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닷컴, 소공로] 강동훈 기자 = ‘꿀벌 군단’ 보루시아 도르트문트 선수들과 관계자, 그리고 팬들에게 있어서 지난 시즌은 두 번 다시는 기억하고 싶지 않은 시즌이다. 무려 11년 만에 마이스터샬레(독일 분데스리가 우승 트로피 명칭)를 탈환하면서 동시에 ‘라이벌’ 바이에른 뮌헨의 11연패 대업을 저지할 절호의 기회를 놓쳤기 때문이다.
도르트문트는 지난 시즌 초반 상위권과 중위권을 오가면서 순위 그래프가 요동쳤지만,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과 겨울 휴식기가 끝난 후 2위에 안착했고, 이어 바이에른 뮌헨이 미끄러지는 틈을 타 32라운드 때 선두를 탈환하면서 최종전을 앞두고 정상에 오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당시 최종전을 앞두고 1위에 오른 도르트문트는 마인츠를 꺾고 승점 3점을 획득한다면 11년 만에 분데스리가 정상에 오를 수 있었다. 안방 지그날 이두나 파르크에서 경기가 펼쳐지는 데다, 최근 상대 전적에서 월등히 앞서는 등 그야말로 우승을 거머쥘 수 있는 완벽한 기회였다.
도르트문트는 하지만 초반부터 연이은 실점을 헌납하면서 흔들렸다. 킥오프 15분 만에 선제 실점한 데에 이어, 9분 뒤에 두 번째 실점을 내줬다. 그러나 쉽게 포기하지 않았다. 후반 23분 하파엘 게헤이루(29·포르투갈)가 만회골을 터뜨리면서 추격에 나섰고, 동시에 같은 시간 바이에른 뮌헨이 쾰른에 동점을 허용했다는 소식이 들려오면서 우승에 다시 가까워졌다.
하지만 도르트문트는 끝내 웃지 못했다. 우승 레이스는 뒤집혔다. 후반 추가시간 니클라스 쥘레(28·독일)의 동점골이 나오면서 마인츠와 무승부를 거뒀지만, 바이에른 뮌헨이 쾰른을 상대로 극적인 역전에 성공하면서 희비는 극명하게 엇갈렸다. 결국 트로피를 눈앞에서 놓쳤고, 11년 만의 우승이 좌절되면서 끝내 주저앉고 말았다. 당시 지그날 이두나 파르크를 찾은 8만여 명의 관중들이 일제히 침통에 빠졌다.
도르트문트 레전드 케빈 그로스크로이츠(35·독일)도 당시 함께 경기를 지켜보면서 눈물을 흘렸다. “그 당시에 모든 도르트문트 선수들과 관계자들, 그리고 팬들에게 가장 씁쓸한 순간이었다”고 슬픈 기억을 더듬은 그는 “최종전 때 독일의 날씨는 상당히 좋았고 도시 전체가 검은색과 노란색으로 물들었었다. 하지만 바라지 않은 일이 벌어졌다. 굉장히 슬펐고, 눈물이 났다”고 이야기했다.
계속해서 “그 당시에 최종전을 보고 있었는데 주변에 많은 사람들이 우승을 놓치자 울음을 터뜨렸다”며 “특히나 오랜 시간 도르트문트에서 동료로 뛰었던 ‘절친’ 마르코 로이스(34·독일)가 정말 슬퍼했다. 이러한 슬픔을 잊으려면 3~4달 정도가 필요하다. 정말 잊기 힘든 순간이었다”고 말했다.
도르트문트는 지난 시즌의 악몽을 잊기 위해 이번 시즌에는 기필코 다시 정상에 오르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비록 핵심이었던 주드 벨링엄(20·잉글랜드)이 레알 마드리드로 떠났지만, 니클라스 퓔크루크(30)와 펠릭스 은메차(23·이상 독일), 마르셀 자비처(29·오스트리아) 등을 영입해 스쿼드를 보강했고, 주축 선수들과 재계약을 체결하면서 붙잡는 데도 성공했다.
그 결과 도르트문트는 올 시즌 분데스리가가 개막한 이래로 순항 중이다. 현재 개막 8경기 무패(6승2무)를 달리며 순위표 4위(승점 20)에 올라 있다. 선두 바이어 레버쿠젠(승점 22)과 격차는 승점 2밖에 나지 않는다. 언제든지 뒤집을 가능성이 충분한 상황이다.
그로스크로이츠도 “올 시즌 지금 8경기에서 승점 20점을 따냈기 때문에 좋은 시작이라고 생각한다”며 “지금 이 기세와 분위기를 계속 유지할 수만 있다면 분명 우승에 도달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매 라운드 선수들이 항상 힘을 내고 최대한 집중해서 모든 걸 다 쏟는다면 분명 도르트문트가 다시 정상에 오르는 모습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