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풋볼] 신인섭 기자= 파블로 가비는 자신의 부상 소식에 눈물을 흘렸다.
스페인(FIFA랭킹 8위)은 20일 오전 4시 45분(한국시간) 스페인 바야돌리드에 위치한 에스타디오 호세 소르리야에서 열린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 2024 예선 조별리그 A조 10라운드에서 조지아(FIFA랭킹 76위)를 3-1로 격파했다. 이날 승리로 스페인(승점 21)은 스코틀랜드(승점 17)와 노르웨이(승점 11)를 제치고 1위를 확정 지었다.
경기 결과와는 별개로 이날 안타까운 일이 발생했다. 전반 26분 가비가 홀로 공을 잡으려던 상황에 점프를 하다 어색한 동작으로 착지했다. 가비는 곧바로 무릎을 부여잡고 고통을 호소했고, 부상으로 교체 아웃됐다.
상황은 매우 심각했다. 바르셀로나는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가비는 오른쪽 무릎의 전방 십자인대가 완전히 찢어졌다. 측면 반월상연골과 관련한 부상이다. 그는 앞으로 며칠 안에 수술을 받을 예정이다"라고 공식 발표했다.
안타까운 일이다. 스페인 루이스 데 라 푸엔테 감독은 경기 종료 후 "이것이 축구의 안타까운 부분이다. 내 인생에서 경험한 가장 쓰라린 승리다"라면서 "가비와 바르셀로나, 스페인 대표팀 그리고 나에게도 매우 어려운 순간이다. 마치 우리가 경기에서 패한 것 같다"며 고개를 숙였다.
이어 "가비는 부서지고 파괴됐다. 그는 이런 일이 그에게 일어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이전에 우리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자신이 취약하지 않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우리는 매우 취약하다. 우리는 모두 망가졌다"라고 덧붙였다.
가비는 바르셀로나가 소중하게 키운 유망주다. 2004년생의 만 17세의 가비는 중앙 미드필더뿐만 아니라 공격형 미드필더, 윙어까지 소화 가능한 멀티 자원이다. 2014년 레알 베티스 유스에서 96골을 넣으며 여러 빅클럽들의 이목을 끌었고, 2015년부터 바르셀로나 유스에 입단했다. 바르셀로나 유스의 최고 인재로 각광받았고, 올 시즌 라리가 3라운드에서 데뷔하며 성인 무대에 발을 내디뎠다.
가비는 '라 마시아' 출신의 전형적인 축구 스타일을 구사한다. 나이에 비해 월등하고 빠른 판단력을 지녔으며, 공을 받기 전에 경기장 주변을 살핀 뒤, 보다 좋은 위치로 끊임없이 이동하는 것이 큰 장점이다. 또한 드리블과 볼터치에서도 안정적인 모습을 보인다.
데뷔 한 시즌 만에 바르셀로나의 핵심 선수로 자리 잡았다. 공식전 35경기를 소화하며 2골 5도움을 기록했고, 사비 에르난데스 감독의 주문에 맞춰 오른쪽 윙포워드로 출전하면서 중원까지 내려와 수비 가담에도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 시즌 역시 모든 대회에서 36경기에 출전해 팀의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 중이다.
이러한 활약에 최고의 유망주로 선정됐다. 지난해 10월 가비는 프랑스 '프랑스 풋볼'이 선정한 코파 트로피의 주인공이 됐다. 코파 트로피는 프랑스 '프랑스 풋볼' 축구 잡지사가 2018년부터 최고의 활약을 펼친 21세 이하 선수에게 주는 상이다.
이어 골든보이의 주인공이 됐다. 골든보이는 스포츠 저널리스트가 유럽에서 뛰는 젊은 축구 선수에게 한 해 동안 가장 인상적이었던 선수에게 수여하는 상이다. 후보자는 만 21세 미만이어야 하며(당시 기준 2002년 1월 1일 이후 출생자) 유럽 무대에서 활약해야 한다. 40명의 이탈리아 기자들과 웹사이트의 투표로 진행됐다. 가비는 에두아르도 카마빙가, 주드 벨링엄, 자말 무시알라를 제치고 골든보이까지 2관왕을 차지했다.
올 시즌에도 가비는 꾸준한 폼을 보여줬다. 라리가 12경기에 나서 1골 1도움을 올리며 사비 감독의 두터운 신임을 받고 있었다. 이러한 활약에 꾸준하게 스페인 대표팀에 부름을 받았다. 하지만 부상으로 인해 한동안 경기에 나서지 못하게 됐다.
시즌 아웃 가능성도 제기된 상황이다. 영국 '디 애슬래틱'은 "가비는 남은 시즌과 내년 여름 열리는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 2024에 출전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전했다.
가비는 이러한 상황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스페인 '렐레보'는 "가비는 라커룸에서 팀 의료진이 내린 진단을 심적으로 받아들이지 못했다"라면서 가비의 당시 발언을 전했다. 매체는 "가비는 눈물을 쏟으며 울부짖었다. 가비는 직감적으로 무릎이 좋지 않다는 것을 느꼈다. 인생 최고의 순간에 가장 긴 회복기간을 필요로 하는 불운에 직면했다"라며 안타까움을 전했다.
가비는 "그럴리 없다. 안돼, 그럴 수 없어! 그럴 순 없다고! 나는 경기를 뛰어야 한단 말이야"라며 울부짖은 것으로 알려졌다. 매체는 "라커룸은 장례식 분위기였고, 바르셀로나의 절규 섞인 울음소리만 울릴 뿐 그 누구도 입을 열지 못했다"라며 숙연했던 분위기를 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