승부욕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