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스 투헬 바이에른 뮌헨 감독이 교체 카드를 사용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리듬을 방해하고 싶지 않았다"라고 설명했다. 김민재는 15경기 연속 풀타임을 소화했다. 사진=게티이미지
토마스 투헬 바이에른 뮌헨 감독이 리그 경기에서 단 한 장의 교체 카드를 사용하지 않아 의아함을 자아냈다. 경기 전 그는 “선수들이 A매치로 인해 한계에 다다랐다”라고 평했기 때문이다. 투헬 감독은 경기 뒤 “리듬을 방해하고 싶지 않았다. 벤치에 앉아 있는 선수들에게 사과했다”라고 밝혔다.
투헬 감독의 뮌헨은 25일 독일 쾰른의 라인 에네르기 슈타디온에서 열린 쾰른과의 2023~24시즌 분데스리가 12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해리 케인의 선제골을 지켜내며 1-0으로 이겼다. 뮌헨은 이날 승리로 리그 10승(2무)째를 기록, 아직 경기를 치르지 않은 바이어 레버쿠젠(승점 31)에 앞서 1위(승점 32)를 탈환했다.
경기 결과와 별개로, 뮌헨은 경기 내내 쾰른을 지배했다. 높은 점유율은 물론, 케인-사네-코망의 공격진은 여전히 위협적이었다. 하지만 좀처럼 유효슈팅이 나오지 않았고, 2차례 골대에 맞는 등 운도 따르지 않았다.
한편 눈길을 끈 건 바로 투헬 감독이 단 한 장의 교체 카드를 사용하지 않은 것이었다. 홈팀 쾰른이 후반에 교체 카드 5장을 사용하는 동안, 뮌헨은 선발로 나선 11명이 90분 내내 그라운드를 밟았다.
의문부호가 찍힌 건 투헬 감독의 경기 전 기자회견 때 발언한 내용 때문이다. 투헬 감독은 쾰른과의 경기를 앞두고 “국가대표 감독들은 최고의 선수들이 피곤하다고만 한다. 그들은 버스, 비행기에서 너무 많은 시간을 보낸다”라고 꼬집었다. 이어 “김민재는 중국, 알폰소 데이비스는 캐나다에서 돌아왔다. 그들이 경험해야 할 시차가 얼마나 큰지 아무도 모를 것”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동시에 “김민재는 낮잠을 자고 일어날 것인데, 어디서 깨어났는지 정확히 모를 것”이라며 A매치로 인한 피로가 쌓였을 것이라 덧붙였다.
독일 매체 스포르트1 역시 지난 24일 “뮌헨은 26일 이내 리그 5경기와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2경기를 앞두고 있다. 평균적으로 3일에 1경기씩 진행된다”며 험난한 일정을 소개하기도 했다.
뮌헨이 리그 경기에서 교체 카드를 단 한 장도 사용하지 않은 건 지난 2010년 12월 루이스 판 할 전 감독 시절 이후 처음 있는 일이었다. 경기 뒤 투헬 감독은 DAZN과의 인터뷰에서 “유감이었다. 벤치 선수들을 믿지 않은 게 아니다”면서 “경기를 매우 잘 지배하고 있었다. 케인과 추포-모팅은 매우 훌륭했으며, 마지막까지 승리를 위해 노력했다. 경기 내내 토마스 뮐러·마티스 텔·하파엘 게헤이루의 투입을 생각했다. 하지만 리듬을 방해하고 싶지 않았다”라고 설명했다. 동시에 “이런 일은 보통 일어나지 않기 때문에, 선수들에게 사과했다”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25일 라인 에네르기 슈타디온에서 열린 쾰른과 뮌헨의 2023~24시즌 분데스리가 12라운드. 김민재가 충돌 후 고통스러워하고 있다. AP=연합뉴스
25일 라인 에네르기 슈타디온에서 열린 쾰른과 뮌헨의 2023~24시즌 분데스리가 12라운드. 김민재가 충돌 후 고통스러워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다만 ‘주전 혹사’라는 시선을 피하긴 어려워 보인다. 특히 김민재는 최근 15경기 연속 풀타임 소화라는 기록을 남겼다. 그는 지난 11월 A매치 기간 열린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2경기에서도 모두 풀타임 소화한 바 있다. 투헬 감독은 물론, 현지 매체도 그의 ‘혹사’를 걱정했다. 하지만 김민재는 이날 경기에 나선 선수들 중 가장 많은 패스에 성공했다. 패스 성공률은 95%(117회 성공/123회 시도). 수비에서는 차단 1회·걷어내기 2회·가로채기 3회·리커버리 5회, 볼 경합은 4번 중 2회 성공했다. 전반전 중엔 상대와의 공중볼 경합 이후 떨어지며 골반 쪽 통증을 호소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내 다시 그라운드를 밟았고, 90분 동안 활약했다.
