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배구] 24일 정관장전 양 팀 최다 35득점 폭발, 기업은행 2연속 승점 3점 적립
기업은행이 안방에서 정관장을 5연패 늪에 빠트리며 연승을 내달렸다.
김호철 감독이 이끄는 IBK기업은행 알토스는 24일 화성 종합실내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3-2024 V리그 여자부 정관장 레드스파크스와의 홈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1(25-19,28-26,23-25,25-22)로 승리했다. 지난 10월17일 시즌 첫 경기에서 정관장에게 당했던 0-3 패배를 설욕하며 승점 3점을 챙긴 기업은행은 정관장을 제치고 단독 4위로 올라서며 중상위권 경쟁에 도전장을 던졌다(5승6패).
기업은행은 '밍키' 황민경이 50%의 높은 성공률로 12득점을 기록했고 표승주는 64.71%의 리시브 점유율을 책임지는 숨은 활약 속에 공격에서도 11득점을 보탰다. 하지만 배구팬이라면 이번 시즌 기업은행 전력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선수가 누구인지 쉽게 알 수 있다. 39.07%라는 팀 내 최다 공격점유율을 책임지면서 리그에서 두 번째로 많은 288득점을 올리고 있는 외국인 선수 브리트니 아베크롬비가 그 주인공이다.
항상 성적을 책임지진 않았던 1순위 외인
▲ 아베크롬비는 2020-2021 시즌의 안나 라자레바 이후 기업은행이 3년 만에 선발한 1순위 외국인 선수였다. |
ⓒ 한국배구연맹 |
V리그는 구단끼리의 과도한 외국인 선수 영입 경쟁을 막기 위해 2015-2016 시즌부터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는 신인 드래프트와 마찬가지로 지난 시즌 성적의 역순으로 구슬을 넣어 돌린 후 추첨에 따라 지명순서를 결정한다. 구단들은 당연히 높은 순위가 나오길 기대하지만 역대 외국인 선수의 활약을 보면 높은 지명순위가 반드시 뛰어난 활약과 좋은 팀 성적을 보장한 것은 아니었다.
물론 2017-2018 시즌 전체 1순위로 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에 지명돼 박정아(페퍼저축은행 AI페퍼스)와 '쌍포'로 활약하며 도로공사의 첫 통합우승을 견인한 이바나 네소비치는 '잘 뽑은 1순위 지명'의 대표적인 선수였다. 지난 2011-2012 시즌 자유계약 시절에도 도로공사의 대체 외국인선수로 활약해 12경기에서 331득점을 올린 바 있는 이바나는 드래프트 제도로 바뀐 후 5년 만에 V리그에 복귀해 도로공사를 우승으로 이끌었다.
하지만 좋은 개인 성적이 팀 성적과 연결되지 않았던 1순위 외국인 선수들도 적지 않았다. 이탈리아 국가대표 출신으로 202cm의 큰 신장을 자랑하던 발렌티나 디우프(부스토 아르시치오)가 대표적이었다. 2019-2020 시즌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로 KGC인삼공사(현 정관장)에 입단했던 디우프는 뛰어난 기량을 선보이며 두 시즌 연속 득점 1위에 올랐지만 인삼공사는 같은 기간 봄 배구 진출에 실패했다.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 제도가 도입된 2015-2016 시즌 처음으로 전체 1순위 지명을 받고 인삼공사에 입단했던 헤일리 스펠만도 비운의 외국인 선수로 기억되고 있다. 헤일리는 당시 공격력이 약했던 인삼공사에서 27경기에 출전해 무려 2022회의 공격을 시도하는 엄청난 혹사를 당했다. 헤일리는 2019-2020 시즌 선두를 달리던 현대건설 힐스테이트에 대체 외국인 선수로 합류해 '행복배구'를 하는 듯 했지만 코로나19로 시즌이 조기 종료되고 말았다.
전체 1순위 지명을 받고도 아예 V리그 코트에 발을 들여보지 못한 선수도 있었다. 2016-2017 시즌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로 인삼공사의 지명을 받았던 사만다 미들본이었다. 미들본은 1순위로 인삼공사의 지명을 받았지만 팀 합류 전 아이를 갖게 되면서 입국을 하지 못했다. 하지만 인삼공사는 대체 외국인 선수 알레나 버그스마가 두 시즌 연속 득점 1위에 오르면서 결과적으로 외국인 교체가 '전화위복'이 됐다.
V리그 적응 끝낸 1순위 외국인 선수
▲ 아베크롬비(오른쪽)는 2라운드에 들어가면서 폰푼세터와의 호흡이 점점 잘 맞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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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은행은 2020-2021 시즌 안나 라자레바(베이징 BAIC 모터)의 활약으로 플레이오프에 진출한 후 지난 두 시즌 동안 레베카 라셈, 달리 산타나(PFU 블루캣츠)의 아쉬운 활약 속에 하위권에 머물렀다. 이에 기업은행은 지난 5월 세 시즌 만에 따낸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 전체 1순위 지명권에 기쁨을 감추지 못했고 김호철 감독과 기업은행 구단은 큰 고민을 하지 않고 미국과 푸에르토리코 국적을 가진 아베크롬비를 선택했다.
191cm의 좋은 신장을 가진 왼손잡이 아포짓 스파이커 아베크롬비는 2018년부터 폴란드와 독일, 푸에르토리코, 튀르키예 등에서 활약했던 선수로 드래프트 참가선수들 중에서 단연 돋보이는 경력을 자랑했다. 무엇보다 푸에르토리코 대표팀에서 주전 아포짓 스파이커로 활약하면서 많은 공격점유율을 책임지는 만큼 외국인 선수의 비중이 큰 V리그에서도 빠르게 적응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가 있었다.
아베크롬비는 시즌 개막 후 1라운드 6경기에서 163득점을 기록하며 지젤 실바(GS칼텍스 KIXX,171점)와 반야 부키리치(도로공사,166점)에 이어 득점 3위에 올랐다. 외국인 선수로서 전혀 나무랄 데 없는 활약이지만 주전 세터 폰푼 게드파르드와의 호흡이 미묘하게 맞지 않는다는 평가 속에 코트 안에서 활기가 느껴지지 않는다는 비판 있었다. 하지만 2라운드 들어 나아진 팀 성적(3승2패)과 함께 아베크롬비의 활약도 더욱 빛나고 있다.
실제로 아베크롬비는 2라운드 5경기에서 42.97%의 성공률(4위)로 125득점을 기록하며 2라운드 득점 선두에 올라 있다(물론 기업은행은 실바가 속한 GS칼텍스, 야스민 베다르트의 소속팀 페퍼저축은행보다 한 경기를 더 많이 치렀다). 아베크롬비는 24일 정관장과의 경기에서도 46.67%의 점유율로 양 팀 합쳐 가장 많은 35득점을 기록하며 기업은행이 2경기 연속 승점 3점을 따내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가장 고무적인 부분은 시즌 초반까지만 해도 다소 어색하게 느껴지던 주전 세터 폰푼과 점점 완벽한 호흡을 보여준다는 점이다. 팀에서 가장 많은 점유율을 책임지는 주공격수가 주전세터와 좋은 호흡을 보여주는 것만큼 세터 출신 김호철 감독을 기쁘게 하는 일도 드물 것이다. 물론 아직 남아있는 긴 일정을 생각하면 아베크롬비의 공격비중을 줄일 필요는 있지만 물이 오른 주공격수의 맹활약이 기업은행에게 엄청난 호재인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