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 최용재 기자]데이비드 시먼을 기억하는가.
말총머리로 유명했던 그는 1990년대 잉글랜드 간판 골키퍼였다. 아스널의 전설이었고, 잉글랜드 대표팀 소속으로 A매치 75경기를 뛰었다. 세계 최고의 수문장 중 하나로 위용을 떨쳤던 스타.
올해로 60세가 된 할아버지 시먼이, 자신의 현역 시절을 돌아봤다. 정말 엄청 뛰었다. 아스널에서 564경기를 뛰는 등 프로 통산 958경기나 뛰었다. A매치는 75경기를 소화했다. 클럽에서도, 대표팀에서도 수많은 경기를 뛰었고, 또 수많은 공격수들에게 골도 먹었다.
그가 기억하는 최고의 공격수는 누구일까. 골키퍼로서 가장 두려웠던 공격수는 누구였을까.
시먼은 주저하지 않고 바로 답했다. 호나우두 루이스 나자리우 데 리마(Ronaldo Luiz Nazario De Lima)라고. 줄여서 호나우두.
요즘 젊은 세대는 'Ronaldo'하면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를 가장 먼저 떠올리겠지만, 옛날 사람은 호나우두가 먼저일 수밖에 없다. 원조 호나우두라 불리는 이유다. 브라질 대표팀의 전설이자 인터 밀란, 레알 마드리드 등에서 전성기를 보낸 백넘버 9번의 상징이다.
팀의 존재를 무시할 정도로 엄청난 개인적인 기술을 가졌고, "호나우두가 곧 전술"이라는 수많은 명장들의 찬사를 받았던 전대미문의 공격수. 하지만 전성기는 짧았다. '하늘이 그의 무릎을 시기했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무릎 부상이 잦았다. 결국 부상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한 채 짧은 전성기를 뒤로하고 은퇴했다.
그래서 그를 향한 비난의 목소리도 많았다. 함부로 말하는 이들이 많았다. 몸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주를 이뤘다. 살이 찌는 모습을 드러냈고, '호돼지'라는 별명도 따라다녔다. 전성기가 짧아 '반짝 스타'로 치부하는 이들도 존재했다. 뭐 틀린 말은 아니다. 살찐 것도 사실이고, 전성기가 짧았던 것도 사실이니.
그럼에도 다른 반짝 스타와는 다르다. 호나우두를 역사상 최고의 공격수라고 평가하는 이들도 있다. 왜? 짧았지만 그토록 강렬한 선수는 없었으니까.
시먼도 그 중 한 명이었다. 시먼은 1997년 열린 투르누아 드 프랑스, 2002 한일 월드컵 등에서 호나우두와 격돌한 경험이 있다. 시먼은 특히 2002 한일 월드컵의 강렬한 기억을 떠올렸다.
당시 잉글랜드와 브라질은 8강에서 만났다. 브라질이 2-1로 승리하며 4강에 진출했고, 결국 우승까지 차지했다. 시먼은 2실점을 허용했는데, 당시 그 유명했던 브라질 '3R' 중 호나우두(Ronaldo)를 제외한 히바우두(Rivaldo)와 호나우지뉴(Ronaldinho)에게 연속골을 허용했다.
호나우두에게는 실점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시먼은 가장 두려웠던 공격수로 호나우두를 선택했다. 그가 호나우두를 선택한 이유를 들어보자.
"나는 소속팀 아스널에서 매일 티에리 앙리와 붙었다. 그렇지만 나에게 가장 무서운 공격수는 호나우두였다. 가장 파괴적인 공격수는 호나우두였다. 앙리보다 한 수 위였다. 나에게 최고의 공격수가 누구냐고 물으면, 나는 항상 호나우두라 답했다. 골키퍼는 일반적으로 상대 공격수의 움직임을 예상할 수 있다. 그런데 호나우두는 내 앞에서 무엇을 할지 전혀 알지 못했다. 특히 2002년 호나우두는 세계 최고였다. 호나우두는 내가 예상한 것과 항상 다른 일을 했다. 그가 무엇을 할지 알지 못했다. 또 그가 얼마나 빠른 슈팅을 할 것인지도 몰랐다. 골키퍼 앞에서 드리블을 할 가능성도 있었다. 호나우두는 모든 것을 가지고 있었다. 도저히 예측할 수 없는 선수였다. 단 한 번의 동작으로 수비수와 골키퍼를 모두 속였다. 또 그 순간의 동작이 얼마나 빠른지 아는가."[최용재의 매일밤 12시]는 깊은 밤, 잠 못 이루는 축구 팬들을 위해 준비한 잔잔한 칼럼입니다. 머리 아프고, 복잡하고, 진지한 내용은 없습니다. 가볍거나, 웃기거나, 감동적이거나, 때로는 정말 아무 의미 없는 잡담까지, 자기 전 편안하게 시간 때울 수 있는 축구 이야기입니다. 매일밤 12시에 찾아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