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자유계약선수)가 반드시 돈을 따라 움직이는 건 아니다. 계약기간, 금액 조건을 우선시할 수밖에 없다고 해도 존재감을 보여줄 수 있는 팀, 선수 가치를 인정해 주는 팀으로 눈길이 간다. 오릭스 버팔로즈에서 FA가 된 좌완 투수 야마사키 사치야(31)가 니혼햄 파이터스 유니폼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니혼햄이 그에게 가장 좋은 조건을 제시한 팀이 아니다. 퍼시픽리그 3년 연속 우승을 한 오릭스처럼 전력이 강한 것도 아니다. 신조 쓰요시 감독(51) 체제에서 2년 연속 꼴찌를 했다.
홋카이도를 연고지로 하는 니혼햄은 자금력이 좋은 팀이 아니다. 지금까지 FA 선발 투수를 영입한 적이 없다. 지난겨울엔 주력 타자 곤도 겐스케(30)가 FA가 돼 떠났다. 잔류에 총력을 쏟았지만, 7년 50억엔(약 437억원)을 지른 소프트뱅크 호크스를 이길 수 없었다.
더구나 오릭스와 같은 퍼시픽리그 소속이다. 대다수 전문가들은 타격 능력이 뛰어난 야마사키가 지명타자 없이 타자도 타격을 하는 센트럴리그 이적이 유력하다고 봤다. 요미우리 자이언츠와 함께 도쿄돔을 홈으로 사용하던 니혼햄은 2004년 홋카이도 삿포로로 근거지를 옮겼다.
올시즌 23경기에 선발로 나가 11승5패, 평균자책점 3.25. 야마사키는 프로 9년차에 첫 두 자릿수 승을 기록하며 '커리어 하이'를 달렸다. 130⅓이닝을 던져 규정 이닝에 미달했지만, 팀 후배 야마모토 요시노부(25)에 이어 퍼시픽리그 다승 공동 2위에 올랐다.
연봉이 6000만엔이라 FA 이적에 따른 보상 선수도 없다. 야마사키를 두고 원 소속팀 오릭스를 포함해 6개팀이 달려들었다. 야마사키는 최근 소프트뱅크, 야쿠르트 스왈로즈, 요코하마 베이스타즈, 요미우리 자이언츠, 니혼햄 등 6개 구단 관계자를 만나 영입 조건을 들었다고 한다.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다카쓰 신고 야쿠르트 감독, 미우라 다이스케 요코하마 감독, 아베 신노스케 요미우리 감독은 직접 야마사키를 만나 설득했다. 야마사키는 "이런 일이 벌어질 것이라고 상상하지 못했다. 오래 끌면 민폐가 될 것 같아 빨리 결정하겠다"고 했다.
그런데도 니혼햄으로 마음이 기울었다.
FA를 선언하면서 선발 투수로 꾸준히 던질 수 있는 팀을 우선으로 하겠다고 했다. 니혼햄은 그에게 이런 기회를 충분히 줄 수 있다. 2년 연속 최하위에 그쳐 간절함이 더하다.
올시즌 니혼햄의 최다승 투수는 우와사와 유키(29). 9승을 올린 에이스가 포스팅을 통해 메이저리그 진출을 선언했다. 꼴찌팀의 기둥 하나가 빠져나간다. 올해 선발로 20경기를 넘긴 투수가 우와사와와 좌완 가토 다카유키(31), 이토 히로미(26) 세명이었다. 가토와 이토는 나란히 7승을 거뒀다.
'11승'을 올린 야마사키가 올해 성적을 유지한다면, 니혼햄에선 1~2선발이 가능하다. 오릭스에선 '슈퍼 에이스' 야마모토, 좌완 에이스 미야기 히로야(23)가 '원투 펀치'로 리그 3연패를 주도했다.
니혼햄은 야마사키와 직간접적으로 인연이 깊다. 아버지 야마사키 아키히로(62)가 포수로 니혼햄에서 뛰고 코치를 지냈다. 총 14년간 니혼햄 소속으로 있었다. 또 포수 후시미 도라이(33)는 오랫동안 오릭스에서 함께 한 선배다.
갖고 있다. 2023년 드래프트 1순위 지명으로 뽑은 야자와 고타(23)도 투타 병행을 시도하고 있다.
아마추어 때 내야수와 투수로 뛴 야마사키는 타격에 강점이 있다. 그는 고교시절 고시엔대회에서 대회 최다 12안타를 때렸다. 프로에선 22타수 6안타, 타율 2할7푼3리를 기록 중이다. 대타로 대기한 적도 있다. 지난해 야쿠르트와 재팬시리즈에서 적시타를 터트리기도 했다. 니혼햄에서 타자로서 야마사키의 역할이 커질 수도 있다.
신조 감독은 "야마사키와 함께 하고 싶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