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가 DB 연승 행진을 저지하며 4연승에 성공했다.
서울 SK는 24일 잠실학생체육관에서 벌어진 2023-24 정관장프로농구에서 안영준(21점 5리바운드 3어시스트), 자밀 워니(32점 20리바운드 6어시스트) 활약 속에 원주 DB와 접전 끝에 86-80으로 이겼다.
이날 결과로 SK는 4연승과 함께 8승 4패를 기록하며 창원 LG와 함께 공동 2위로 뛰어 올랐다.
명승부였다. 양 팀 모두 연승을 달리고 있는 이유를 증명해내며 40분 내내 경기에서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든 경기였다. 마지막에 웃은 쪽은 SK였다.
경기 전 전희철 감독은 자세한 게임 브리핑을 전했다. 이제는 일상과도 같은 일이기도 했다. 경기를 찾은 기자들에게 ‘5분 농구 강의’ 시간을 지나친 것.
전 감독은 “많은 고민을 했다. 원혁이나 재현이를 사용해 알바노 압박에 대한 부분 등 여러 가지 조합을 생각했다. 하지만 결국 베스트 라인업으로 경기를 시작하는 결정을 했다.”고 전한 후 “DB는 로슨과 알바노 투맨 게임에서 파생되는 인사이드 이지슛 찬스가 많다. 종규와 상재가 어렵지 않게 골밑슛으로 마무리한다. 적어도 10점은 된다. 이 점수를 다 내주면 이길 수 없다. 투맨 게임 첫 번째 수비는 스위치 디펜스다. 로슨의 경우 영준이가 매치업이 되어도 해낼 수 있다. 외곽을 허용하더라도 두 선수에서 파생되는 인사이드 이지슛 찬스를 최대한 배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전 감독은 “첫 번째 수비가 여의치 않을 경우 재현이나 원혁이를 사용한 압박 수비를 가져갈 것이다. 이 부분은 워니의 수비에서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최대한 자제할 것이다. 이 수비는 앞선과 뒷선 수비 간격이 넓어지는 단점이 존재한다. 그 부분 해소를 위해 워니 행동 반경을 넓혀가면 워니가 공격에서 부담을 느낄 수 있다. 소노가 지난 경기에서 성공했던 작전이긴 하지만, 우리는 비효율적인 압박을 최대한 자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계속 대화를 이어갔다. 또, 전 감독은 “공격 상황에서 DB가 속공으로 전개할 수 있는 슛 셀렉션을 최대한 자제해야 한다. 무리한 장면은 바로 속공 허용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수비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코트 밸런스도 중요하다. 그 부분에 대해 연습을 많이했다. 최대한 속공 속도를 늦추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전 감독은 “위에 준비한 수비가 효과적으로 진행될 경우 양 팀 모두 80점대 재미있는 경기를 할 것이고, 안되면 우리는 60점대에서, DB는 90점대 경기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적중했다.
코칭 스텝이 준비한 작전을 선수들이 80% 이상 소화해냈고, 양 팀 모두 80점대 득점 게임과 함께 불금을 맞아 경기장을 찾은 홈 팬들에게 승리를 선물한 SK였다.
경기를 돌아보자.
시작부터 준비한 작전이 효과적으로 전개되었다. 외곽을 허용하고, 투맨 게임 봉쇄 후 인사이드 이지슛 제어라는 명제가 맞아 떨어졌다. 9-0으로 달아났다.
이후 알바노에서 3점슛 두 개와 미드 레인지 점퍼를 내줬다. 하지만 인사이드 이지슛은 찬스는 내주지 않았다.
수비가 처음 깨진 건 1쿼터 3분 55초가 남을 때였다. DB가 속공 후 얼리 오펜스로 전환했고, 알바노가 45도에 있던 로슨에게 패스를 전달했다. 로슨은 오른쪽 돌파 후 랍 패스를 통해 위크 사이드에서 베이스 라인으로 커트 인하던 김종규에서 볼을 건넸다. 김종규는 한 차례 페이크를 사용한 후 골밑슛을 시도, 성공시켰다. 전희철 감독은 지체없이 작전타임을 가져갔다.
이후 최승욱에게 한 차례 속공을 허용했다. 1쿼터 SK는 감독이 지시한 수비에서 세 번의 실패가 존재했을 뿐이었다. 결과로 24-24 동점과 함께 10분을 지나칠 수 있던 SK였다.
2쿼터에는 오재현과 최원혁이 선발 투입되며 백 코트부터 알바노에게 압박을 가했다. 1쿼터와는 다른 방법의 수비 전략이었다. 페이스 가드까지 포함된 수비 전략은 성공적이었다. DB 공격에서 유연함과 여유를 빼앗았다. 실점도 차단했다.
