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김천=스포츠조선 김가을 기자]"점수로 따지면 100점 만점에 65점이다."
정정용 김천 상무 감독이 극적인 역전 우승으로 목표를 이뤘다. 김천은 26일 김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서울 이랜드와의 '하나원큐 K리그2 2023' 최종전에서 1대0으로 승리했다. 같은 시각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열린 부산 아이파크와 충북청주의 경기가 1대1로 막을 내렸다. 김천(승점 71)은 부산(승점 70)을 누르고 우승을 차지했다. 다음 시즌 K리그1 직행권도 가지고 갔다. 이로써 김천은 지난해 K리그1에서 11위를 한 뒤 승강 플레이오프(PO)에서 패해 강등됐던 아픔을 1년 만에 뒤집게 됐다.
지난 5월 김천의 지휘봉을 잡은 정 감독은 반 시즌 만에 우승과 승격을 동시에 거머쥐었다. 그는 "끝까지 최선을 다해준 선수들, 팬들, 물심양면 도와주신 구단과 국군체육부대에 감사함을 전하고 싶다. 생각지도 못한 것이었다. 우리에게 귀하고 값진 승격의 시간이 됐다"고 말했다.
그야말로 극적이었다. 김천은 1대0으로 경기를 마감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부산이 청주를 1-0으로 리드하고 있었다. 하지만 후반 추가 시간 청주가 동점골을 넣으며 상황이 급변했다. 김천이 짜릿한 역전 우승을 완성했다.
정 감독은 "후반 시작하기 전에 선수들에게 전술적인 부분을 얘기했다. 팀 응집력을 위해 부산의 상황이 0-0이라고 얘기했다. 중간에 얘기를 들어 보니 부산이 골을 넣어 1-0으로 앞섰다. 동요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때 주장인 원두재가 살짝 다가와 '아직 0-0이죠?'라고 물었다. 사실 1-0이었으나 0-0이라고 말했다. 속으로 '큰 일 났다. 욕 먹을 짓을 했다. 실례가 아닌가' 싶었다. 원두재가 마지막까지 동료들을 독려하며 승리할 수 있게 했다"며 "경기 뒤 속으로 '서프라이즈가 있을까' 잠시나마 생각했는데 관중석에서 함성이 나와서 놀랐다. 정말 정신이 없었다"고 했다.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김천은 정 감독 부임 뒤 시너지 효과를 냈다. 조영욱 이상민 등 연령별 대표팀에서 함께했던 선수들과의 호흡이 좋았다. 김현욱은 "정 감독님께서 오신 뒤 '상무 소속 선수들은 특별한 선수'라고 말씀을 해주셨다. 내년에도 함께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고마움을 드러냈다.
정 감독은 "김천이 군 스페셜 팀이다보니 일반 팀과 다른 부분이 있다. 지도자로서 해보지 못한 것을 경험한 것 같다. 생각해보니 초등학교팀부터 상무까지 다해본 것 같다. 대회에서 준우승을 많이 했다. 나에게 우승이라는 것이 올까 생각하기도 했다. 사실 2019년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이 끝나고 '나에게 감독으로서의 행운은 소진됐나' 싶었다. 프로 감독 4년 차다. 앞서 3년 동안 (승격) 했으면 좋았을 뻔했다. 더욱이 마지막 경기가 이랜드라서 더욱 그런 마음이 들었다"고 고백했다. 그는 2019년 U-20 월드컵에서 대한민국을 준우승으로 이끌었다. 이후 '친정팀' 이랜드로 자리를 옮겨 지도자 생활을 했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이랜드에서의 3년은 우여곡절의 시간이었다.
정 감독은 "더 큰 꿈을 꾸기보다는 오늘 한 경기만 잘하자는 생각이었다. 마무리가 잘 된 것 같다. 선수들은 프로로서 경기장에 임하는 모습이 중요하다. 이왕이면 더 큰 물에서 놀아야 한다. 올 시즌 중간에 팀을 맡았다. 100점은 아니고 65점을 주고 싶다. 내년에 K리그1 초보로 도전하겠다"며 각오를 다졌다.