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부터 꼬였다. 하지만 박지현의 책임감은 컸다.
아산 우리은행은 24일 아산이순신체육관에서 열린 우리은행 우리WON 2023~2024 여자 프로농구 정규리그에서 용인 삼성생명를 만나 53-48로 승리했다.
우리은행은 지난 시즌 김단비(180cm, F)를 영입하며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정규시즌 우승을 시작으로 챔피언 결정전 우승에 성공했다.
그러나 이번 비시즌은 쉽지 않았다. FA가 된 김정은(179cm, F)이 팀을 떠났다. 김단비와 박지현(183cm, G)이 국가대표 차출로 팀과 함께하지 못했다. 박혜진(177cm, G)을 포함한 몇 명의 선수들도 부상으로 온전하게 비시즌 훈련에 참여하지 못했다. 우리은행의 악재는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팀에 새롭게 합류한 유승희(175cm, G)가 시즌 첫 경기에서 부상으로 시즌 아웃을 당했다.
그럼에도 우리은행은 흔들리지 않았다. 김단비와 박지현(183cm, G)이 확실하게 중심을 잡았기 때문. 박지현은 경기당 38분 16초를 뛰며 평균 15.6점 9.4리바운드 5.8어시스트를, 김단비는 경기당 38분 6초를 뛰며 평균 16.8점 9.4리바운드 5.6어시스트를 기록했다.
이에 임근배 삼성생명 감독은 “우리은행에는 확실한 두 명의 선수가 있다. (박)지현이 하고 (김)단비가 굳건히 중심을 잡아준다. 지현이는 나이는 어리다. 하지만 베테랑에 준하는 능력이 있다. 둘이 흔들리지 않으니 정말 강하다. 한 명이 중심을 잡으면 흔들릴 수 있다. 하지만 두 명이 있어서 흔들리지 않는다. 한 명을 잡으려고 하면 다른 한 명을 놓칠 수 있다”라는 말을 남겼다.
그러나 두 기둥 중 하나인 박지현은 삼성생명과 2라운드 경기 전반전 매우 부진했다. 언제나처럼 주전으로 나온 박지현은 경기 시작 49초 만에 첫 번째 파울을 범했다. 이후 두 개의 파울을 추가. 경기 시작 4분 48초에 공격자 파울을 범했다. 세 번째 개인 파울이었다. 이에 위성우 우리은행 감독은 박지현을 교체했다.
수비에서만 아쉬운 것이 아니었다. 공격에서도 다소 아쉬웠다. 실책을 3개나 범했기 때문. 2쿼터에 파울을 범하지 않았다. 수비에서 요령이 생겼기 때문. 그러나 2쿼터에 2개의 실책을 추가했다. 6점 4리바운드, 5실책, 3파울 박지현의 전반전 기록이었다.
이를 돌아본 박지현은 경기 후 인터뷰를 통해 “사실 시작이 좋지 않았다. 그래서 기가 죽었다. 하지만 이대로 하기에는 언니들에게 너무나도 미안했다. 내 스스로도 만족하지 못했다. 그래서 다시 집중하려고 노력했다”라고 회상했다.
박지현은 노련했다. 1쿼터 3개의 파울을 범한 후 1개의 파울도 범하지 않았다. 출전 시간이 적은 것도 아니었다. 총 37분을 소화. 2, 3쿼터에 단 1개의 파울도 기록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수비를 대충하지 않았다. 적극적으로 움직이며 도움 수비, 스위치 수비에 나섰다. 이는 우리은행이 3쿼터 삼성생명을 5점으로 묶을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다.
공격에서도 중요한 득점을 올렸다. 3쿼터 종료 1분 10초 전 역전을 만드는 3점슛을 성공. 해당 득점으로 점수는 35-32가 됐다.
4쿼터에도 박지현의 활약은 이어졌다. 1쿼터와 완전히 다른 모습이었다. 특히 승부처에서 가장 중요한 득점을 올렸다. 46-47 상황에서 고아라의 득점을 도왔다. 이후 공격에서는 돌파 득점을 올렸다. 그리고 경기 종료 1분 32초 전 결정적인 골밑 득점을 성공. 점수는 5점으로 벌어졌다. 그리고 경기 종료 46초 전 획득한 자유투 2개를 모두 성공. 팀의 가장 중요한 8점에 모두 관여한 박지현이다.
출발은 다소 불안했다. 하지만 후반전 특히 마지막 순간에는 누구보다 믿음직스러웠다. 이는 박지현이 우리은행의 기둥이 된 이유.
이에 위성우 우리은행 감독 역시 “이제는 지현이가 확실히 성장했다. 과거에는 초반에 파울하고 실책을 범하면 공을 피했다. 그러면 경기가 끝나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자신이 짊어지고 하려고 한다. 그런 부분에서 만족스럽다”라는 칭찬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