성공적이었다. 5분 20초가 지날 때 김선형, 오세근, 허일영 투입 때까지 SK는 37-34로 앞섰다. 알바노와 로슨을 효과적으로 차단한 결과이기도 했다. 최원혁, 오재현, 최부경으로 이어지는 식스맨 출전 시간이 5분을 넘었지만, 리드를 유지하는 기분좋은 결과와 마주할 수 있었다.
종료 2분 40초를 남겨두고 한 차례 수비에서 로스가 있었다. 로슨, 김종규로 이어지는 공격 루트를 내주며 자유투로 실점을 허용했다. 1쿼터와 같은 방법이었다. 트랜지션 상황이라는 것만 달랐다.
이후는 달랐다. 공격에서 조급했던 SK는 연거푸 속공을 허용했다. 안영준의 다급했던 선택이 나쁜 과정과 결과로 돌아온 것. 수비 대형을 갖출 수 있는 시간이 없었고, 역전까지 내주고 말았다. 빠르게 복구했다. 선수 교체를 통해 키워드를 다시 압박으로 바꿨고, 47-43으로 재역전을 만든 후 전반전을 정리했다.
3쿼터에도 중반까지 SK의 수비 전략은 성공적으로 전개되었다. 실점은 허용했지만, 자신들이 준비한 플랜A와 B의 완성도가 높았다. 오세근은 두 차례 알바노의 인사이드 볼 투입을 차단하는 장면도 연출했다. 4분 50초 동안 이지슛 찬스를 허용하지 않은 SK 수비였다.
중반을 넘어서며 SK 공수 전환 밸런스가 잠시 깨졌다. 김종규 속공 장면으로 바뀌었다. 종료 3쿼터 종료 3분 52초 전이었고, 이전부터 공격에서 볼 흐름이 좋지 못했고, 조급함까지 더해지며 트랜지션 균열로 이어진 결과였다. 52-58, 6점차 리드를 허용하는 이유가 되었다.
이후 SK가 선수 교체를 통해 전략에 변화를 가했다. DB도 공격 전략을 수정했다. 알바노, 로슨의 탑 혹은 45도에서 돌파 이후 김종규, 강상재 커트 인 후 골밑슛 찬스를 만드는 전략을 최승욱과 박인웅으로 변화를 주었다. 성공적이었다. 박인웅이 두 차례 SK 수비를 해체했다.
또, 종료 1분 여를 남겨두고 투맨 게임 수비에 미스가 발생, 김종규에게 골밑슛 찬스를 허용했다.
파울로 막아(?)냈다. 의지였다. 오른쪽 45도 로슨이 드리블을 시도하는 상황에서 스위치 상황이 발생했고, 워니가 골밑으로 떨어지지 않았다. 최부경이 로슨을 따라갔지만, 워니가 김종규를 따라가지 않았다. 림으로 커트 인하던 스크리너 김종규를 놓치는 장면이었다.
전반전 20분에 비해 수비 완성도가 떨어졌다. 여러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하지만 흐름은 내주지 않았다.
4쿼터, SK 수비 기조는 이어졌다. 로슨은 계속 직접 공격을 시도했다. 계속해서 성공했다. SK는 워니를 활용해 균형을 이어갔다. 실점은 내주었지만, 수비 방향을 지켜가며 접전을 이어가는 SK였다.
그리고 결국 역전을 만들었고, 승리를 거머쥐었다.
이날 DB의 야투 성공률은 40%(2점슛 53% - 45/24, 3점슛 20% - 30/6)였다. 앞선 경기까지 53%를 기록했던 DB의 놀라운 성공률을 13% 끌어내린 SK의 성공적인 수비 전략이자 수행이었다.
게임 후 전 감독은 ”선수들이 주문한 작전을 너무 잘 이행해 주었다. 100%를 할 순 없다. 요구했던 것을 많이 해냈다. 워니도 수비가 좋았다. 특히 앞선 수비가 좋았다. 투맨 게임에서 파생되는 효과를 보지 못했던 것이 DB가 답답했던 것 같다. 베테랑보다 백업들이 너무 잘 해주었다.“는 말로 선수들 작전 수행 능력에 대해 만족감을 표현했다.
1라운드 빡빡한 일정 속에 주춤했던 우승후보 SK가 다시 ‘우승후보’로 재탄생하는 게임이었다. 드디어 완벽에 가까운 경기력 속에 시즌을 거듭하고 있던 DB에 대항마를 찾을 수 있던 경기이기도 했다.
감독은 치열하게 고민했고, 선수들은 응답한 경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