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K리그1 파이널 B] 강원 FC 2-0 수원 FC
▲ 강원FC의 이정협 |
ⓒ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
반드시 이겨야 할 게임 날 아침 강원 FC 앞에 비보가 날아왔다. 간판 골잡이 이정협 선수의 장인상 부고였다. 평소 강원 FC와 사위 사랑이 남달랐던 어른이셨기에 그 슬픔은 더 클 수밖에 없다. 이 안타까운 사연 앞에서도 이정협과 강원 FC는 멈출 수 없었다. 수원 연고지 두 팀과 엮인 강등 피하기 싸움이 진행중이기 때문이었다. 바로 이 게임 결승골을 이정협이 터뜨렸으니 이를 지켜보는 사람들 모두가 만감이 교차하는 경험을 한 셈이다.
윤정환 감독이 이끌고 있는 강원 FC가 25일 오후 4시 30분 강릉 종합운동장에서 벌어진 2023 K리그1 파이널 B그룹 수원 FC와의 홈 게임을 2-0으로 이겨 10위 자리에 서서 일주일 뒤 운명의 마지막 라운드를 펼칠 수 있게 됐다.
강릉 잔디 위에 쏟아진 '이정협'의 눈물
시즌 마지막 홈 게임에 나온 강원 FC는 같은 시각 서울에서 열리고 있는 FC 서울과 수원 삼성 게임 결과도 중요하지만 자신들의 승리가 더 절실했다. 7307명 홈팬들 앞 강원 FC가 비교적 이른 시각에 첫 골을 뽑아냈다. 어웨이 팀 수원 FC의 수비 지역 패스 미스를 놓치지 않고 결정적인 골 기회를 살려낸 것이다.
김대원의 번뜩이는 스루패스가 골잡이 이정협이 돌아서 뛰고 있는 앞 공간으로 뻗어나갔고 이정협은 조금 길어 보이는 이 패스 줄기를 살리기 위해 슬라이딩 오른발 슛 타이밍을 잡았다. 19분 15초 이정협의 오른발 끝을 떠난 공이 수원 FC 노동건 골키퍼를 피해 골문 왼쪽 구석으로 굴러들어갔다.
관중석에서 터진 환호성과 함께 이정협은 얼굴을 감싸며 초록 그라운드에 주저앉아 눈물을 쏟았다. 이 날 아침 갑작스럽게 떠난 장인 어른이 떠오를 수밖에 없는 순간이었다. 동료들도 몰려와 큰 슬픔을 나누었으니 이를 지켜본 모두가 가슴 먹먹한 장면이었다.
지난 해 광복절부터 시작된 수원 FC와의 맞대결 1무 3패(4득점 8실점)의 열세를 뒤집을 수 있는 이 결정적 순간이 강원 FC에게 큰 힘으로 작용한 셈이다. 42분에 수원 FC 이승우의 결정적인 헤더 슛이 크로스바를 아슬아슬하게 넘어갔고, 55분에는 로페즈의 아찔한 헤더 슛이 이광연이 지키고 있는 강원 FC 골문 오른쪽 기둥 하단에 맞고 나왔다.
그리고 후반전 교체 선수 둘이 천금의 쐐기골을 합작해냈다. 82분 6초에 수원 FC 수비 실수를 놓치지 않고 김진호가 빈 골문에 왼발 추가골을 밀어넣었다. 가브리엘이 슛 욕심 부리지 않고 왼발로 밀어준 패스가 수원 FC 노동건 골키퍼 다리에 맞고 뒤로 흐른 기회를 김진호가 놓치지 않은 것이다.
수원 FC 최다 실점(75골) 신기록 불명예
강원 FC의 이 두 번째 골은 수원 FC에게는 씻을 수 없는 불명예 역사로 남았다. 2012년 상주 상무에게 찍힌 74실점 기록을 넘어 75실점(게임 당 2.03골)이라는 최다 실점 불명예 기록이 수원 FC 꼬리표로 달린 것이다.
수원 FC에게 최다 실점 기록보다 더 심각한 것은 다음 주 마지막 라운드를 남겨놓고 강등 위기에 직면한 것이다. 강원 FC가 이 귀중한 승리로 승점 33점 10위가 됐고, 불명예 최다 실점 기록까지 바꿔놓은 수원 FC가 11위 32점, FC 서울과의 슈퍼 매치 어웨이 게임을 1-0으로 이긴 수원 삼성 블루윙즈가 12위(32점) 제자리에 머물렀다.
이제 운명의 세 팀은 일주일 뒤(12월 2일 토요일) 같은 시각에 벌어지는 두 게임을 통해 직접 강등이냐 K리그2 어떤 팀과 승강 플레이오프에 나서야 하는가를 결정한다. 가장 주목할 수밖에 없는 게임은 빅 버드에서 벌어지는 수원 삼성 블루윙즈와 강원 FC의 엔드 게임이다. 강원 FC 입장에서 승점 1점이라도 따내면 직접 강등(12위)을 피할 수 있기 때문에 약간 유리한 입장이지만 최근 수원 삼성 블루윙즈의 간절한 기세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게임에는 중요한 인물들이 제자리에 나설 수 없다. 수원 삼성 블루윙즈 중원의 핵심인 카즈키(퇴장 징계)와 이종성(경고 누적)이 못 뛰며, 강원 FC는 윤정환 감독이 경고 누적으로 벤치에서 지휘할 수 없게 된 것이다.
그나마 11위 수원 FC는 직접 강등 위기를 피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 시즌 마지막 게임이 9위 제주 유나이티드와의 홈 게임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모두에게 간절한 최종 순위는 12월 첫 토요일 오후 4시쯤 나올 전망이다.
최종 순위 12위는 2024년 K리그2로 미끄러져 내려가야 하고, 11위와 10위는 K리그2 플레이오프 통과 팀들과 외나무다리에서 만나야 한다. 부산 아이파크가 승점 1점 차로 4년만에 1부리그로 올라설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잡고 있으며 '김천 상무 - 김포 FC - 경남 FC - 부천 FC 1995 - 전남 드래곤즈'가 그 뒤를 이어 승강 플레이오프까지 노리고 있다.
2023 K리그1 파이널 B그룹 결과(25일 오후 4시 30분, 강릉종합운동장)
★ 강원 FC 2-0 수원 FC [골 : 이정협(19분 15초,도움-김대원), 김진호(82분 6초)]
◇ 2023 K리그1 파이널 B그룹 현재 순위
7위 FC 서울 54점 14승 12무 11패 61득점 47실점 +14
8위 대전하나 시티즌 50점 12승 14무 11패 54득점 56실점 -2
9위 제주 유나이티드 40점 10승 10무 17패 42득점 48실점 -6
10위 강원 FC 33점 6승 15무 16패 30득점 41실점 -11
11위 수원 FC 32점 8승 8무 21패 43득점 75실점 -32
12위 수원 삼성 블루윙즈 32점 8승 8무 21패 35득점 57실점 -22
◇ 파이널 B그룹 마지막 라운드 일정(12월 2일 토요일 오후 2시, 왼쪽이 홈 팀)
☆ 수원 삼성 블루윙즈 - 강원 FC(수원 빅 버드)
☆ 수원 FC - 제주 유나이티드(수원 종합)
☆ 대전하나 시티즌 - FC 서울(대전 월드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