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포투=김아인]
살인 일정을 소화 중인 김민재는 쓰러지면서도 15경기 연속 풀타임을 소화했다. 리그에서는 11경기 동안 957분이나 뛰었다.
바이에른 뮌헨은 25일 오전 4시 30분(한국시간) 독일 쾰른에 위치한 라인 에네르기 슈타디온에서 열린 2023-24시즌 독일 분데스리가 12라운드에서 FC 쾰른을 상대로 1-0 승리를 거뒀다. 승점 3점을 획득한 뮌헨은 잠시 리그 1위로 올라섰다.
A매치 기간 동안 뮌헨의 많은 선수들이 차출됐다. 토마스 뮐러, 레온 고레츠카, 요슈아 키미히, 세르주 그나브리, 르로이 사네 등이 독일 대표팀 소집에 다녀왔다. 잉글랜드의 해리 케인, 프랑스의 킹슬리 코망, 캐나다의 알폰소 데이비스 등도 A매치 일정을 소화하고 왔다.
우리나라의 김민재도 빡빡한 스케줄을 보냈다. 김민재는 지난 11일 하이덴하임전을 마치고 한국 대표팀에 소집됐다. 16일 싱가포르전에서 5-0 대승을 이끌고, 21일에는 중국 선전으로 떠나 3-0 승리를 장식하며 두 경기 모두 풀타임을 소화했다.
혹사 논란이 이어졌지만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의 생각은 달랐다. 그는 "김민재는 뛰고 싶어할 것이다. 독일 기자들은 기사를 써야 해서 그렇게 말했을 것이다. 그는 쉬고 싶어하지 않고, 뛸 준비가 되어 있다"고 김민재의 상태를 설명했다. 김민재 역시 뛰지 못하는 상황보다 뛰어서 체력적으로 힘든 게 심리적으로 힘든 것보다 낫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살인적인 일정이었다. 김민재는 시즌 시작 후 거의 모든 경기에서 풀타임을 뛰었다. 최근에는 클럽 경기와 국가대표팀 경기 등 공식전에서 15경기 연속 선발 출전했다. 동료 센터백 다요 우파메카노와 마타이스 더 리흐트가 번갈아 부상 당하면서 김민재는 휴식조차 갖지 못했다.
뮌헨은 리그 재개 후 로테이션을 돌릴 수 없는 상황이었다. 무패행진을 달리고 있지만 리그 순위는 2위에 위치해 있었다. 주중에도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조별리그를 치러야 하지만, 일찌감치 조 1위로 본선 진출을 확정했기 때문에 당장 리그 경기에 전념했다. 쾰른 원정을 앞두고도 더 리흐트가 부상에서 복귀하지 못해, 김민재는 장거리 비행 후에도 곧장 선발로 나섰다.
투헬 감독도 문제를 느끼고 있었다. 그는 경기를 앞두고 열린 기자회견에서 "김민재와 알폰소 데이비스는 이제 막 국가대표팀 경기를 마치고 돌아왔다. 김민재는 지금 자기가 어디서 깨어나는지도 모를 것 같다. 안타까운 일정이지만 이런 게 변명거리가 될 수는 없다. 선수들이 최대한 휴식을 가질 수 있도록 금요일 아침에 쾰른으로 이동하는 짧은 동선을 선택했다. "라며 선수들의 휴식 시간을 배려했다고 말했다.
쾰른전은 현지 기준으로 금요일에 열렸다. 일반적으로 주말에 경기가 열린다는 점을 생각하면 꽤나 빠른 시간대에 치러지는 경기였다. 이 점에 대해 투헬 감독은 TV 중계권 때문에 일정이 이렇게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쾰른은 리그 최하위에 내려앉아 있었다. 1승 3무 8패로 승점 6점에 그쳐 있다. 경기를 앞두고 거함 뮌헨의 여유로운 승리가 점쳐졌다.
초반에는 예상대로 뮌헨이 주도하며 시작됐다. 추포 모팅과 사네가 위협적으로 움직이며 골문을 두드렸다. 전반 7분에는 케인이 골문을 향해 강력하게 슈팅했지만 골키퍼에 막히며 골로 이어지지 않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뮌헨이 먼저 앞서갔다. 전반 20분 코망이 사네에게 준 볼을 추포 모팅이 슈팅했다. 수비가 걷어내며 볼이 흘러나왔고, 마침 그 자리에 서있던 케인이 받아 날렵한 슈팅으로 선제 득점에 성공했다.
분위기를 주도한 뮌헨은 계속해서 쾰른 골문을 위협했다. 전반 내내 뮌헨의 공세가 이어졌다. 추포 모팅과 사네, 코망이 날카로운 슈팅을 시도했지만, 쾰른은 추가골을 허락하지 않고 단단한 수비로 맞섰다. 골키퍼 슈바베 역시 여러 차례 선방을 기록하며 뮌헨의 공격을 막았다.
후반전에는 쾰른이 좀 더 위협적으로 나왔다. 후반 20분에는 교체카드를 사용해 류비치치와 젤케대신 알리두와 티게스를 넣고 변화를 가져갔다. 공격에 조금씩 활로를 띄자 쾰른은 후반 33분에도 틸만, 카인츠, 킬리안을 불러들이고 파차라다, 후세인바시치, 발드슈미트를 내보냈다.
