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제12회 MBN 여성스포츠대상 시상식에서 만난 임시현은 “쟁쟁한 선수들을 제치고 대상을 차지하게 돼 영광”이라며 “올해 처음 태극마크를 달았을 때만 해도 내가 잘 할 수 있을까라는 걱정을 많이 했었는데 아시안게임 3관왕, 세계랭킹 1위 등을 내 손으로 이뤄냈다. 드레스를 입고 시상식에도 참가하고 양궁을 하길 정말 잘 한 것 같다”고 웃으며 말했다.
초등학교 3학년 시절 양궁을 처음 접한 임시현은 고등학교에 입학하기 전까지 그저 그런 선수에 불과했다. 그러나 포기란 없었다. 내향적이고 부정적이었던 그는 외향적이면서 긍정적인 성격으로 바꿔 전혀 다른 선수가 됐다.
임시현은 “중학교 때까지만 해도 아무리 연습을 많이 해도 성적이 나오지 않았다. 재능이 없으니 양궁을 그만두는 게 맞다라는 생각을 자주 할 정도였다”며 “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양궁을 포기하고 싶지 않아 이를 악물었다. ‘한 번 부딪혀보자’라는 생각으로 안 되면 될 때까지 파고드니 성적이 곧바로 좋아졌다”고 설명했다.
아무리 성공한 운동선수라도 성격을 바꾸는 건 쉽지 않다. 사람마다 태생적으로 갖고 있는 성향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임시현은 태극마크라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 노력을 멈추지 않았고 어떤 상황에서도 피하지 않고 맞서 싸우는 전사의 마인드를 장착했다.
그는 “과거에는 안 될 것 같으면 도전해보기도 전에 포기하는 회피형이었지만 지금은 다르다. 원하는 것을 이루지 못하면 잠을 자지 못할 정도로 성격이 달라졌다”며 “국가대표가 된 가장 큰 원동력이라고 생각한다. 성격까지 바꾼 만큼 어떤 시련도 이겨낼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올해 거둔 성적에 대해서는 얼마나 만족하고 있을까. 임시현은 “태극마크를 단 것만으로도 기뻤는데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와 세계 최고라는 타이틀을 획득했다”며 “양궁이 이렇게 재미있던 적도 처음인 것 같다. ‘생각보다 정말 열심히 잘 했다’고 내 자신에게 한 마디를 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스스로를 노력형이라고 밝힌 임시현은 최근 시상식을 참석하는 날에도 시간을 쪼개 훈련을 하고 있다. 연말을 무작정 즐기지 않고 계속해서 활시위를 당기는 확실한 이유가 있다. 가슴 속에 품고 있는 파리올림픽이 눈앞으로 다가와서다.
임시현은 “한국 양궁을 대표해 파리올림픽에 누가 나갈지 모르는 만큼 연습을 게을리 할 수 없다. 태극마크를 다는 게 어떤 국제 대회보다 경쟁이 치열한 만큼 내 모든 걸 걸고 해야 한다”며 “출전하게 된다면 항저우 아시안게임처럼 잘 할 자신은 있다. 다시 한 번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올라갈 수 있도록 철저히 준비해보겠다”고 강조했다.
개인전과 단체전 금메달을 겨냥하고 있는 그는 특히 단체전 10연패에 대한 남다른 욕심을 드러냈다. 한국 여자 양궁이 단체전 정상에 오르면 올림픽 10연패라는 금자탑을 쌓게 된다. 임시현은 “개인전보다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땄을 때 느끼는 기쁨이 크다. 올림픽에서도 아시안게임 때처럼 특별한 기분을 만끽하고 싶다”며 “모든 건 내가 어떻게 하는지에 따라 결정된다. 지금까지 해 온 것처럼 자신 있게 10점을 향해 활시위를 당길 것”이라고 다짐했다.
출중한 외모로도 주목을 받은 임시현은 운동선수인 만큼 실력으로 인정받고 싶다고 했다. 그는 “양궁 국가대표에게 가장 중요한 건 경기력이다. 인기와 외모 등은 전혀 중요하지 않다”며 “수천억원을 갖고 있는 재벌이 되는 것보다 양궁 국가대표로 살아가는 게 행복하다. 언제나 그랬듯 양궁을 잘 할 수 있다면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