한편 선제 결승 골의 주인공 케인은 리그 18호 골, 공식전 22호 득점을 올렸다. 그는 전반 20분 역습 상황에서 에릭 막심 추포-모팅의 슈팅이 수비에 맞고 나오자, 이를 재차 밀어 넣으며 골망을 흔들었다. 이후에는 르로이 사네, 킹슬리 코망과 연계 플레이를 선보였는데, 추가 공격 포인트를 올리진 못했다. 케인은 여전히 리그 득점 1위 자리를 지켰다. 뮌헨 역시 리그 1위(승점 32)를 탈환했다.
25일 라인 에네르기 슈타디온에서 열린 쾰른과 뮌헨의 2023~24시즌 분데스리가 12라운드. 케인이 득점 후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다. 사진=뮌헨 SNS
뮌헨은 이날 4-2-3-1 전형을 내세웠다. 최전방에 케인이 서고, 코망·추포-모팅·사네가 뒤를 받쳤다. 중원은 레온 고레츠카와 요수아 키미히로 구성됐다. 수비진은 누사이르 마즈라위·김민재·다요 우파메카노·콘라드 라이머, 골문은 마누엘 노이어가 지켰다.
경기의 포문을 연 건 뮌헨이었다. 전반 5분 코망-라이머가 두 번의 패스로 오른쪽 측면을 열었다. 크로스를 받은 추포-모팅이 박스 안에서 오른발 슈팅까지 가져갔으나, 골대 왼쪽으로 빗나갔다. 첫 번째 유효슈팅은 말 그대로 결정적인 찬스였다. 2분 뒤 케인이 중앙에서 가볍게 로빙 패스를 건네 사네에게 1대1 찬스를 만들어줬다. 사네는 침착하게 왼발 슈팅을 시도했는데, 슈베베가 점프하며 손으로 막았다.
다소 정체된 뮌헨의 공격은 전반 20분 역습으로 빛났다. 라이머가 상대의 스루패스를 차단한 뒤, 코망에게 공을 연결했다. 코망·사네·추포-모팅으로 연결되는 깔끔한 역습이 나왔다. 추포-모팅이 수비를 제친 뒤 시도한 슈팅은 수비에 막혔으나, 이를 케인이 재차 밀어 넣어 이날의 선제골을 터뜨렸다.
이후 뮌헨의 공격은 이어졌으나, 골망을 흔들지 못하는 장면이 반복됐다. 전반 41분 뮌헨의 코너킥 공격에서 흘러나온 공을 마즈라위가 슈팅했는데, 공이 수비를 맞고 코망 앞으로 향했다. 코망이 재차 오른발 슈팅을 시도했으나, 이번에도 골키퍼 선방에 막혔다.
후반전에도 뮌헨의 공격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사네, 코망이 좌우 측면을 돌파하며 한 차례씩 공격을 시도했다. 하지만 모두 유효슈팅으로 연결되지 않았다. 케인의 헤더도 골대와는 거리가 멀었다. 이후에는 코망의 크로스, 사네의 발리슈팅도 나왔으나 수비에 막혔다. 후반 33분 코너킥 공격에선 코망의 헤더가 골대 위를 강타했다.
쾰른은 제대로 된 반격을 하지 못했고, 뮌헨은 쐐기를 박지 못했다. 결국 뮌헨이 케인의 선제 결승 골을 마지막까지 지켜냈다.
경기 뒤 케인은 DAZN과의 인터뷰에서 “매우 중요한 경기였다. 물론 결과는 좋아 보이지 않을 수 있지만, 오늘 잘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전반전에만 3골을 넣을 수 있었다. 매우 중요한 승점 3이었다”면서 “우리는 경기를 지배했고, 많은 찬스를 만들어낸 반면 적은 기회를 허용했다. 더 많은 득점을 올릴 수 있었지만 신경 쓰지 않는다. A매치 휴식기 이후 첫 경기에서 거둔 매우 중요한 승리”라고 돌아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