그러나 뮌헨도 만만치 않았다. 계속해서 몰아쳤지만, 골키퍼의 선방에 막히거나 골대를 강타하는 불운을 당했다. 뮌헨이 여전히 리드하고 있었지만, 경기는 여전히 긴장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좀 더 공격적으로 나서면서 라인을 끌어올린 쾰른에 뮌헨은 김민재의 단단한 수비벽을 앞세웠다. 결국 뮌헨은 추가 실점 없이 1-0으로 승리를 거뒀다.
김민재는 축구통계매체 '풋몹'기준으로 평점 7.5점을 받았다. 경기에서 가장 많은 패스 117회를 기록하며 성공율 95%을 달성했다. 이 외에도 롱 패스 성공 4회(8회 시도), 차단 1회, 클리어링 2회, 인터셉트 3회, 리커버리 5회, 공중 경합 성공 2회(3회 시도) 등을 기록하며 뮌헨의 수비를 책임졌다.
15경기나 연속된 풀타임이었다. 뮌헨에 입단한 이후 교체로 출전하며 팀에 적응했던 김민재는 적응을 마친 뒤 리그와 컵 대회를 가리지 않고 대부분의 경기에서 선발로 출전했다. 살인적인 스케줄에도 김민재는 1-0 클린시트를 지켜내며 자기 몫을 다했다.
혹사 탓에 아찔한 장면을 연출했다. 전반 14분 김민재는 상대의 롱볼을 저지하기 위해 젤케와 공중볼 경합을 벌였다. 그러다 린턴에 밀리며 중심을 잡지 못하고 그라운드로 떨어졌다. 허리에 큰 충격을 입어 한동안 큰 소리로 고통을 호소하던 김민재는 일어나지 못했다. 다행히 스스로 일어난 후 그라운드 밖으로 나갔던 김민재는 시간이 조금 지난 뒤 다시 정신을 가다듬고 경기를 뛰기 시작했다.
흐트러지는 상황이 나오기도 했다. 후반 40분에는 골킥 당시 김민재가 노이어와 패스를 주고받았는데, 상대가 이를 놓치지 않고 강한 압박을 펼치면서 볼을 빼앗길 뻔했다. 다행히 노이어가 넘어지면서 반대편으로 패스를 보내는 아찔한 순간도 있었다.
김민재만 풀타임을 소화한 게 아니었다. 이날 뮌헨은 구단 역사상 13년 만에 교체 없이 경기를 가졌다. 독일 매체 '키커'는 25일 "뮌헨은 13년 만에 교체 카드를 사용하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교체 카드를 사용하지 않은 경기는 지난 2010-11시즌 장크트파울리에 3-0으로 승리했던 경기다. 당시 루이스 판 할 감독이 마지막 휘슬이 울릴 때까지 선발 11명으로 경기를 운영했다"고 밝혔다.
투헬 감독은 교체 카드를 쓰지 않은 이유에 대해 밝혔다. 그는 25일 "좀 아쉬웠다. 벤치에 있는 선수들을 못 믿어서가 아니라 우리가 경기에서 너무 잘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결과는 여전히 너무 빡빡했다. 리듬을 방해하고 싶지 않았다"라고 선수들에게 미안한 뜻을 내비쳤다.
이미 이번 시즌 분데스리가 선수들 중 많은 시간을 뛰고 있는 김민재다. '키커'는 올 시즌이 3분의 1 진해왼 상황에서 분데스리가에서 가장 오랜 시간 출전한 선수들을 소개했다. 1위는 11경기에서 990분을 뛴 프랑크푸르트의 윌리안 파초 외 5명의 선수들이었다. 김민재와 케인이 나란히 11경기 957분을 기록하면서 전체 순위 중 11위에 해당했다.
뮌헨은 곧장 빡빡한 스케줄을 이어간다. 30일에는 코펜하겐과 UCL 5라운드를 갖는다. 이미 조 1위로 본선 진출을 확정한 만큼, 김민재가 주중 경기에서는 휴식을 취할 수 있을지 투헬 감독의 선택을 지켜봐야 한다.
바이에른 뮌헨에서 뛰고 있는 김민재는 우리나라의 가장 뛰어난 중앙 수비수로 거듭났다. 지난 2021-22시즌 튀르키예의 명문 페네르바체에 입단해 1년 동안 꾸준히 커리어를 쌓았다. 유럽에 진출하기 어려웠던 포지션임에도 모든 면에서 완벽하다는 평을 받았다.
이후 2022-23시즌 이탈리아 세리에A의 나폴리로 향했다. 나폴리의 핵심이었던 칼리두 쿨리발리의 대체자로 김민재가 간다는 소식에 의문이 잇따랐지만, 걱정은 기우였다. 공격적인 플레이와 경합 능력까지 두루 갖춘 김민재는 금세 주전으로 자리잡았다. 그의 활약을 통해 나폴리는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8강에 진출하며 구단 역사상 최고 성적을 달성했고, 33년 만에 리그 우승까지 얻었다.
여름동안 여러 빅클럽이 김민재에 러브콜을 보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적극적으로 나오면서 영국행이 점쳐졌지만, 막판에 뮌헨이 뛰어들었다. 김민재는 '거함' 뮌헨을 선택했고, 이적료 5,000만 유로(한화 약 720억 원)의 금액으로 독일행을 확정했다.
분데스리가에서도 좋은 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치열한 주전 경쟁을 치를 것으로 보였지만, 김민재는 꾸준히 매 경기 선발로 출전했다. 토마스 투헬 감독과 여러 전문가들이 아쉬운 목소리를 낼 때도 김민재는 곧장 자신의 기량을 입증했고, 뮌헨은 개막 후 무패행진을 달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