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KIA 김도영 (스트라이크)존입니다.”
7일 오후 프로야구 심판들의 나흘째 동계훈련이 열린 경기도 이천시 두산 베어스파크. KBO리그 심판들은 지난 4일부터 2024시즌 처음 도입되는 ‘피치 클록’과 ‘자동 볼 판정 시스템’(ABS·Automatic Ball-Strike System)에 적응하기 위한 훈련을 하고 있다. 피치 클록은 ‘경기 시간 단축’을 위해 2023시즌 미국프로야구(MLB)에 새로 도입됐던 투수들의 투구 시간을 제한하는 규칙이고, ABS는 컴퓨터가 공의 위칫값을 계산해 스트라이크·볼을 판단하는 이른바 ‘로봇 심판’이다. 두 가지 신규 제도가 바로 다음 시즌부터 적용되는 만큼 경기를 관장하는 심판들도 미리미리 숙지해야 할 것들이 많다.
주심은 당장 내년부터 이어폰을 착용한 채 경기에 나선다. ABS는 공이 홈플레이트를 통과하는 동시에 스트라이크·볼 판정을 내리고, 그 신호는 이어폰을 통해 주심에게 전달된다. 주심은 로봇 심판이 내린 판정을 기존 대로 알려주기만 하면 된다. ABS는 타자의 키와 타격 스탠스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스트라이크존 문제를 해결하고자 각 타자의 특성을 반영한 스트라이크존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 놓은 상태다. 이날 훈련은 KIA 내야수 김도영의 스트라이크존을 기준으로 진행되기도 했다.
아직 떨어지는 변화구에 대한 스트라이크 판정 등이 애매해 시스템적으로 보완해야 할 점도 있다. 경력 12년의 유덕형 심판은 ABS 훈련 뒤 “이어폰에서 나는 소리를 듣고 콜을 하는 것은 크게 어색하지 않다”며 “누구나 스트라이크라고 생각하는 공은 기계도 똑같이 판정하지만, 떨어지는 공이나 높은 쪽 공 등 ‘애매한 공’들은 인간의 판단과 다른 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타임 오버, 원 볼!”, 심판들은 이날 마운드 뒤에 시간이 표시된 전광판을 설치해 두고 피치 클록 도입 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상황을 가정해 마치 상황극을 하는 것처럼 훈련했다. 시간제한이 임박한 상황에서 타석에 들어서지 않는 타자를 심판이 독려하는 것이 규정에 위반되는지 여부까지 논의했다.
아직 KBO 피치 클록 규정은 확정되지 않았지만, 변수가 없는 한 올 시즌 메이저리그 규정을 준용할 가능성이 크다. 이번 시즌 MLB에서 투수는 주자가 없으면 15초, 주자가 있어도 20초 안에 공을 던져야 했고, 이를 위반하면 자동으로 볼 선언이 됐다. 8초 전에 타석에 들어가야 하는 규칙을 위반한 타자에게는 자동으로 스트라이크 1개가 적립됐다.
훈련을 마치고 만난 허운 심판위원장은 “피치 클록 등 새로 도입되는 규정의 세부 내용을 이른 시간 안에 확정해 현장 코치진과 선수들에게 전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가상 연습이기에 잘 되는 것 같지만, 긴장감이 높은 실전에서는 이어폰 소리를 잘 못 들을 수 있고, 여러 변수가 있는 피치 클록 상황에 즉각 대처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며 “다음 시즌 전까지 반복 훈련을 통해 심판들의 숙련도를 높여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