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FC1995.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부천FC1995는 여유를 갖고 승부에 임해 원하던 결과를 얻어냈다.
26일 경기도 부천에 위치한 부천종합운동장에서 하나원큐 K리그2 2023 39라운드를 치른 부천이 전남드래곤즈를 4-1로 완파했다.
K리그1 승격 도전에 나설 수 있는 K리그2 준플레이오프 출전권이 걸린 경기였다. 4위 경남FC부터 8위 충북청주FC까지 승점 차가 3점에 불과해 다섯 팀이 두 자리를 두고 마지막까지 경쟁하는 형국이었는데, 부천과 전남은 경쟁팀끼리 맞대결을 펼쳐 승리하면 다른 팀 경기 결과와 무관하게 5위 안에 진입할 수 있었다.
이영민 부천FC1995 감독.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두 팀에는 근소하지만 한편으론 엄청난 차이가 있었다. 부천이 승점 54로 5위, 전남이 53으로 6위였다. 승점 1점 차로 부천은 큰 이점을 얻었다. 무승부만 거둬도 전남과의 거리를 유지해 5위 자리를 지킬 수 있었다. 전남도 무승부로 올라갈 가능성이 없는 건 아니었으나 다른 경쟁팀 경기 결과를 살펴야 했다.
'비기기만 해도 된다'는 많은 지도자들이 경계하는 상황이기도 하다. 자칫 팀이 안이한 태도를 가질 수 있다는 우려때문이다. 그런데 이영민 부천 감독의 생각은 달랐다. 경기 전 인터뷰에서 "선수들에게 별다른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다들 아마추어가 아닌 프로 선수다. 홈에서 하는 경기에 어떻게 임해야 하는지 인지하고 있다"고 말한 뒤 "한 끗 차이일 수 있겠지만, 비겨도 된다는 생각을 갖는 것이 오히려 우리 선수들에게 여유를 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전했다.
실제로 부천은 그라운드 위에서 여유를 잘 활용했다. 전반 21분 선제 페널티킥 실점을 허용했으나 크게 흔들리지 않았다. 그리고 오래지 않아 균형을 맞췄다. 전반 37분 상대 실수를 통해 페널티킥을 만들어냈다. 베테랑 닐손주니어가 침착하게 골망을 흔들었다.
1-1로 전반이 마무리되자 어쩔 수 없이 더 급해지는 쪽은 전남이었다. 두 팀 모두 하프타임 교체를 단행했는데, 전남의 교체가 더 공격적이었다. 부천은 공격수 이의형 자리에 공격수 안재준을 투입한 반면 전남은 미드필더 박태용 대신 공격수 하남을 넣어 전방 공격수 숫자를 늘렸다.
안재준(부천FC1995).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부천은 상대의 조급함을 노려 승부를 뒤집었다. 후반 15분 전남이 공격에 몰두하느라 수비수들까지 하프라인을 넘은 사이 안재준이 역습을 시도했다. 골키퍼까지 피해낸 뒤 역전골을 기록했다. 후반 32분과 후반 추가시간 8분에도 빠른 공격 전개로 안재준이 연속골을 더했다.
경기 전 '득점해야 한다는 조급함'에 대한 경계심을 나타냈던 이장관 전남 감독은 경기를 마치고 선제골을 잘 넣고도 다시 쫓기는 상황을 맞이한 것에 아쉬워했다. 약 한 달 전 막판 득점 취소로 승점을 놓쳤던 김포FC전에 대한 기억도 떠올렸다. 그때 승점을 땄다면 이날 경기를 다르게 운영할 수 있었을 거란 아쉬움이 묻어있었다.
승점 우위를 통해 5위 자리를 지켜낸 부천은 이제 반대 상황을 직면한다. 29일 오후 7시 경상남도 창원의 창원축구센터에서 경남FC와 K리그2 준플레이오프를 치른다. 정규 라운드 순위가 더 높은 4위 경남은 90분 동안 비기기만 해도 플레이오프에 오른다. 부천은 반드시 승리해야 한다.
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