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맨시티팬, 21일 브라이튼전 찰튼 경 죽음 조롱
맨시티, "매우 실망스럽고 유가족과 맨유에 사과한다"
맨체스터 시티(맨시티)의 일부 팬들이 얼마전 세상을 떠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 레전드 바비 찰튼 경의 죽음을 조롱하는 듯한 불쾌한 구호를 외친 것이 화제다.
지난 21일 맨유 팬들에게 가슴 아픈 소식이 전해졌다. 바로 팀 레전드 바비 찰튼 경이 향년 86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 것이다.
맨유 팬들에게 바비 찰튼 경은 자부심이었다. 바비 찰튼 경은 1953년부터 맨유 유소년팀에서 활약했다. 이후 실력을 인정 받아 1956년 1군에서 프로 무대를 밟았고, 첫 시즌 17경기 12골이라는 어마무시한 기록을 세웠다.
1957-1958시즌 15경기 12골로 화려한 2년차를 맞이했고, 맨유는 바비 찰튼 경의 활약으로 리그 2위에 올랐다. 유러피언 컵 4강 진출에도 성공하는 등 상승세를 타고 있었다. 그러나 안타까운 일이 벌어졌다.
베오그라드 원정을 마치고 리그 일정이 촉박한 상황에서 맨유 선수단은 서둘러 비행기에 탑승했다. 그러나 경유지인 뮌헨 공항에서 이륙하던 도중 기체가 전복되는 사고가 일어났고, 맨유 선수단 중 8명을 포함해 구단 스태프, 취재기자단 통틀어 23명이 사망했다.
대형 참사였다. 바비 찰튼 경은 이 참사에서 생존한 9명의 선수 중 한 명이었지만 사고의 후유증을 겪었다. 사고 이후 암흑기였던 맨유는 바비 찰튼 경과 데니스 로, 조지 베스트까지 최고의 트리오를 구축하며 전성기를 맞이했다. 바비 찰튼 경은 맨유의 리그 우승, 유러피언 컵 우승을 견인했다.
1966년에는 잉글랜드 대표팀으로 월드컵에 나서 우승을 맛봤다. 이는 아직도 잉글랜드의 유일한 월드컵 우승으로 남아있다. 바비 찰튼 경은 이런 놀라운 활약으로 1974년 3급 대영제국 훈장을, 1994년에는 기사 작위를 받아 경이 됐다.
은퇴 후 2023년까지 맨유 기술 이사직을 맡아올 정도로 맨유에 대한 애정이 가득했다. 그러던 중 2020년 치매 판정을 받고 투병하다 21일 세상을 떠났다.
영국 BBC 등 다수의 언론은 "바비 찰튼 경은 잉글랜드 축구 역사상 가장 위대한 선수"라며 애도했다. 맨유는 지난 22일 구단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구단 역사상 가장 위대하고 사랑받은 선수 중 한 명인 바비 찰튼 경의 사망을 애도한다"고 전했다. 셰필드 유나이티드 원정을 떠난 맨유 선수단은 경기 시작 전 찰튼을 추모하는 시간을 가졌고, 셰필드 선수단 역시 묵념했다.
많은 유럽 축구 경기에서도 찰튼 경에 대한 추모는 이어졌다.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경기는 물론이며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FC 바르셀로나와 아틀레틱 빌바오의 경기에서도 경기전 찰튼 경을 위한 시간을 가졌다.
그러나, 라이벌 팀의 소수의 팬들은 개념이 없는 듯한 행동을 보였다. 영국 '텔레그래프'는 "지난 21일 에티하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브라이튼 호브 알비온과 맨시티의 경기에서 맨시티 일부 팬들이 찰튼 경의 죽음을 조롱하는 구호를 외치는 팬들의 영상이 공개된 뒤 유가족들에게 사과했다"고 밝혔다. 언론에 의하면 일부 맨시티 팬들은 "바비 찰튼 경이 박스에 있다(Bobby's in the box)"라는 구호를 외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맨시티는 공식 성명서를 통해 "우리 일부 팬들이 찰튼 경에 대한 공격적인 구호를 소수의 사람들로부터 들은 것에 대해 매우 실망했다"고 말했다. 이어 "구단은 이런 구호를 강력하게 비난하며 찰튼 경과 그의 가족, 친구들 그리고 맨유 모든 사람들에게 사과합니다"라며 라이벌 구단인 맨유에도 미안함을 표현했다.
현재 맨시티 구단은 경기장 출입 금지 등 강력한 조치를 위해 수사에 착수한 상황이다. 프리미어리그 당국은 구호를 외쳤다는 보도에 대해서 "끔찍하다"며 "맨시티가 수사하고 있는 것은 잘하고 있는 일이다. 우리는 후속 조치를 지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맨유는 맨시티와 오는 29일 맨체스터 올드트래포드에서 맨체스터 더비 경기를 갖는다. 영국 매체 '가디언'은 23일 "맨유와 맨시티는 이번 주말 경기에서 함께 찰튼 경을 추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