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문성 기자 = 막대한 오일머니를 앞세워 세계 스포츠계의 큰손으로 떠오른 사우디아라비아의 2034년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 축구대회 유치에 파란불이 커졌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제 막 2030년 월드컵 개최지를 선정해 2034년 월드컵 유치전이 아직 제대로 발을 떼지도 않았지만, 사우디의 단독 개최 가능성마저 벌써 점쳐지고 있다.
기뻐하는 사우디 살리흐 샤흐리
2022년 11월 22일(현지시간) 카타르 루사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C조 1차전 아르헨티나와 사우디아라비아 경기.
사우디아라비아의 살리흐 샤흐리가 만회골을 넣은 뒤 기뻐하고 있다.[연합뉴스 자료사진]
AP 통신은 5일(현지시간) 사우디가 2034년 월드컵 개최 선호 후보국이 됐고 단독 유치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예상했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사우디가 월드컵 유치전에서 빠르게 탄력을 받고 있다고 평가했다.
사우디가 유리한 것은 다른 대륙에서 2034년 이전 월드컵이 열릴 예정이어서 후보지가 아시아·오세아니아 지역으로 좁혀졌기 때문이다.
2026년 월드컵은 북미(미국·멕시코·캐나다 공동 주최)에서 열린다. 2030년 월드컵 개최지는 아프리카·유럽·남미 등 3개 대륙(모로코·스페인·포르투갈 공동 주최)으로 지난 4일 결정됐다.
이집트, 그리스와 함께 2030년 월드컵 공동 유치에 뛰어들었다가 경쟁에서 밀리자 발을 뺀 사우디로선 전화위복의 기회를 잡은 셈이다.
사우디 리그 알나스르에서 뛰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신화=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사우디는 아시아축구연맹(AFC) 회원국으로, 지난 4일 2034년 월드컵 단독 유치 추진을 선언했다.
FIFA가 2034년 월드컵 개최지 선정 작업을 서두르는 것도 사우디에는 이득이다. 아시아·오세아니아 지역에선 호주도 관심을 보이고 있지만 사우디에 대적이 될지는 불투명하다.
제임스 존슨 호주축구연맹 회장은 "2029년 FIFA 클럽 월드컵과 2034년 월드컵 유치 도전 가능성을 살펴보고 있다"고 밝혔다.
FIFA는 2034년 월드컵 유치에 관심이 있는 국가들에 이달 말까지 그 의향을 밝히고 11월 30일까지 자격 평가에 필요한 서류를 내라고 주문했다.
여기서 경기를 치를 수 있는 시설 요건이 중요하다. 2034년 월드컵을 유치하려면 조별 리그를 벌일 최소 4만석 규모의 경기장을 적어도 14개 갖춰야 한다. 이중 최소 7개는 기존 경기장이어야 한다.
2027년 아시안컵 축구 개최를 준비하는 사우디는 이 요건을 충족하고 있다. 적어도 7개 경기장은 이미 만들었고 나머지는 짓고 있다.
반면 호주는 기존 경기장만 따져봐도 요건에 맞는 7개를 보유하고 있는지조차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FIFA 평의회 참석하는 인판티노 회장
(취리히 로이터=연합뉴스) 4일(현지시간) 스위스 취리히에서 잔니 인판티노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이 평의회에 참석하고 있다. FIFA는 이날 2030년 FIFA 월드컵이 아프리카와 유럽, 남미 등 3개 대륙에서 개최된다고 밝혔다. 2023.10.05 [email protected]
사우디의 무더위가 변수이기는 하지만 2022년 카타르 월드컵의 전례에 따라 FIFA 회원국들의 승인을 받아 11~12월에 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셰이크 살만 빈 에브라힘 칼리파 AFC 회장은 " 아시아 축구계가 사우디 지지에 뭉칠 것"이라며 사우디에 힘을 실어줬다. 그는 바레인 왕가의 일원으로, 바레인은 사우디의 동맹이다.
잔니 인판티노 FIFA 회장이 사우디의 실세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와 가까운 사이인 것도 사우디에 힘이 되는 요인이다.
사우디는 자국 프로축구에 거액을 투자해 세계적인 선수들을 데려오는 등 국제 스포츠계에서 영향력을 빠르게 키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