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훈(184cm, G)이 마지막을 함께 하지 못했다.
안양 정관장은 지난 24일 안양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23~2024 정관장 프로농구 정규리그에서 수원 KT에 85-94로 졌다. 10승 고지 달성 실패. 9승 5패를 기록한 정관장은 2위를 창원 LG-서울 SK(이상 8승 4패)에 내줬다.
안양 KGC인삼공사(현 안양 정관장)는 2022~2023 정규리그 1위와 2023 EASL 챔피언스 위크 우승, 2022~2023 플레이오프 우승까지. 트레블을 달성했다. 시즌 내내 최강자의 면모를 보여줬다.
변준형(185cm, G)과 문성곤(195cm, F), 오세근(200cm, C) 등 국내 주축 자원의 힘이 컸다. 오마리 스펠맨(203cm, F)과 대릴 먼로(196cm, F)로 이뤄진 외국 선수 조합도 KGC인삼공사의 우승에 기여했다.
하지만 백업 자원의 힘이 없었다면, KGC인삼공사의 힘도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KGC인삼공사에 힘을 준 대표적인 백업 자원은 박지훈. 볼 운반과 템포 조절, 외곽 공격 등으로 변준형의 부담을 덜어줬고, 챔피언 결정전에서도 쏠쏠한 활약을 했다. 그 결과, 데뷔 첫 우승을 경험했다.
그러나 박지훈은 2022~2023시즌 종료 후 큰 변화와 마주했다. 팀의 정신적 지주였던 양희종이 은퇴했고, 변준형은 군에 입대했다. 주축 자원이었던 문성곤과 오세근은 유니폼을 갈아입었다. 이로 인해, 박지훈의 비중이 커졌다. 부담감과 책임감 역시 마찬가지.
그렇지만 박지훈은 부담감을 커리어 하이로 바꿨다. 13경기 평균 29분 29초 출전에, 경기당 13.1점 4.1어시스트 4.0리바운드(공격 1.2)에 1.1개의 스틸을 기록하고 있다. 여러 경기에서 결정타를 날렸다. 달라진 위치를 달라진 경기력으로 화답했다.
그리고 KT를 만났다. KT는 풍부한 가드진을 보유한 팀. 게다가 에이스였던 허훈(180cm, G)이 돌아왔다. 박지훈의 영향력이 KT전에서 더 커질 수 있는 이유.
스타팅 라인업에 포함된 박지훈은 수비와 볼 없는 움직임에 집중했다. KT 볼 핸들러인 정성우(178cm, G)를 압박했고, 코너나 윙에서 먼로의 시선을 분산했다.
하지만 팀이 필요로 할 때, 박지훈은 공격했다. 먼저 공격 시간에 쫓겼음에도, 오른쪽 윙에서 3점. 정관장과 KT의 균형을 깼다. 그 후에는 2대2로 미스 매치를 형성한 후, 탑으로 빠진 이종현(203cm, C)에게 패스. 이종현의 3점을 어시스트했다.
박지훈은 경미한 부상으로 코트를 빠져나갔다. 하지만 박지훈을 앞세운 정관장은 기선 제압했다. 26-25로 1쿼터를 기분 좋게 마쳤다.
박지훈은 2쿼터에 다시 나왔다. 허훈과 처음으로 맞섰다. 하지만 허훈의 압박수비와 허훈의 어시스트에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포인트가드 기싸움에서 밀렸다. 정관장 역시 2쿼터 시작 2분 59초 만에 30-37로 흔들렸다.
박지훈은 허훈에게 더 바짝 다가섰다. 하지만 허훈의 달아오른 손끝을 막지 못했다. 그리고 정관장 팀 수비 또한 허훈 한 명 때문에 흔들렸다. 허훈의 다양한 옵션 때문에, 로테이션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2쿼터를 43-57로 마쳤다.
정관장은 3쿼터 시작 1분 50초 만에 43-61로 밀렸다. 그때 박지훈이 한 건 해냈다. 먼로의 핸드-오프를 3점으로 마무리. 그 후에는 정효근(200cm, F)의 3점도 도왔다. 뜨거워진 KT에 찬물을 끼얹었다.
그렇지만 박지훈은 3쿼터 시작 3분 17초 만에 코트에서 물러났다. 루즈 볼을 다투다가 한희원(195cm, F)의 몸싸움에 넘어졌고, 넘어질 때 오른쪽 발목을 다쳤기 때문. 들것에 실려 벤치로 물러나야 했다.
최성원(184cm, G)과 고찬혁(184cm, G) 등 남은 백 코트 자원이 최선을 다했다. 그러나 박지훈의 부재를 메우지 못했다. 특히, 3쿼터 마지막 수비에서 허훈에게 실점. 63-77로 쫓았던 흐름을 놓쳤다.
63-77로 밀린 정관장은 마지막 싸움에서 밀렸다. 추격전을 펼쳤지만, 힘이 부족했다. 박지훈은 그런 사실을 벤치에서 지켜봐야 했다. 제대로 싸워보지 못하고, 패배를 인정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