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정수 워프코퍼레이션 대표(오른쪽)와 김윤종 부대표 <사진=워프코퍼레이션>
“MZ 세대와 축구를 연결하고 싶었어요. 최근 성장하고 있는 ‘숏폼’ 콘텐츠에 관심을 둔 이유입니다.”
2~3년 전부터 짧은 동영상이 틱톡,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의 플랫폼을 휩쓸었다. 사람의 시선을 끌기 위한 1분 미만의 짧은 영상인 만큼 쇼츠 콘텐츠는 재미있고 중독성이 강했다. 한 콘텐츠가 끝나면 바로 다음 콘텐츠로 넘어가 사람들의 시선을 끌었다. 숏폼 콘텐츠는 젊은 세대, 즉 MZ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축구를 좋아했던 함정수 워프코퍼레이션 대표가 숏폼 콘텐츠 서비스업체를 만든 이유이기도 하다.
함 대표는 최근 매일경제신문과 인터뷰에서 “축구를 이용한 숏폼 콘텐츠는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있는데 숏폼 크리에이터는 유튜브 크리에이터와 비교했을 때 수익이 크지 않다는 문제가 있었다”라며 “이를 해결하면 축구 숏폼 콘텐츠 시장이 풍부해질 것이고, 이는 축구를 신세대에게 사람들에게 알리는 기회가 될 것이라 생각해 창업을 결심했다”라고 말했다.
숏폼 콘텐츠는 ‘튀는’ 영상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야기를 전달하는 ‘내러티브’ 방식보다는 ‘비주얼’로 승부를 보는 콘텐츠다. 유튜브 크리에이터는 콘텐츠 안에서 광고를 녹일 수 있지만 숏폼 콘텐츠는 그게 어렵다 보니 수익이 적을 수밖에 없었다. 팔로워가 100만, 200만에 달하는 숏폼 크리에이터들은 많지만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수익을 내기 어려웠다.
함 대표는 이 부분에 비즈니스 모델이 있다고 봤다. 그는 “숏폼 크리에이터는 본인의 지식재산(IP)을 가지고 영업해야 하는데 이 시장에서 어떻게 광고 수익을 낼 수 있는지 방법을 찾지 못했다”라며 “숏폼 크리에이터를 ‘하나의 팀’으로 만들어 노출형 광고 시장에 진출한다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말했다.
워프코퍼레이션 소속 축구 크리에이터 더투탑과 영국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 시티 소속 엘링 홀란드가 함께 쇼츠 영상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워프코퍼레이션>사업을 함께 하기 위해 미국 유학 시절 대학교 동아리에서 함께 축구를 했던 김윤종 워프코페러이션 부대표와 손을 잡았다. 김 부대표는 대학을 졸업하고 한국에 돌아와 축구 동호회를 기반으로 자선 대회를 개최, 참가 비와 수익을 대한축구협회 축구사랑나눔재단에 기부하는 ‘후가모스’라는 단체를 만들고 SK에너지 아스팔트 마케팅 팀에서 근무하고 있었다. 후가모스 활동을 하며 김 부대표는 국내 축구 쇼츠 크리에이터인 ‘더투탑’을 만났을 뿐 아니라 국내외 많은 축구 관련 인사들과 네트워크를 맺었다.
2020년 11월 설립된 워프코퍼레이션은 초기 더투탑의 팔로워를 늘리면서 영향력을 높이는 데 주력했다. 그러던 중 2022년 카타르 월드컵에 참가, 해외 숏폼 크리에이터들을 만나면서 본격적으로 사업 모델을 다듬어 나갔다. 김 부대표는 “카타르 현지에서 만난 축구 숏폼 크리에이터들 모두 콘텐츠 시장에서 어떻게 하면 수익을 내고 영향력을 넓혀나갈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었다”라며 “그들을 영입해 영향력을 극대화하기로 했다”라고 말했다.
그렇게 워프코퍼레이션은 전 세계 유명한 축구 숏폼 크리에이터를 영입하기 시작했다. 한국의 더투탑(인스타 팔로워 50만, 틱톡 팔로워 110만명)을 비롯해 벤 블랙(인스타 팔로워 93만명, 틱톡 팔로워 650만명), 아카미스트(인스타 팔로워 122만명, 틱톡 팔로워 150만명) 등 유명 축구 크리에이터가 워프코퍼레이션의 비즈니스 모델에 동참했다. 워프코퍼레이션이 영입한 숏폼 크리에이터의 팔로워 수를 합하면 5000만명이 넘는다.
인스타 팔로워 98만명인 축구 쇼츠 크리에이터 타이요 기무라가 BBQ 유니폼을 입고 촬영한 쇼츠 영상 <사진=타이요 기무라 인스타>워프코퍼레이션의 비즈니스 모델은 여기서 시작한다. 기업의 광고 의뢰가 들어오면 해당 크리에이터들이 만드는 콘텐츠에 광고를 싣고 노출 수를 극대화하는 것이다. 함 대표는 “가령 3개월 또는 6개월 안에 광고를 의뢰한 기업의 이름이 담긴 쇼츠 콘텐츠 클릭수를 1~2억뷰 까지 달성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최근 BBQ 광고가 대표적이다. 전 세계에 있는 워프코퍼레이션 소속 축구 크리에이터들은 숏폼 콘텐츠를 만들 때 BBQ의 이름이 쓰여진 유니폼을 입었다. 유명 크리에이터들이 BBQ가 적힌 유니폼을 입고 영상을 만들고 노출이 되자 이를 본 전 세계 구독자들이 댓글 등을 통해 “BBQ가 뭐냐” “한국의 치킨 브랜드다”와 같은 댓글을 주고받기 시작했다. 함 대표는 “짧은 시간 노출을 높이면서 광고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라며 “이제는 기업의 요구에 맞는 콘텐츠를 제작해 노출하기도 한다”라고 설명했다. 워프코퍼레이션은 소속 크리에이터들을 활용, 6개월 안에 30억 뷰에 달하는 광고 효과를 낼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워프코퍼레이션의 첫 번째 목표는 MVP와 같은 기업이 되는 것이다. MVP는 종합격투기의 등장과 함께 인기가 크게 떨어진 ‘권투’를 육성, 젊은 세대가 찾는 스포츠로 탈바꿈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함 대표는 “MVP는 유튜버들이 권투의 인기를 되살리기 위해 만든 기업”이라며 “유튜버가 권투 선수로 성장하는 과정을 기획하고 그 과정에서 실제 시합을 개최해 많은 주목을 받았다”라고 설명했다. MVP가 개최하는 권투 시합의 미디어 밸류는 3000억원에 달하며 50만명이 동시에 접속해 시청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현재 MVP는 2026년까지 자신들의 플랫폼 내에서 성장한 선수를 세계 챔피언으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추진하고 있다.
함 대표는 “워프코퍼레이션 소속 축구 크리에이터를 팀으로 구성해 전 세계를 돌며 유명 구단과 축구 경기를 하는 시즌을 내년 2월 시작한다”라며 “많은 사람이 좋아할 수 있는 축구 축제를 만들고, 이를 위한 여러 콘텐츠를 만들어 젊은 세대의 관심을 축구로 모으고 싶다”라고 말했다.
워프코퍼레이션은 궁극적으로 팬웨이스포츠그룹과 같은 기업으로 거듭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팬웨이스포츠그룹은 보스턴 레드삭스, 리버풀 FC 등 유명 구단은 물론 홈구단, 방송사, 대행사 등을 소유한 종합 스포츠 투자 기업이다. 함 대표는 “정통 스포츠의 프로리그가 젊은 세대를 놓치면서 스포츠가 인류에게 주는 가치가 사라지고 있다는 위기감에 신세대가 사랑하는 흐름을 바탕으로 비즈니스를 시작했다”라며 “숏폼을 시작으로 앞으로 나올 새로운 흐름에 빠르게 반응하면서 MZ 세대를 놓치고 있는 현재 스포츠 시장의 판을 바꿔 나가겠다”라고 덧붙였다. 나아가 함 대표는 “축구가 모든 세대, 모든 사람으로부터 사랑받는 종목으로 거듭나는 데 일조하고 싶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